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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 빛과 물질의 탐구가 마침내 도달한 세계
그레고리 J. 그버 지음, 김희봉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4월
평점 :
보이지 않는
빛과 물질의 탐구가 마침내 도달한 세계
자연 철학의 재미를 알게 된 만남이다. 요즘 과학 책 왜 이렇게 재밌지? 문과인도 알아들을 수 있게 정말 잘 쓰시고 자연 철학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되면서 지금 쓰고 있는 모든 전자 기기들과 스마트폰이 더 귀하게 다가온다. 이 책이 과학 이야기를 이어가는 방식에 있어서 문학 작품도 많이 등장하는 이유는 상상이 시작이기 때문인 것 같다. SF 만화, 소설과 영화에 등장했던 상상들이 현실이 되어간다.
'보이지 않음'에 대한 상상력이 그리스 신화에도 등장한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는데 그래 맞다. 페르세우스의 강인한 칼, 거울 방패, 특히 투구는 보이지 않게 만들어주는 도구였다. 거울로 빛을 반사해 메두사를 돌로 만든 이야기가 어쩌면 광학의 시작이지 않을까. 그리스 신화의 변신이라는 것도 원래의 모습이 아니라 알 수 없게 만드는 것임으로 '보이지 않음'에 대한 것이 아닐까.
이 책에 언급되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보이지 않는 신사' , '보이지 않는 스파이', '보이지 않는 살인자', '투명 인간' 같은 소설 외에도 과학기술의 성장이 문학으로도 음악으로도 방대하게 표현이 되었다는 생각을 하니 무척 흥미진진해졌다.
보이지 않는 능력을 얻고 나쁜 짓을 벌이다가 망하는 이야기가 고대 설화 이래로 많았는데 보이지 않는 능력을 신의 선물이거나 마술의 결과 같은 상상의 장치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유령 이야기, 음악의 화음, 안경, 망원경, 천문학, 의학마저 '보이지 않는 존재'로 모두 만날 수 있었다. 2023년 우수 학술 도서로서의 존재감을 확인했다.
어쨌거나 인간은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보이지 않는 것을 가시화 하려 노력하지 않았을까? 어둠을 밝히는 일이 지금의 문명 사회를 이루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투명 인간이 된다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많이 하고 자란 세대이기도 하다. 보이지 않으면 규칙이나 질서에서 벗어나 비윤리적인 일들도 자유롭게 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으로 농담 삼아 지금은 하지 못하는 나쁜 일들을 말해본 것 같다. 또 한편으로는 보이지 않는 영웅, 천사가 되어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아주 어릴 때부터 투명 망토가 등장하는 동화나 만화를 보고 자랐는데 의외로 그런 것은 발명 되지 않았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나 석유 없이 가는 자동차, 달 나라에 가는 인간에 대한 SF적 상상은 많이 현실화 되고 발전한 반면에 말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생각하는 '투명'이란 것이 정말 구현하기 힘든 것이라는 걸 알고 나니 더욱 흥미로워진다.
SF 작가들이 이미 1850년대부터 탐구하기 시작했지만 과학은 60년이 지난 뒤에야 보이지 않는 세계를 따라잡기 시작했다. 19세기 초 많은 과학자들의 업적이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1704년 뉴턴의 [광학]이 출간된 뒤로 거의 100년 동안 지배하다가 빛이 작은 입자의 흐름인지, 소리 같은 파동인지 논쟁이 크게 생기며 많은 연구가 이뤄졌다. 빛은 입자와 파동의 이중성을 가진다.
학교에서 배웠던 빛의 파동과 굴절, 상쇄, 보강 등을 상기해 보게 되는데 쉽게 얻은 지식이 아님을 알게 된다. 인류의 큰 도약의 시점이었다. 인간의 시력을 교정하는 안경이나 렌즈, 망원경은 시작에 불과했다. 내가 쓰는 광파오븐도 병원에서 검사받는 엑스선, CT, MRI 와 양자광학에까지 이르면 실로 어마어마했다.
역사 책을 읽고 나면 오늘이 달리 보이고,
소설 책을 읽고는 다른 사람을 이해하게 되었는데
과학 책을 읽고 나서는 많이 것이 위대하고 감사하게 느껴진다.
출판사를 통해 무상으로 지원받아 감사히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