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게도 고맙다
김재진 지음 / 김영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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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은 몰라도 출판사마다의 기류가 있다.

내 얕은 경험으로는 김영사에서 출판되는 책 중에서 시집을 본 기억이 없다. 이번 책 <바람에게도 고맙다>는 시집이라기엔 '인문학'이고 인문학이라기엔 천상 '시'다.

그래서 내가 인문학을 접하던 김영사에서 볼 수 있게 된 책이라는 생각도 해봤다.

이렇게 전달될 수도 있는 거구나~

현실의 그림자를 살다 보면 가끔 외롭다.

먹고사는 일을 위해 감정을 소비하고 하고 싶지 않은 일도 해야 한다. 동시에 내 안에서 밀려나오는 하고 싶은 일들을 다시 주워 담아야 할 때마다 가끔 외로워진다.

고독해지고 싶은 시간,

나와 마주하고 싶을 때,

이 책을 손에 들고 혼자 앉아 있고 싶다.


시간과 공간의 사유가 시가 되었다.

죽음과 삶의 경계도 시가 되었다.

깨달음이 시가 되었다.

달을 보고 긴 미사여구를 붙이지 마

자꾸 어려운 말 끼워 넣지 마~

그냥 '길 위에 서서 달을 보았다'라고 해.

시적인 건 단순한 거야.

감동은 단순한 것으로부터 오는 법이야.

아는 걸 아는 만큼만 쓰고,

모르면 모른다고 말하는 데서 오는 감동이다.

이것이

이 시집 같은 에세이,

에세이 같은 시가 가진 결이다.



깊은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달을 향해 걷는 시인 김재진. 자신의 그림 속 달을 향해 나아가는 인물처럼 때로는 시로, 때로는 소설로, 때로는 그림으로 삶의 슬픔에서 발견한 아름다움을 그려내어 수많은 이들을 위로해온 그가, 자신을 위로해 준 상처와 위안의 기록을 담은 그림 에세이 <바람에게도 고맙다>를 출간했다.

시인은 오래 간직해 온 하고 싶은 말을 직접 그린 그림을 통해 전하며, “존재한다는 사실 하나로도 고맙고 벅찬” 순간들을 노래한다. 고요히 날아올라 묵직하게 내려앉는 시인의 독백은 우리에게 위로가 되고, 깨달음이 되고, 서로를 일으키는 사랑의 마음이 된다. 정목 스님, 유경희 미술평론가가 추천의 글을 붙였다.

책 소개





철학적 사유를 어렵지 않게

에두르지 않고 만날 수 있다.

벽돌 책 몇 권을 지나며 무거워진 마음을

가볍게 다독이는 명상의 시간

천천히 읽을수록 더 좋은 시간이다.

시만 다가오는 것도 아니다.

어머니의 임종을 계기로 시작한

그림이 글만큼이나

심플하면서도 오묘한 메시지를 남긴다.

이전에 몰랐던 한 사람의 인생이

한 권의 책을 계기로 열린다.

저자가 어떤 길을 걸어오셨을지

몹시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원체 철학적인 것,

형체가 없는 것을 좋아해서인지,

문학적으로 알려진 시들보다

정말 인상적이다.

일기장 구석구석 모호하게 남겼던 나를

이 안에서 선명하게 만나는 기분이라서

이해받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끌리는 이유를 찾을 필요 없었다.

P 116

사랑이라 믿었던 것이 사랑이 아니라는 사실을 감정의 물결이 지나간 뒤 깨닫는다.

상처 또한 마찬가지다.

상처라고 여긴 것이 사실은 성장을 위한 양식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아픔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다. 상처에도 향기가 있다.

<상처의 향기>

연민

깨어 있는 모든 것을 향해

자비와 연민의 마음을 보냅니다.

개도, 고양이도! 들판의 풀과 꽃도,

산천을 적시는 소낙비까지

살아 있는 것들은 다

슬픔을 멀리하고 행복을 구합니다.

고맙다. 살아 있어서 고맙고,

밥 굶지 않아서 고맙고,

크게 노래를 불러도 방해받지 않는

외딴 집이 있어서 고맙다.

저자가 찿은 마지막 답, 감사하는 마음을 읽는다.

나도 꼭 한 줄, 심각하거나 길지 않게 한 줄을 덧대어 함께 두고 싶다.

가지고 다니고 싶은 책이다.


(김영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감사히 읽고 주관적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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