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기 싫은 날엔 카프카를 읽는다 - 예술가들의 흑역사에서 발견한 자기긍정 인생론
김남금 지음 / 앤의서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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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기 싫은 날엔 카프카를 읽는다> 

답도 희망도 없어 보이는 ‘카프카스러운’ 날들을 그럼에도 살아내는 우리의 성실함이 결국 ‘나다운 나’를 찾는 가장 큰 무기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삶이 주는 책임의 무게가 버겁게 느껴질 때 회피, 좌절하는 것이 아니라 이겨나가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삶에서 자주 길을 잃어서 길치인 자신을 저주했지만 돌이켜보면 덕분에 생생한 삶에 한 발 더 다가서게 되었다는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어느 순간 길을 잃은 사람들에게 각자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는 긍정을 건내고 있습니다. 


우리가 아는 유명한 이름의 삶에도 우리가 마주한 것 이상의 어려움과 고비가 있었어요. 작가와 예술가의 작품으로 우리에게 알려지기 전에 그들의 '살아낸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책이 바로 이 책입니다.  그런 비화들이야 찾아보면 많겠지만 이 책에서는 저자의 오랜 여행 경험과 더불어 글, 영화, 강의 등으로 저자가 획득한 사유를 품고 있어서 맥락이 충실하고 그래서 감동이 있었어요. 실존 철학과 실존 문학에 끌리던 저는 이 책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참 좋네요. 


잘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갈팡질팡 할 때, 파리의 생계형 마감 노동자 오노레 드 발자크를 만난다면.


일이 마음에 안 들어서 이직하고 싶을 때, 발치사에서 이야기꾼이 된 위화를 만난다면.


약점이 발목을 잡을 때, 약점을 개성으로 승화시킨 클로드 모네를 만나다면.


마지못해 출근하는 하루하루가 고통스러울 때 프라하의 투잡러 프란츠 카프카를 만나다면.


지금 당장 이곳에서 달아나고 싶을 때, 궁핍한 직장인 어니스트 헤밍웨이를 만난다면.


반복되는 일상에서 의미를 찾고 싶을 때, 그때 조용한 파이터 빈센트 반 고흐를 다시 만나다면.


도파민에 도둑맞은 집중력을 찾고 싶을 때, 늘 돈이 부족해 글을 썼던 도박 중독자 도스토옙스키를 만난다면... 

어떤 생각이 들게 될까요? 



'그 어떤 때'라는 소제목들이 어찌나 와닿는지요. 우리가 마주한 수많은 상황에서 흔들리고 힘들 때 소란스럽지 않은 방식으로 조용히, 그러나 울림 있는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 책입니다. 독서모임 등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기 좋은 책이네요. 위대한 예술가들의 학문적 지식이나 의미보다는 그것이 내 삶에 들어오는 한순간이 더 중요할지 모릅니다. 



단지 그들이 그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한 인간으로서의 모습은 오늘 우리가 마주한 문제들을 안고 있어서 공감을 통한 위로와 응원이 됩니다. 프롤로그 읽을 때부터 끝까지 계속 새로운 발견을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답이 아닌 나를 찾았던 

예술가들이 전하는

내 삶을 긍정하는 인생 기술


카프카, 우리 엄마 같은 사람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게으를 줄 모르는 엄마. 책임 앞에서 한 번도 누군가의 뒤로 숨은 적이 없던 엄마에게 취미나 취향이 생길 겨를이 있었더라면 좋았을텐데. 그리고 그걸 적절하게 돕지 못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프네요. 다행히 카프카는 퇴근 후 자기방에서 글을 쓰며 스스로를 위안 했고 또 다른 카프카인 저를 위로했습니다.

헤밍웨이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잘 하는 일과 잘 해야 하는 일 사이에서의 고민과 갈등이 너무나 많죠.  <노인과 바다> 너머로 글 쓰는 일을 했던 헤밍웨이를 봅니다. 쓰고 싶은 글 즉 소설을 쓰느냐. 가족을 건사할 수 있는 월급을 받으며 직장인으로서 회사가 요구하는 글을 쓰느냐.  저널리스트로서의 헤밍웨이를 자세히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헤밍웨이를 다시 만났을 때는 그의 고뇌를 좀 더 이해하게 될 것이고 그의 소설이 무엇을 뚫고 나온 것인지에 대해 더 깊이 느끼게 될 것 같습니다.

바흐 음악에 대한 배경은 사실 처음 접했습니다. 직장을 옮기듯 소속 교회를 옮겨야 했고 고용과 피고용인의 관계에서 교회가 추구하는 음악을 꾹준히 생산 해야하는 현실적 환경에서 꽃 피워낸 깊은 세계였어요. 음악이 일이었지만 일로만 대하지 않았다는 걸 느낍니다. 적당한 긴장감이 성장 동력이 되었죠. 마치 제가 출판사에서 책을 받아 서평을 쓰는 것을 루틴처럼 가지고 있길 바라는 것처럼요.  읽고 싶은 책은 많고 막상 시간에는 쫒기지만 약속에 대한 책임 덕분에 책을 놓지 않고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좋은 루틴을 만들어준 것이 서평쓰기 였다는걸 알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독서를 사랑하는 애독가로 발전했듯이 교회에 소속되어 매주 음악을 만들고 주어진 일들을 해내며 최선을 다하고 성실히 살다 보니 음악의 아버지 바흐가 되었다는 것에 묘한 감정이입이 되며 인상깊었어요.  완전한 자유가 주어진다면 자유의 빛은 바래보이겠죠. 구속과 결핍이 새로운 도약을 만드는 것을 보며 바흐의 음악을 들으니 좋더군요.


p 121

회사에 다니면서 나의 전문성이 필요한 본 업무만 우아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

예술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처럼 일상의 감옥에 갇힌다. 다른 점이라면 예술가는 좋아하는 일을 하려고 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이다.


p 128

일상 쳇바퀴를 돌리며 생존에 온 힘을 쏟다 보면 기존의것을 바꾸고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데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사치처럼 여겨진다. 시간도 없고 에너지도 없다. 익숙한 것에서 벗어날 용기는 없다. 그저 일상 생활에 어울리는 몸짓을 하게 되고 생각도 틀에박힌다. 누가 봐도 생활인이란 몸짓 언어를 내보인다. 그렇더라도 아무도 가짜 삶을 살고 있지는 않다. 우리는 모두 진짜 삶을 살고 있다. 마음속에 가득 쌓인 불만과 우울도 진짜 삶이다.


고흐 조용한 파이터였다는 수식어가 이 시대의 N잡러와 일상 창작자들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것'에 대한 멘토가 되어주네요.  고흐가 마주한 고독의 깊이가 사물의 핵심에 도달하는 진정성이 되었습니다. 우리에게도 그게 무엇이든 일상의 좋은 루틴으로 만들어가는 자신이 있다면 우리 삶의 진정성은 스스로 느낄 수 있을거예요.

도스토옙스키 여러가지 스트레스에서 잠시 머리를 식히려고 시작했다가 빠져든 것이 있는지 돌이켜보세요. 그런 자신에게서 오히려 우울감과 자책감을 느낀적 있나요. 그렇다면 늘 돈이 모자라고 필요해서 궁지에 몰린채 집필 해야했던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악령>, <백치>를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도파민이 삭제한 잃어버린 것들을 좋은 습관과 몰입으로 다시 찾아내는 것으로 삶이 생산적으로 흐를 수 있길 바라봅니다. 



예술가들의 삶이 보내는 삶의 응원 어떠세요~ 그 응원으로 좋은 루틴을 가꾸며 성장하는 나로 거듭나보자구요!



( 리뷰어스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받아 감사히 읽고 솔직히 쓴 리뷰입니다.)



일상 쳇바퀴를 돌리며 생존에 온 힘을 쏟다 보면 기존의 것을 바꾸고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데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사치처럼 여겨진다. 시간도 없고 에너지도 없다. 익숙한 것에서 벗어날 용기는 없다. 그저 일상 생활에 어울리는 몸짓을 하게 되고 생각도 틀에 박힌다. 누가 봐도 생활인이란 몸짓 언어를 내보인다. 그렇더라도 아무도 가짜 삶을 살고 있지는 않다. 우리는 모두 진짜 삶을 살고 있다. 마음속에 가득 쌓인 불만과 우울도 진짜 삶이다.​

- P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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