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부학자의 세계 - 인체의 지식을 향한 위대한 5000년 여정
콜린 솔터 지음, 조은영 옮김 / 해나무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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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발전과 진화에 관련된 책을 좋아합니다. 최근에도 지식의 흐름, 세계가 연결되는 문명의 변화에 대한 책을 읽었습니다. 책을 통해 뭘 알았다기보다는 그 뒤로 무엇을 보든지 이전보다 훨씬 머릿속에 잘 그려진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그 세계가 상상되는 것이지요.  이 해부학 책도 그 시대를 더 가까이 느껴보기 위한 선택입니다. 그러니까 학문으로 접근하기 위함이 아니라 제대로 상상하고 싶어 하는 독자의 야망으로 읽고자 했던 거죠. 알고 보면 미술, 음악, 문학, 과학 그 어떤 분야와도 연결되어 있네요. 그래서 경험을 추천드립니다.


어릴 적 과학실에 가면 있던 인체 전신 골격은 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죠. 해골이라고 하면 죽음이 떠오르며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것 같잖아요. 제가 살면서 사람의 인골을 마주할 경험은. . . 없겠죠. 이 책에는 의학의 기틀을 세운 해부학 책 150여 권을 담고 있고 해부학  희귀 도판 240컷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의학 공부하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제 입장에선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것들에 대한 경험인 것이고 많은 분들께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소설이나 인간의 심리를 절묘하게 표현하는 글을 만나면 어떻게 이런 상상을 할 수 있을까 놀랄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마다 작가란 사람은 애초에 나와는 다른 감각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라고 생각했고요. 그러다가 차츰 알게 됩니다. 작가들이 소설을 쓰기 위해 방대한 자료 수집을 하고 현장 체험을 하고 연구에 가까운 인고의 시간을 가진다는 사실을 말이죠. 이 책 <해부학자의 세계>의 여는 글에서 '작가는 상상하지 못하는 것은 상상하지 못한다'라는 글을 보고 그런 작업들이 왜 필요한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역사와 현실을 또 미래를 상상하고 연결하기 위한 작업이 필요한 감각을 깨우는 일이었어요. 특정 주제의 서적을 출판시기에 따라 차례대로 훑으면 그 변천사를 쉽게 확인할 수 있고 지금까지 지식이 발전한 사회적. 과학적 역사가 한눈에 보이기도 합니다.



  • 해부학은 바깥세상에서 벌어지는 사건들과도 무관하지 않다. 문명 간 전쟁은 인체를 향한 호기심의 첫 번째 원천이었다. 이후 5세기에 로마제국이 무너지고 서유럽에서 야만의 시대가 도래할 무렵 동방에서는 새로운 배움터가 세워지며 해부학에 막대한 기여를 한 이슬람 황금시대가 시작되었다. 그 시대가 저물어 가는 시기에 서양 학자들은 에스파냐의 과거 이슬람 학술기관을 찾아가 그곳에 소장된 문헌들을 라틴어로 옮겼다. 

  • 20세기에는 제2차 세계대전의 공포와 함께 역사상 최고의 해부학 삽화집이라고 일컬어지는 출판물들이 제작되었다.  그러나 그중에서 오스트리아 해부학자 에두아르트 페른코가 쓴 네 권짜리 <인체 국소 해부학 및 응용 해부학>은 전쟁 중에 나치가 저지른 잔혹함을 바탕으로 쓰인 책으로 낙인찍혔다. 

  • 해부를 하려면 당연히 시신이 필요하지만 해부용 시신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해부학 역사 내내 많은 사건과 사고를 일으켰다.




일제강점기 시대에도 그렇고 히틀러 나치가 저지른 잔혹한 사람들에 대해선 너무나 끔찍해서 해부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비윤리적이라는 인식이 먼저 생길 정도지만 그와 별대로 많은 사람을 살려낸 의학적 성과라는 걸 애써 의식해야 했어요. 신성모독에 관한 종교적 마찰도 굉장했고, 잘못된 사실을 강력하게 믿게 되는 과정도 수없이 있었다는 것에서 이 시기에 공포소설들도 많이 나타났던 것 같아요. 그러나 우주의 기원을 밝혀내려는 노력하는 만큼이나 인체구조와 기능에 대한 신비를 알아내려는 노력에 대해 알아가 봅니다.


  • 르네상스 시대 이후로는 미술학교에서도 해부학을 가르쳤다. 예술과 해부학은 서로 공생 관계였고, 시대를 불문하고 해부학 책에서 삽화는 텍스트만큼이나 훌륭하게 정보를 전달했다.

  • 17세기부터 19세기까지 해부학 강의가 인기를 끌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자 갓 매장한 시체를 훔쳐다가 강사나 학생에게 파는 시신 도굴꾼이 기승을 부렸다. 1829년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있었던, 두 시신 도굴꾼의 충격적인 재판도 있었고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도 연구 목적으로 신선한 시신을 확보하기 위해 지방 병원과 뒷거래한 전력이 있다.

  • 17세기 현미경부터 19세기 초의 내시경까지, 엑스레이에서 현재의 CTDHK MRI까지 인체 내부 구조를 들여다보는 기술의 발전은 해부학의 시각화에 영양을 미쳤다. 


<프랑켄슈타인> 같은 고전 소설을 읽을 때도 뭔가 달라질 것 같네요. 문학에서도 아내의 시신을 판 돈으로 술을 진탕 먹고 마는 남자가 등장합니다. 오늘날은 법의학자가 사망원인과 범죄를 밝혀 내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해부학의 역사는 인류가 자신의 신체적 한계를 극복하고 정신세계까지 아우르는 진정한 의미에서 우리 자신을 알기 위한 과정이었습니다.


고대 세계의 해부학

중세의 해부학

르네상스 시대의 해부학

현미경의 시대

계몽의 시대

발명의 시대


이 책에서는 고대 이집트 전쟁 중 상처 처치법을 설명한 <에드윈 스미스 파피루스>로 시작해 21세기 기술 발전을 반영하는 <근골격계 MRI>, <인체 해부학 및 생리학 컬러링북>까지 5000년 동안 해부학자의 서재를 채워온 150권의 책, 특히 19세기 말까지 출판된 해부학 책을 다룹니다. 저 혼자서는 결코 접해볼 수 없는 대단한 경험을 하게  될 거예요.


  • 모든 신체 부위가 제 이름을 찾았고, 서로 어떻게 어우러져 사람을 살아서 움직이게 하는지 잘 이해되었다. 20세기부터  해부학은 세포에서 아세포 수준으로 크게 도약해 새로운 미시적 단계에 들어섰다. 


<에드윈 스미스 파피루스> 기원전 3000년경

외과 처치에 대해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오래된 문헌. 전체 48개 상처에 대한 치료법을 기술하고 있으며, 그중 대부분은 전쟁터에서 입은 부상을 다루었다.


코스의 히포크라테스 (기원전 460 ~370)

이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 의학도들은 그의 이름을 걸고 환자에게 의도적으로 해를 끼치지 않겠다고 서약했다. 의료 윤리와 진찰법을 남겼고 병은 신이 내렸고 치료한다는 시대에 건강을 종교로부터 분리하였다.


의학집성 (1491)

요하네스 데 케탐이 소유했던 해부학 원고집의 한 페이지. 전쟁터에서 발상한 다양한 상처와 무기, 치료법을 기술하였다. 목판화 삽화를 곁들인 최최의 해부학 인쇄서 


요하네스 케플러(1571~1630)

인간의 눈을 연구한 천문학자. 케플러의 연구는 현대 광학의 근간이 되었다.



제5원소 (1574)

레온하르트 투르나이서가 집필한 이 책은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네 가지 체액 (점액, 혈액, 황담즙, 흑담즙)을 점성술 기호와 반은 남성, 반은 여성인 사람으로 보여준다.


철학의 진주 (1503)

세상의 모든 지식을 한 권의 책에 담으려는 시도에서 그레고어 라이슈는 발을 관장하는 물고기자리에서부터 양자리가 뇌에 미치는 영향까지 인체에 대한 점성술적 설명을 책에 포함시켰다. 인간의 눈과 뇌를 그린 해부도가 있는데 영혼의 다양한 기능이 머문다고 여겨지는 뇌실을 보여준다.


  • 1852년 영국 정부는 살인법을 제정해 처형된 살인자의 시신에 한 번 더 칼을 대는 공개 해부형을 시도했다.  살인법이 시행된 이후 살인 사건이 줄었다.  덩달아 합법적으로 해부할 수 있는 시체가 급격히 줄었다.  내다 팔 목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거나 시신 도굴단이 끌자  시신용 철제 금고도 등장했다.


주로 참수된 범죄자를 시신 해부용으로 허가받던 시대라 죄를 짓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종교적인 것과 맞물려 엄격한 계율과 신념체계를 만들었을 것 같네요. 중세 시대를 암흑의 시대라 하는 게 실감이 나네요. 오늘날의 윤리와 도덕, 민주주의가 있기까지 쉽게 오지 않았음을 통해 더욱 소중해집니다. <도덕감정론> 같은 책이 왜 나와야 했는지 알 것만 같아요. 그럴수록 철학의 힘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아무튼 해부학, 굉장히 이성적인 판단이 필요했을 것 같습니다.



해부도가 오싹했지만 컬러화된 삽화는 보기가 더욱 힘들었어요. 당연히 당대에 논란이 될만했죠. 요즘도 뉴스에서 끔찍한 장면은 흑백처리하는데 붉은 피의 색을 대면하고 직접 해부할 수 있는 감심장을 가진 사람들이 쉽게 다가오진 않았습니다. 그런점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해부도는 마음이 좀 편하더군요. 정교하지만 잔인하지 않은 느낌을 주는 예술미를 느꼈어요. 아무튼 사람을 살리고자 시작된 의학, 생명과학, 생명나노기술 뭐가 되었든 선한 영향력이길 계속 바라며 이 책의 리뷰를 마칩니다.


(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아 감사히 읽고 솔직하게 남기는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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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론 - 마키아벨리가 바라본 권력의 기술과 본질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랭브릿지 옮김 / 리프레시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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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론을 읽기 전에 프랑스의 역사를 조금 상기시킬 필요가 있었어요. 다행히 이 책 구성이 필요한 부분들을 비중있게 정리해주고 있어서 반갑더군요. 1/3 정도의 뒷부분을 먼저 읽고 군주론을 읽었습니다. 군주론에 대한 해석과 평가가 시대적으로 달랐던 관점도 알게 되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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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론 - 마키아벨리가 바라본 권력의 기술과 본질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랭브릿지 옮김 / 리프레시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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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리더십 혹은 정복욕구가 거의 없어서일까요? 하버드, 서울대, 명문대, 어디서든 필독서이고 여기저기서 듣는 것은 많았던 [군주론]이지만 좀처럼 직접 읽고 싶은 마음은 생기지 않더군요. 그런데 인간의 진화와 역사, 문명에 관해서라면 또 관심이 많아요. 역사와 정치는 뗄 수 없는 관계이고 그래서 아직 읽지 못한 군주론이 제겐 마치 밀린 숙제 같았어요. 다행히 이번엔 시의성이 나쁘지 않아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 다음엔 읽다가 덮어둔 [메디치 가문 이야기], [몽테뉴 수상록]까지 이어가봐도 좋은 것 같습니다.

군주론에서 다룬 주요 사건들은 1430년 ~ 1530년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합니다. 무려 3명의 교황과 2명의 프랑스 왕비를 배출한 메디치 가문 이야기와 36년간의 위그노 전쟁, 영국 vs 프랑스간의 백년전쟁도 중요합니다. 현장감이 없다보니 군주론을 읽기 전에 프랑스의 역사를 조금 상기시킬 필요가 있었어요. 다행히 이 책 구성이 필요한 부분들을 비중있게 정리해주고 있어서 반갑더군요. 1/3 정도의 뒷부분을 먼저 읽고 군주론을 읽었습니다. 군주론에 대한 해석과 평가가 시대적으로 달랐던 관점들도 잘 담아주어서 매우 좋았어요.

출간 이후 수세기 동안 논쟁과 비판의 대상이 되었지만 18세기 볼테르, 20세기 한나 아렌트, 쿠엔틴 스키너 등의 정치 사상가들은 마이아벨리의 군주론은 단순히 냉혹한 현실주의자가 아니라 시대와 상황을 깊이 이해하고 정치적 현실을 직시한 저작이라 보았습니다. 그러니까 군주론의 의도와 상관없이 정치가 자신의 의도에 따라 읽히고 정당화 되었던 것 같아요. 그러니 앞으로도 계속 21세기의 눈으로도 재조명해 보게 되겠죠. 오늘날의 민주주의에서도 본질은 달라지지 않기에 선거에서 승리를 쟁취하고 통치의 안정성을 유지하고, 국가간의 이해관계에서 외교 정책, 자국의 군사력 강화, 국방 정책을 수립할 때도 마키아벨리의 조언은 계속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지금 한국의 의료개혁안이나 국민연금 방안을 구상하고 적용하는 과정에서의 수많은 오류와 마찰을 보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수 있는데요. 모두가 만족할 수는 없지만 최선의. 선택을 해야하는 상황에서 마키아벨리의 조언을 돌아보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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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탄생 - 이 시대 최고의 지성이 전하는 ‘안다는 것’의 세계
사이먼 윈체스터 지음, 신동숙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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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시작에서 지성의 종말까지,

지식의 기원을 찾아가는 놀라운 연대기

Q. 생각이 필요없는 시대 지식이 왜 존재해야 하는가?

지식의 탄생

지식의 기원, 생명을 지키고 보존하려는 본능에서 시작해서 정보를 나누고 공유하며 더 많은 인류를 구원한 지식이라는 체계의 기원부터, 지식의 전승과 확산이라는 경로를 한 눈에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읽으며 그 훌륭한 가독성에 매료되어 두꺼운 벽돌책임에도 불구하고 쉽게 인류사를 이해할 수 있었듯이 이 책도 가독성이 훌륭해서 지식의 흐름을 이해하는데 매우 훌륭하다. 조금의 호기심과 관심만 있다면 누구나 재밌게 읽을 수 있다. 방대한 지식의 역사를 다루지만 지루할 틈이 없이 내용을 이끌어간다.

문자가 발생하고 인류 최초의 학교가 메소포타미아에 있었다는 것을 19세기에 유적발굴을 통해 알게 된다. 그 훨씨 이전부터 가르치는 사람이 있고 배우는 학생이 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한 것이기도 하다. 지식의 전승은 바로 읽고 쓰는 것이 오늘까지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고찰하는 과정과 다름없었다. 그리고 무엇을 가르치고 전할것인가? 에 대한 인류의 고민이 끝없이 이어졌을 것이다.

세계의 많은 인구가 문맹을 벗어난 결정적인 이유로 성서의 보급을 꼽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이전에 중국의 종이의 발명과 일본의 제지술이 있었음을 교과서를 떠나 다시 보았다. 한국은 불교 경전과 유교 학문이 종이에 인쇄되었고 목판 인쇄술과 더불어 금속 활자 인쇄술까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앞서 발명 되었음을 보며 지식과 역사를 소중히 기록하고 다룬 우리 민족이 자랑스럽기까지 했다. 지식의 전승과 확산에 초점을 두고 종이의 발명, 문자의 발명, 신문과 뉴스, 미디어의 변천으로 지식을 접하는 방법과 느낌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는 과정에서 문자가 가진 힘을 느낀다. ( 교과서의 흐름도 이런 식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


✔️ 지식의 출발은 배움에서 시작된다.

✔️ 지식은 경험을 통해 축적된다.

✔️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

✔️ 종교와 믿음

✔️ 데이터는 어떻게 지식이 되는가

✔️ 배움의 시작은 호기심에서 시작된다

지식에 대한 갈망은 모든 사람이 갖고 있는 인간 조건의 결정적인 요인일까 배와 심장에 산소가 필요한 것처럼 호기심은 뇌와 신경계에 꼭 필요한 요소일까? '지평선 너머에 무엇이 있을지 알고 싶다'는 욕망이 그곳을 찾게 했다.

지식의 가치는 늘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컸으며, 맨 처음 모험을 떠났던 사람들은 지식을 자신의 목숨보다 소중히 여겼다.




✔️ 보편적 지식의 보관소

✔️ 최초의 백과사전


책을 통해 지식이 분류되고 집대성되는 역사를 보는 것도 흥미롭다. 알려진 모든 것을 집대성한 책이라는 백과사전이라는 저작을 위해 그야말로 당시의 지식이 한 곳에 모이는 것이다. 지식을 한 곳에 모으려는 인류의 시도는 늘 있어왔다. 지금은 스마트폰이 세상을 보는 눈이다.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되는 백과사전을 손에 들고 있는 세상이 되었다는 사실은 당연한 것이 아니라 몹시 놀라운 일임을 느낀다. 한 민족이 다른 민족을 침략하고 문화말살 정책을 행했던 것도 이제는 불가능하지 않을까. 지식의 확산 속도가 그 어느 때보다 빠른 오늘날은 이렇게 방대한 지식을 어떻게 다루고 편집해서 활용에 관한 질문이 남는다. 그것은 인류의 위대한 질문이 끊이지 않는 이유이고 인류가 문화적으로 계속 진화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는 내내 100년 뒤, 200년 뒤의 지식 보관소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다. 교과서가 디지털화 되는 시대, 그렇게 모든 지식은 디지털화 될까? 이미 오랜 시간 책이라는 존재가 인류와 함께 했듯이 앞으로도 책은 계속 이어질거라 믿는다. AI시대에서 인간성을 보존하는 방법으로 느낌과 감정을 기록하는 읽기와 쓰기의 주권을 인간이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위대한 지성의 발자취

최근 오펜하이머, 리처드 파이만의 전기를 읽었기에 위대한 지성의 발자취를 더듬으며 버트런트 러셀과 파이만이 소개되고 있다는 것에 반가움을 느꼈다. 그리고 이름 모르는 박식가들을 많이 만난다. 그들이 위대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제 다시는 이런 박식가들이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다. 오늘처럼 박사가 넘치는 시대임에도 사회적인 지혜는 오히려 감소하고 있으니 말이다.

인류의 지도자들은 몇 번이나 극명한 선택의 기로에 섰다. 그때마다 이루어진 결정들은 우리가 자신과 세상을 영원히 돌이킬 수 없이 파괴할 능력을 갖추게 되는 상황으로 거침없이 내몰았다.

무언가를 만드는 데에는 시간과 계획과 정성이 필요하지만, 무언가를 허무는 것은 언제나 빠르고 지저분하며, 생각할 필요가 훨씬 적다. 역사에서 더 위급한 순간에 지혜가 발현되어야 한다.

이제 지식과 함께 동양의 도덕과 서양의 과학이 어우러진 지혜와 현명함이 인류에게 요구되는 시대라는 묵직함을 남기며 위대한 책 한 권을 덮는다. 곧 이 책을 다시 펼쳐 재독 해야 할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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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탄생 - 이 시대 최고의 지성이 전하는 ‘안다는 것’의 세계
사이먼 윈체스터 지음, 신동숙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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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전승은 바로 읽고 쓰는 것이 오늘까지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고찰하는 과정과 다름없었다. 그리고 무엇을 가르치고 전할 것인가? 교과서가 디지털화 되는 시대, 그렇게 모두 지식은 디지털화될까? 느낌과 감정을 기록하는 읽기와 쓰기의 주권을 인간이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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