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뒤흔든 생각의 탄생 - 혼란의 시대를 돌파해 현대 경제 사회의 패러다임을 바꾼 11인의 위대한 생각들
송경모 지음 / 트로이목마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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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를 하다보면 배경 역사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감동은 고사하고 내용을 이어가기 조차 힘들어서 내가 왜 이걸 읽고 있지? 자괴감마저 들때가 많다. 그래도 계속 책을 읽어갈 수 있는 이유는 독서 여정의 지식 빈틈 사이를 채워주는 안내자 같은 책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내 독서 경험에만 비추자면 <낭만적 은둔의 역사>라는 책이 그랬고 이번 책 < 세계사를 뒤흔든 생각의 탄생>이 그렇다. 읽으면서 백지로 가득하던 공간이 채워지는 느낌이 좋았던 책이다. 이 책을 온전히 만나고픈 마음에 뒤로 미뤄지기도 했지만 이렇게라도 그 감상을 내려 놓는다.


패러다임이 바뀌는 순간, 그러니까 인간의 사고 방식 자체가 바뀌는 순간들이 역사에 있었고 그런 생각들을 해낸 위대한 11인을 만나는 동안 경제 사회도 함께 이해할 수 있는 책이다. 그동안 내게 모호하고도 모호했던 17세기,18세기의 패러다임을 느낄수 있었다. 의식이 성장 과정만큼 흥미로운 분야가 또 있을까 싶다. 종합적인 이해를 돕는 측면에서 올 해 최고의 책이었다. 아~ 머리통이 시원해지는 기분. 어렵고 부담스러워서 피해다녔던 경제철학과 사회철학 전반을 매끄럽게 여행할 수 있다.

몰라서 궁금할 수도 없었던 부분들이 시원하게 풀린다. 예를 들어서 단 몇 페이지만에 이런 궁금증들이 해결되는 것이 너무나 좋았다.

유럽에선 파티문화가 생긴걸까?

과학혁명 이후 자연과학의 성과가 가져온 의식의 변화가 있었다. 세련된 문화를 동경하고 깨끗이 정돈되고 아름답고 우아한 것들에 대한 동경이 사치문화로 발전했다. 지식에 대한 존경과 나이를 불문한 토론을 바탕으로 지식 교류의 장이 되었던 클럽과 공동체가 세속적인 유흥, 레저활동, 파티문화로 변질되어 갔다.

잉글랜드보다 스코틀랜드의 교육이 우월했던 이유?

스코틀랜드의 종교개혁 가들은 17세기 이후 교구 전역에 걸쳐 지역민의 기금 후원을 독려 하여 초등학교 설립을 대폭 확대 했다.

( 시기에 차이가 있겠지만 버지니아 울프에게 왔던 편지가 생각난다. 대학 재건 기금마련을 위한 후원을 청탁하던 편지는 꼭 이런 분위기였고, 울프의 통찰과 현답이 이젠 지워지지 않는다. 이런게 이곳에 찰떡같이 붙어 주는 재미에 독서가 신난다. )

이 제도로 17세기 스코틀랜드 사람들의 문해력은 급격히 향상 됐다. 1750년대 코틀랜드 성인 남성의 65%가 글을 읽을 줄 알았는데 이는 잉글랜드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었다.

( 우리나라가 문맹국을 벗어난 시기에 비하면 왜 우리가 배운 거의 모든 철학이 서양사상과 중국철학인지 슬프지만 이해가 된다. 게다가 우리의 고유성을 잃고 중단되어야 했던 식민지 체제로 우리가 잃은 시간의 크기가 얼마나 큰지 새삼 깨닫는다. )

17세기 이후 개신교가 강세를 보였던 네덜란드와 독일에서 공부하고 온 지식인들이 스코틀랜드 각 대학의 자리를 잡으면서 자연과학과 인문 학교 과가 강화 되었다.

무엇보다도 1708년 에든버러 대학에서 학감 제도가 폐지된 것이 큰 계기가 됐다. 이후 대학은 기독교적 세계관에 덜 구애받는 다양한 교과목을 개설하고 전 교수들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도덕 철학 과목이 개설 되기 시작한것도 그때부터였다.

18세기 이래 에든버러 대학은 학생과 교수 모두에게 형벌과 선택의 엄정한 시스템을 적용했다.결석 할 때마다 벌금을 납부 하거나 매일 오후마다 오전에 배운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쪽지 시험을 치렀다. 안주가 아니라 경쟁 속에서 지식인 사회를 선도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를 수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나이를 불문한 지식인에 대한 존중과 토론문화였다. 그것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대화하며 걷는 아테네 학당 의 분위기였다. 사변협회와 명사협회, 포커클럽 등 문필가와 지식인들의 교류가 활발해졌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서는 변질된 공동체로 인해 스코틀랜드의 문화가 쇠락하고 점차 지식 주도권은 잉글랜드로 넘어가게 된다.

( 애덤 스미스, 러셀, 데이비드 흄, 밴저민 프랭클린, 장 자크 루소 )


미성숙이란,

다른 주체의 도움을 받지 않고 내 자신의 이상을 사용할 수 없는 상태이다.

계몽이란,

자기 스스로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미성숙 상태에서 벗어나는 것.

- 칸트

어둠에서 밝음으로, 암흑어서 빛으로, 거진에서 참으로 인식이 이행하는 것.

- 마틴 빌란트



신의 은총 안에서만 살아가는 인간이기를 거부하고 자신의 이상을 통해 판단하고 행동하는 인간으로 재탄생 하는것을 의미 할 것이다. 이때 18세기의 계몽은 맹목적인 기독교 신앙에 대한 어떤 극복이 된다. 인간 본성에 대한 논거와 자유무역이라는 시스템, 그리고 자유로운 개인들의 능력이 모여서 이루어낸 새로운 패러다임이 된 것이다.

그 과정 뒤에 내가 만나본 니체도 탄생했고 소설 <데미안>도 탄생했을 것이다. 존엄한 개인으로의 여성의 권리도 확고해진다. 그렇게 버지니아 울프도 떠올리고 한나 아렌트도 떠올릴 수 있다. 그러니 내가 얼마나 신나게 이 책을 탐독했을지 선명하게 그려지시면 좋겠다. 도표로 나뉜 암기 과목이 된 세계사를 이렇게 만난다면 헤갈리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도 이 책은 적극 추천하고 싶어진다.

여기부터는 11인의 위대한 생각중 에서 1장 개인을 말한 애덤 스미스 얘기이다. 관련 책을 이미 접해보신 분들어게는 어떨지몰라도 내게는 가뭄의 단비같은 촉촉함이었고, 사막의 갈증을 잊게하는 오아시스였다. 그리고 나머지는 설명할 길이 없음을 이해해주시리라 믿는다. 일주일에 한 장을 성실하게 읽고 싶은 책이다.

지식을 갈망하는 사람들, 그리고 나처럼 경제 철학이 엄두가 나지 않던 사람이나 관련 공부를 하는 사람, 그리고 세상을 이해해보고 싶은 분들께 꼭 추천드린다.



❤️ 여기까지만 보더라도 인간이 쓴 역사는 신 못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패러다임을 바꾸는 생각을 하는 사람, 이 복잡한 체계를 만들어내는 인간은 생각할수록 신 이상이다...


( 출판사를 통해 책을 무상으로 지원 받아 감사히 일고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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