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자평] 저희는 이 행성을 떠납니다

저희는 이 행성을 떠납니다 - 제3회 틴 스토리킹 수상작
최정원 지음 / 비룡소 / 2023년 2월

단순한 선의에서 시작된 일이 ‘무지개’라 불리는 외계인 종족의 이주를 돕는 비밀스러운 임무로 바뀐다.
실력에 비해 꿈이 거창하다는 이유로 ‘껍데기만 멀쩡한 레알 찐 미친놈’라 불리는 원호​ / 너무 느리고 더디다는 이유로 외계인 취급을 받던 나래는 일상을 뒤흔드는 모험을 경험한다.

저희는 이 행성을 떠납니다

저희는 이 행성을 떠납니다 - 제3회 틴 스토리킹 수상작
최정원 지음 / 비룡소 / 2023년 2월

[ 저희는 이 행성을 떠납니다 ] 는 전국의 중고등학생 청소년 100명이 직접 뽑은 문학상, 제3회 틴 스트리킹 수상작이다. 표지 일러스트가 담고 있는 분위기가 이 소설과 참 잘 어울려서 자주 들여다보았다. 저 위 빛의 존재와 안고 있는 아기는 누구일까?​​

남산타워 위에 떠있던 거대한 우주선은 원호의 눈에는 어마어마하게 큰 시계에서 잘못 튕겨져 나온 톱니바퀴처럼 보였다.

그들은 인류가 수백 년 동안 상상해 온 그대로 인류보다 월등한 과학기술을 가지고 성계를 건너 지구에 도달했다. 하지만 그들의 목적은 인류가 수백 년 동안 상상해 온 것과는 전혀 달랐다.

그들은 침략자가 아니었다.

그들은 피난민이었다.

❤️ 영화나 책으로 접한 외계인은 보통 그랬다. 외계인이 지구 침략자인 경우는 거의 없었다. 외계인을 적으로 두고 싸우기만 하는 이야기엔 아무런 기대가 없기 때문이다. 그 대신 인간의 잘못으로 불모지가 된 지구의 구세주로써 외계인이나 새로운 행성이 등장하곤 한다. 그리고 최근엔 외계인들이 지구인들에게 도움을 청하러 오는 이야기를 많이 보고 있다. 시공간의 차이가 있지만 지구의 안녕히 다른 행성의 안녕과 연결되어 있는 형태로 하나의 생명체라는 것을 느끼게 한다. 이번 소설에서는 외계인이 피난민으로 등장하는 것이 의미 있었다. 전쟁과 더불어 지진으로 엉청난 피난민이 생겨난 지금, 그들을 보듬어야 하는 이유를 만나게 되지 않을까!

모 행성의 기상이변으로 인한 멸종을 피하기 위해 우주를 횡단한 그들은 지구에 도움을 구했다. 그것은 일종의 이민 요청이었다. 과학자들이 긴 시간을 들여 그들을 받아들이는 게 지구 생태계에 큰 악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자 본격적인 수용이 시작되었다. 속속 도착하는 우주선들을 전 세계가 나누어 받아들였고, 지역 곳곳에 이민자들을 위한 마을이 만들어졌다. 정부는 땅과 건물의 원주인들에게 충분한 액수의 토지 보상금을 지급했기 때문에 주민들의 호응도 나쁘지 않았다. 외계인들의 과학기술을 전수받아 국민의 삶도 더욱 윤택해질 것이라고 정부는 열심히 홍보했다.​

하지만 이후로 누가 보더라도, 사람들의 삶은 시시할 정도로 변화가 없었다.​

외계인들도 지구인의 외형을 완벽하게 묘사한 채로 거주구 안에서만 지낼 뿐이었다. 종족별 외계어 사전과 기초 회화책이 반짝 유행했다가 서점의 외국어 교육 서가 한구석으로 내몰리고, 별사건 없이 몇 년의 시간이 흐르자 사람들은 이제 좀 심드렁해진 상태였다.

원호와 나래 동네의 일부 어른들은 제외하고 말이다. 외계인 거주구가 곁에 붙어 있다는 이유로 이 근방이 재개발구역 선정에서 떨어졌다고 믿는 어른들은 언덕 위의 저 '미래 아파트'를 볼 때마다 이를 갈았다.​​

 

 

저희는 이 행성을 떠납니다

저자

최정원

출판

비룡소

발매

2023.02.14.

이게 다 무슨 짓인가 싶었다. 처음은 그냥, 아이를 하나 발견한 것뿐이었다. 주민센터에 데려다주고 집으로 돌아가서 라면 하나 끓여 먹은 뒤, 따뜻한 이불 뒤집어쓰고 끝내주는, 정말로 끝내주는 그 자작곡을 녹음하고 나면 그만인 하루였다. 왜 거기서 돌아 나왔을까. 왜 거기서 굳이 직접 데려다준다는 미친 생각을 해 버린 것일까.

그게 아니면 그냥 경비 할아버지나 아저씨한테 맡기고 그쯤에서 뒤돌아섰어도 되었을 것을 왜 또 집까지 올라가서 별로 관심도 없던 외계 종족의 비밀까지 알게 되고 아이의 무사 귀환까지 책임지게 되어 버렸단 말인가.

'그냥 튈까?' 번뜩 튀는 생각.

원호는 머리칼을 마구 헤집었다. 그건 아닌 것 같았다. 그것만은 틀린 것 같았다. 윤나래는 지금도 건물 구석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지구상에 홀로 남은 아기 외계인도 그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길 잃은 외계인 아기의 집을 찾아 주기 위해 나선 원호와 나래의 하루간의 모험을 담은 소설이다.

한순간에 보호자가 된 아이들이 보보라는 지구를 너무나 사랑하는 외계 아기의 무해한 시선을 통해 자기 자신과 깊이 마주하게 되고, 그 여정을 함께하는 친구를 응원하게 되는 과정이 단단하고 섬세한 묘사와 유머가 깃든 문장으로 펼쳐진다.

또한 다른 행성에서 온 이들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모습은 낯선 이웃과 타인을 바라보는 우리의 모습과 치환되며 지구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유명한 연예인이 동네에 살면 그냥 평범한 동네 아저씨, 아줌마 관계가 되고 동네 단골소님 되듯이 외계인이라는 존재를 우리 곁에 턱하고 놓아준 소설이다. 그러나 인간과 외계인 사이의 교류는 거의 없고 아무 일이 없는 상태로 불편한 관계로 전락하고 말았다.

나도 찡가 같은 부류가 아닐까?​

굳이 상대를 뒤지고 파헤쳐서 까발리는 부류들. 나와, 우리와 '다른' 점들을 필사적으로 찾는 녀석들. 그것을 가지고 크게 떠들고, 재미있다고 웃고, 함께 웃자고 강요하는 놈들. 그리고 기꺼이함께 웃고 즐긴 후에 가볍게 다음 목표를 지정하는 그런 인간들 자신의 행복을 위해 누군가의 평화를 깨야만 하는 사람들이 세상에는 있다.

❤️ 인간과 외계인의 공존이라는 것이 흔하지 않은 일이지만 있을 수 있는 일처럼 평범하게 그리는 동시에 섞이지 않는 경계를 보게 된다. 인간의 생각이 그와 우리들로 구분해버리고 인간들에게 특별히 도움과 이득이 되지 않는 이상 우리와 다르다는 이유로 혐오와 무시가 일어나는 걸 본다. 그러나 그게 전부는 아니다. 선의를 행하는 동안 겪게 되는 어려움에 처한 원호와 나래를 도와줄 좋은 어른도 등장한다.

갑자기 사라진

미래 아파트 외계인 이주민들

집에 가는 길을 잃고, 가족도 잃고, 마냥 이곳에 혼자 남겨졌는데 그 사실조차 모르는, 이렇게 한 아름에 들어올 정도로 조그만 아기.

보보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

그 암담함은 나래에게도 낯설지 않은 것이었다. 갑자기 온몸이 움츠러드는 것 같았다. 나래는 자기도 모르게 입술 안쪽을 잘근잘근 씹기 시작했다. 그저 반쯤 넋이 나간 얼굴로 아, 어떡하지, 어떻게 해야 하지? 하고 답 없는 질문만 날려 보내고 있는 원호가 부럽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p 82

단순한 선의에서 시작된 일이 ‘무지개’라 불리는 외계인 종족의 이주를 돕는 비밀스러운 임무로 바뀐다.

실력에 비해 꿈이 거창하다는 이유로 ‘껍데기만 멀쩡한 레알 찐 미친놈’라 불리는 원호​

너무 느리고 더디다는 이유로 외계인 취급을 받던 나래는 일상을 뒤흔드는 모험을 경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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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 사진도 몇 장 있었다. 몇 장 없는 실외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놀이터 나무 그늘 아래에 이름표를 단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옹기종기 모여 서 있었는데, 군데군데 빈자리가 보였다. 눈을 가늘게 뜨고 그곳을 노려보던 원호가 감탄사를 흘렸다. 빈자리가 아니었다. 그곳엔 눈에 보이지 않는 아이들이 서 있었던 것이다. 원호는 보보가 잔디밭에서 사라져 버렸던 일을 떠올렸다. 자기 추리력에 만족하며, 원호는 나래를 돌아보았다.

“무지개 능력이 투명해지는 거구나?"​

“빛을 마음대로 조절하는 능력이야."

“그래서 투명해질 수도 있지. 맞아."

p 85

❤️ 아이와 함께 읽어본 소설인데, 초5학년 아이는 아주 수월하고 재밌게 읽어갔다. 특히 원호라는 인물이 가진 요즘 냄새 풍기는 인물 설정을 마음에 들어 했고 원호가 만드는 노래에 공감을 많이 했다. 내가 낯설게 만나는 외계인을 아이는 SCP 친구들처럼 자연스럽게 느끼고 있어서 이것이 세대 차이구나 실감했다.

원호는 온라인 크리에이터였다. 채널명은 「송원호의 노래 만들기 우직한 제목 그대로 그의 채널은 그가 자작곡을 만드는 과정을 담은 영상으로 가득 차 있었다. 구상부터 음원 만들기, 녹음과 믹싱 과정까지. 작곡 송원호, 편곡 송원호, 녹음 송원호, 장소는 창고나 다를 바 없는 그의 방, 도구는 PC 한 대가 전부다.

가장 인기 있는 영상은 작년 학교 축제 때 자작 솔로 곡을 부르는 그를 찍은 것인데, 조회 수가 2,300대에 이르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히트가 채널의 번성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는 지독한 음치였던 것이다.

업로드한 영상수 24, 구독자 수 7.

그중 2는 부모님.

❤️ 평범성이 주는 공감대 형성에 성공했다. 원호와 나래의 모험이기도 한 '외계인 아이 보보의 집 찾아주기'라는 어떻게 되는지 또 제목처럼 왜 이 행성을 떠나게 되는지 까지를 함께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

원호의 입이 습관처럼 가사를 되뇌었다.

"나에겐 소원이 하나 있지.... ……."

아무도 관심 없는 나의 소원, 나의 꿈.

아무도 모르는 나의 이름.

친구야, 오늘은 내 말을 들어 볼래.

나는 너보다 공부도 못하고

나는 너보다 운동도 못하고

나는 너보다 춤도 못 추지.

웃지 마. 그래, 나는 노래도 못 불러.

❤️ 우리 각자는 있는 그대로의 나로 투명해질 수 있길 소망한다. 그것이 무지개 외계인의 투명해지는 능력으로 치환되는 연결이 좋다.

(출판사를 통해 책을 무상으로 지원받아 감사히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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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자평] 데들리 러블리

데들리 러블리 - 로맨스릴러 단편선
배명은 외 지음 / 황금가지 / 2023년 2월

친구들끼리 둘러 앉아 으스스한 이야기, 무서운 이야기 한 편씩 던지며 소리를 지르고 난리법썩이 되고마는 현장에 있는 것 같네요. 어디서 많이 듣던 이야기들이면서도 젊은 감각으로 새로운 브릿지를 연결하는 듯한 단편들입니다.

[100자평] 데들리 러블리

데들리 러블리 - 로맨스릴러 단편선
배명은 외 지음 / 황금가지 / 2023년 2월

아홉 편의 단편 모두 기대 이상이었고 각각의 여운이 남네요. 이상하죠? 글자를 읽을뿐인데 머리속에 가득해지는 이 영상들은 뭘까요? 참 재밌는 일입니다.

맛있는 디자인 포토샵 & 일러스트레이터 CC 2023

맛있는 디자인 포토샵 & 일러스트레이터 CC 2023 - 누구나 쉽게 배워 제대로 써먹는 그래픽 입문서 ㅣ 맛있는 디자인 시리즈
빨간고래(박정아).윤이사라(포완카) 지음 / 한빛미디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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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쉽게 배워 제대로 써먹는 그래픽 입문서로 초급에서 중급분들에게 적합한 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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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ver.me

❤️ 40대 주부가 일러스트,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호기심으로 시작해 보려니 낯설기도 한데 일단 차근차근 한 발씩 가보려고요. 뭐든 좋으니 하나씩 만들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입니다. 초등 5학년 딸이 파워포인트, 엑셀 자격증을 따고 나서 다음 단계로 같이 해보게 되어서 든든합니다. 제가 이해 못 하는 것과 딸이 모르는 것이 반반이라 함께 하니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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