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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계획 워홀러의 900일 여행기 - 동서양 18개국 98개 도시를 누비며
기용주 지음 / 메이킹북스 / 2023년 12월
평점 :
무계획 워홀러의 900일 여행기
여행 에세이를 가끔 읽지만 즐겨 찾는 편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 책의 표지를 보자마자 낙타를 타고 있는 그가 [연금술사] 속에서 자아의 신화를 찾아 떠난 산티아고로 보였던지 궁금증이 일었다. 더구나 이건 그냥 관광 여행이 아니라 워커홀러의 900일 여행기라는 점이 아주 탁월했다. '무'에서 시작하는 그가 부딪혀 나갈 의식주의 벽과 일, 그 안에서도 꾸준히 성장해 나갈 모습이 궁금했다. 그런데 책이 내게 오고도 한동안 첫 페이지를 시작하지 못했다. 제대로 읽고 느끼고 싶은 마음이 컸고 하루를 온전히 내어 함께 일하고 설레고 사람들과 만나고 여행하고 싶었다.
무계획의 워홀러라던 기용주 작가는 그런 사람이었다. 스스로 공부할 줄 아는 사람, 배움의 가치를 아는 사람, 사람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 계획을 무작정 짜고 성쥐하는 것이 아니라 앞을 내다보며 다음 수까지 크게 볼 줄 아는 사람, 어떤 일이나 환경에서도 배울 수 있는 사람이지만 그 일마저 주도적으로 선택해가는 사람이었다.
수많은 면접을 거치면서 자신에게도 도움이 되고 샵에도 도움이 되길 원했다. 외국인 노동자가 되어 의식주를 해결하고 새벽까지 5시까지 맥도날드에서 어학 공부를 병행하는 모습은 24살 청년의 모습으로 정말 기특했다. 언제나 맞벌이하시던 부모님 아래에서 외동으로 외롭게 컸지만 부모님의 성실을 이미 몸에 익혔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일들을 적극적으로 찾고 해결해 가는 모습을 보며 나의 경험은 '아기'에 지나지 않다는 생각마저 했다. 삶이 1000페이지 짜리 책이라면 나는 아직 머리말도 직접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은 아닐까 혼자 피식거리기도 했다. 그의 젊음과 두려움을 인식하면서도 지지 않고 파이팅 해가는 모습이 순수한 자극이 되었다. 그런 모습을 담은 이 책은 대학생 조카들에게 선물하고 싶다.
글로 읽는 여행과 사진으로 만나는 동서양의 18개국과 98개 도시 일본, 아일랜드, 영국, 네덜란드, 벨기에, 프랑스, 파리, 바르셀로나, 아이슬란드, 스코틀랜드, 독일, 오스트리아, 러시아 등의 많은 도시 풍경이 그의 시선으로 가득하지만 더 갈증 나는 풍경은 책 속에 QR코드로 영상이 안내되어 있어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 작가님 목소리는 의외였다. 24살의 기용주의 목소리라서 일까? 앳되고 앳되었다.)
이 모든 여행이 남긴 것은 수많은 기록이었다. 그는 모든 것을 멋지게 재편집 해냈다. 이걸 해내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제주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 중이다. 그가 모든 일과 여행에서의 배움을 알차게 써먹고 있을 노마드인제주 게스트하우스 탐난다. 누구보다 여행자의 마음과 노고, 절망과 실수 그리고 기대까지 알고 있을 주인장에 대한 리스펙이다.
그가 워커홀로 일했던 곳은 주로 음식점인데 그 이유는 장기적인 플랜이 이미 설계되었었기 때문이다. 그는 언어, 음식, 서비스를 배우고 싶었다.. 책에서도 직접적인 조언과 팁을 자세히 해주시는 이제 형이 된 그의 심성을 알 수 있었다. 무계획 워홀러의 900일 여행, 무엇을 계획하고 있어야 하고 무엇은 계획하지 말아야 하는지도 알게 된다. 그의 경험을 사보셔도 좋습니다. 그의 모든 태도를 배웁니다.
남들이 순리자의 삶을 사는 동안 역행해낸 이야기들, 여행이 다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당시의 불안했던 자신의 마음들도 도움이 되길 바라는 청년의 900일은 멋졌고 그저 추억을 쓴 것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인 작가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뿌듯해지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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