나는 개인적으로 밤에 운전할 때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이다. 물론 대부분 운전대를 잡는 분들이라면 자신이 운전하는 도중, 안전운전을 고려하지 않으면 대형사고로 이어지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특히 나도 그런 점을 잘 각인하고, 다소 운전을 터프하게 모는 편이나(중형차를 수동기어를 모는 점에서), 신호를 최대한 지키기, 2차선 좁은 도로에서 보행자가 있으면 횡단보도 앞에서 서행 및 멈추기를 하려고 한다.


그런데 월요일 비가 올 때 나는 운전 실수를 했다. 다행히 사고로 이어지지 않으나, 직진신호를 가깝스레 넘어간 후에 길이 왼쪽 커브길인데, 신호를 지난 후에 횡단보도가 미쳐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그냥 지나갔다. 횡단보도 파란불이 켜진 상태서 지나가는데, 이미 차를 멈추기가 느린 상황에서 왼쪽을 보니 보행자가 내 차와 약 5m 간격으로 걸어온 것이다. 만약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어떻게 될까?


그날밤 나는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할 정도로 무서움에 치를 떨었다. 보통 사람들은 신에게 감사라 하나, 그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고, 단지 우연성과 사실성에서 보행자가 천천히 걸어가는 것에 대해 감사할 뿐이다. 횡단보도를 미쳐 생각하지 못한 상태서 지나가다가 순간 아차 하는 상황이라 나는 비상깜빡이를 켰지만, 기분은 시원하지 못했다. 그날 밤이란 게 중요한 것보다 더 치명적인 것은 비가 막 오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비오는 날 가끔 운전하면 나는 앞의 거리를 순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때 아주 가끔 있고, 와이퍼로 빗물을 쓸어내려도 잘 안 보이는 경우 상당히 긴장한다. 아니 그런 긴장감에 의해 내 자신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 역시 안전운전에 부담될 지 모른다. 



다른 하나는 토요일 책모임 분들과 막걸리 집과 맥주 집에서 술을 마실 때다. 이런 저런 책이야기가 나오고, 철학자 이름이 나오면서 칸트와 플라톤 역자로 서울대학교 철학과 백종현, 박종현 교수의 이름이 거론되고, 플라톤 향연 내지 그리스비극역자로 천병희 교수의 이름이 나왔다. 어려운 외국도서는 번역자의 중요성이 얼마나 크나큰 영향을 주는지 깊게 생각해야 한다. 문제는 철학과 교수들이 상당한 재주와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철학과 교수를 안 좋아하는 편이다.


철학이란 결국 인간의 인생과 그에 따른 삶의 가치를 논한다. 철학에서 윤리학, 논리학, 종교학 등 다양한 학문과 연결된다. 하지만 철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윤리학이다. 내가 철학과 교수들을 싫어하는 이유는 그들은 철학자로서 정치적, 사회적 인간에 대해 논하기 때문이다. 책 속에 번역자로만 있는 게 아니라 서문과 중간 주해에 그들의 입장을 표명한다. 특히 내 입에서 순간 dog란 욕이 나오게 한 인물이 있었다.


그건 황경식 서울대학교 철학과 교수다. 1988년 <공정으로서의 정의>에서 1987년 6월 항재 이후 민주화로 되면서, 롤즈의 철학이 한국 정치사상에 도움이 되기 바란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가 <사회정의론>이란 현재 <정의론>으로 나온 롤즈의 정치철학 걸작을 번역을 한 시기가 1977년이고, 당시 육군사관학교 재직 시절에 번역되고, 옮긴이의 말이 1985년에 나왔다. 만약 롤즈의 철학을 알고, 당시 국내 상황을 알고 이 번역자의 글들을 보는 순간 가식의 절정에 느낄 것이다. 


기본적으로 롤즈의 철학은 자유주의 철학이다. 그런데 칸트주의로서 롤즈는 정치적 자유주의를 선호했고, 루소의 <사회계약론>에서 시작한 시민의 권리를 중요시 했다. <만민법>을 읽으면 그의 칸트주의로서 완결을 볼 수 있다. 시민의 불복종, 언론과 집회의 자유를 생각하면 그가 육군사관학교나 이제 서울대학교에 강의하는 모습을 보면 앞뒤가 안 맞다. 그런 점에서 나는 철학과 교수를 싫어하는 것이다. 


전부 그런 것은 아니나, 적어도 자신이 번역한 도서에 머리말과 후기에 적는 것에서 현실적 전후관계가 돋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1987년 1월 서울대학교 언어학과 재학 중인 박종철 학생이 고문으로 죽었다. 자신의 학교 학생이 군부독재의 고문으로 죽었는데, 침묵하는 교수, 그리고 6월 항쟁 이후 민주화에 대해 롤즈를 소개하는 그의 교활함에 그저 한탄만 나온다. 그러다 보니 순간 입에서 욕이 나왔다.


개인적으로 정치적 자유주의 추구에서 롤즈의 철학은 상당히 세련되고 발전된 자유주의철학이다. 철학이 결국 현실 정치학으로 이어지는 학문적 요소에서 내 입에서 나온 욕은 과연 틀린 것일까 하나, 술자리에서 순간 입에서 욕이 튀어 나온 것은 반성해야 한다. 욕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 자리에 있는 분들이 그런 욕을 해도 될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욕은 계속 나올 것 같아 보인다. 이래나저래나 인간은 무슨 행동에서 실수나 판단착오를 하면 후회를 하고 반성하고, 재발을 하려 하지 않으나 쉽지는 않다. 인간은 이성적 존재일뿐, 무의식과 감정에 휘말리기 더욱 쉽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것조차 인식하고 인정하면 더 좋아지는 것은 분명하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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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01-08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인상을 잘 설명하기 어려워서 그런데요...아인슈타인 특수 상대성 이론을 보시면...그날 사고의 위험성과 무의식-철학적 회피와 이율배반적인 어떤 이에 관한, 이 두 관점이 왜 모였을까. 다시 한번 생각하시게 될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그 모든 동시성들에 대한 조망으로...
일견 제가 하는 말이 저도 답답하게 느껴지지만 이런 말밖에는..

만화애니비평 2015-01-08 14:47   좋아요 0 | URL
누구나 자기 인생을 설명하기 어렵죠.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변호하게 되고, 그러나 양심으로서는 도저히 그렇게 하기가 곤란하고, 인생은 바로 그런 것 같에요. 바로 쉽게 간단히 나올리가 없죠. 단지 위와 같이 가식과 허영심은..차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