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소설
한강 지음, 최진혁 사진 / 문학동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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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채식주의자> 뒤로 읽게 된 <흰 >이다. 소설이라고 쓰여있지만 하나하나 시 같은 느낌도 들었다. 읽다 보니 꼭 순서대로 읽어야 했으므로 소설로 남았다. 길지 않은 글인데도 많은 것이 담겼다. <흰>이 준 서사에 큰 감동이 일었다.

흰색을 모은 소설이다. 잔잔할 줄 알았으나 아니었다. 인생이라는 솥 안에 끓고 있었던 것들을 휘저어주는 글이었다. 가장 바닥에 가라앉은 것. 자꾸 타버리는 그것을 계속 저어준다. 파도가 존재하는 이유처럼 이 글이 존재한다. 흰색이 주는 의미. 고유의 색을 가지기 이전이기도 하고 색을 빛내줄 빛이기도 하다.

내 안에 잠들어 있고, 섞어 있던 것들이 무엇인지 그 빛으로 보게 한다. 방치되어 있다가 내 안에서 폐허가 된 곳을 확인한다. '아픈 상처에 소금' 쓰리고 아프지만 치료가 되는 게 있다. <작별하지 않는다>에서 상처를 찌르며 신경을 살려내야 했듯이 그 시작점까지 거슬러 온 기분이다.

천천히 읽었다. 장이 바뀔 때 흰 여백을 남겨주셨고 한두 장 가볍게 지나는 동안의 여운. 그마저도 세심했다. 그 틈에서 나를 본다. 끌려 나오는 내 모습이 있어서 함께 써둔다.

그런 메모가 하나하나 늘어나며 이것들이 파스처럼 느껴진다. 지금 엄청난 근육통을 앓고 있는 내게 붙여진 파스. 너무나 화해서 곧 떼어내고 싶지만 그 화한 곳을 느끼며 근육통을 이겨낼 것만 같다.

작가의 바램처럼 누군가의 죽음이 비껴나기를, 살아내기를 가득 염원한다.



한강은 자신의 작업들이 일종의 '질문'으로 받아들여지기를 원한다.

'이토록 폭력과 아름다움이 뒤섞인 세계를 견딜 수 있는가, 껴안을 수 있는가'

- [채식주의자] 2007

'삶을 살아내야 하는가, 그것이 가능한가'

- [바람이 분다, 가라 ] 2010

'인간은 근본적으로 잔인한 존재인가'

'삶을 살아내야 한다면, 인간의 어떤 지점을 바라볼 때 그것이 가능한가'

- [희랍어 시간] 2011

'내가 정말 인간을 믿는가, 이미 나는 인간을 믿지 못하게 되었는데, 어떻게 이제 와서 인간을 믿겠다고 하는 것일까'

- [소년이 온다] 2014

'왜 죽으면 안돼는거야?'

'어떻게 인간적 삶을 껴안을 수 있는걸까'

- 흰 2016

❤️ 폴란드 번역가 유스트나 나이바르

그녀와 한강의 만남은 마치 <작별하지 않는다>의 경하과 친구 인선과의 관계 같기도 했다. 유스트나의 초청으로 당시 14살 아들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살게 된다. 그리고 그 바르샤바에서의 시간들이 <흰>의 배경이 된 만남임을 알고나니 ( 흰 개정판 작가말을 통해 알게됨) 조금더 감정이 가시화 된다.

언니 - 아기 - 그녀

파괴되었으나 끈질기게 재건된 사람. 어머니가 낳은 첫 아기이자 두 시간만에 떠나간 만나지 못한 언니에게 은유된 많은 생명에게 '죽지 마라. 제발' 그렇게 말하고 있다. 그리고 고독과 고요 그리고 용기...

우리 안에 깨어지지 않고 더럽혀지지 않는, 어떻게도 훼손되지 않는 부분을 믿아야 했다. 믿자고 할 수밖에 없었다. - 한강

모든 질문들을 내 삶에서도 하나씩 만나가길, 세계의 폭력과 억압들이 순해지기를 바라본다.



당신에게 내가 흰 것을 줄게.

더럽혀지더라도 흰 것을,

오직 흰 것들을 보낼게.

더 이상 스스로에게 묻지 않을게.

이 삶을 당신에게 건네어도 괜찮을지.





삶은 살만한 가치가 있는 걸까?

한강. 한강은 글을 통해 자신을 씻어내는 중이리라. 우리가 기대하는 것들이 한강을 힘들게 하지 않았으면 한다. 아무도 그를 이용하려 하려들지 말고 놓아두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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