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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게 갔었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21년 3월
평점 :

아버지 얘기로 가득한 글인 걸 알고서 그래서 읽고 싶었지만 막상 아버지의 정을 그다지 느끼지 못하며 컸던 내 마음에 이 소설 <아버지에게 갔었어>가 어떤 기억을 가져올지 궁금했었다.
아버지가 운다...
몸이 좋지 않아 큰 병원 다녀야 하는 아내가 큰 아들 집으로 가는 날 눈물을 흘리시는 아버지, 이제 고향에 홀로 남겨질 아버지를 돌보기 위해 살갑게 지내지 않던 딸이 아버지에게 간다. 딸도 자신의 딸을 잃었던 드러내지 못하는 아픔이 있어서 가족과도 소원하게 지냈다. 살기 위해서 글을 썼고 아픔을 감추고 살던 그 딸이 고향으로 내려간다.
오빠들과 밑으로 두 동생들까지 학사모를 찍은 사진이 방머리 위에 줄지어 서있는데, 본인의 사진만 없다는 것을 이제야 아버지의 시선으로 보게 된다. 그동안 학사모 사진을 달라고 그렇게 아버지가 부탁을 하는데도 싫다는 많은 이유를 대며 끝내 빈자리로 건너뛰고 있는 것으로 시작해 미안함이 밀려든다.
13살에 돌림병으로 아버지를 잃고, 일주 일차로 어머니를 잃고, 누나와 세상에 남겨진 아버지의 삶이 녹록하지 않았다.
어렸지만, 아버지의 말이 남긴 배움으로 집안 어른들의 도움으로 소 한 마리를 이끌며 농사일을 배워 평생 농부로 살았고, 붙박이장처럼 평생을 한곳에서 같은 모습으로 살아온 즐로만 알았던 아버지에겐 매서운 서울살이도 있었고 일자리를 찿아 전전긍긍했던 때도 있었다.
저것이, 그러니까 우리가~
아버지 생의 전부였으리라~
그사이 전쟁을 겪었고, 세상 풍파가 사람들을 흔드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곁에서 사라지며 자식들을 건사해왔다.
아버지는 한국전쟁으로 고통받아왔고, 젊은 날에 당신의 새끼들인 우리가 음식을 먹는 걸 보면 무서웠지만 그것이 도리어 살아갈 힘이 되었다고 말하는 아버지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아버지의 고통을 평생 몰랐을 테지만, 자신의 딸을 잃고야 만난 불면증의 고통으로 아버지를 조금 이해하게 되면서 그동안 당연하게만 여기고 아버지를 나와 같은 사람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것을 처음 느낀다.
이 시대의 보통의 가부장적인 억압과는 완전히 거리가 먼 아버지의 모습이다. 내게는 없는 모나지 않은 아버지의 모습은 허름해도 빛과 온기로 느껴진다. 눈물 많고, 깊게 머금은 부정에 내 가슴이 뜨거워졌다.

궤짝 안에 든 많은 편지 꾸러미
리비아로 파견 가서 아버지에게 편지를 쓰는 아들과 아들에게 답장의 편지를 쓰는 아버지를 나는 상상해본 적이 없는데?
아들이 보낸 편지를 읽으며 눈물을 흘리는 아버지가 편지에 남았고, 아들에게 편지를 잘 쓰고 싶어 다시 한글을 배우시는 아버지가 남았다.
아래로 동생 다섯을 둔 장남이 아버지를 마음으로 챙기고 가족들 건사하는 모습이 눈가를 자꾸 뜨겁게 한다. 동생과 주고받은 편지들도 잘 모아두었다가 글 쓰는 동생에게 다시 전해주는 오빠는 아버지가 전해주신 따뜻함이 여기까지 흐르는구나~ 싶어 눈물이 났다.
아버지 제가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가 제 아버지였기 때문입니다.
이 소설이 이토록 선명함을 가지고 있는 이유가 이 편지 꾸러미가 아닐까 하고 감사하게 느껴지는 이유였다. 이 편지글들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아버지에 대한 책을 쓸 거란 딸의 말에 내가 한 것이 무엇이 있다고 글에 쓰냐 하시던 아버지가 한 생으로 하신 일들을 여기서 마주하니 아프다.
그런 아버지가 점점 야위어가고, 더 초라해져 가고, 눈물이 많아지시고, 기억을 놓치며 꺼져간다. 마음이~ 무거워진다.
들춰보지 못했던 내 아버지의 생도 이렇게 한 줄로 이어서 볼 수 있을까? 누가 말해줄 수 있고, 기억해 줄 수 있을까?
책의 분량이 만만치 않지만 시간을 가지고 읽으면 읽기 전과 분명 같지 않을 것이다. 책의 일부분만 옮겨오기 힘든 책이다. 각자의 가정사에서 중년 이후 부모님과의 관계를 어떻게 보아야 할지에 대한 시선을 느껴본 책이다.


엄마가 병원을 가기 위해 여동생을 따라 나서자 J시의 오래된 집에는 아버지 홀로 남게 되었다. - P10
아버지. 제가 그럴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가 제 아버지였기 때문입니다. J시에서 살때 사람들이 가끔 제가 뉘 집 자식인지 알고 싶어 아버지 존함을 물을 때가 있었는데 아버지 함자를 대면 모드들 아...하면서 아버지를 대하듯이 제게 잘해주었습니다. 아버지 함자를 댈때면 바로 친절해지고 다정해지는 사람들을 보면서 아버지가 제 아버지라 항상 뿌듰했습니다. -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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