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와 장자에 기대어 - 최진석의 자전적 철학 이야기
최진석 지음 / 북루덴스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지원 받아 감사히 읽고 주관적으로 쓴 리뷰입니다.



이번 책은 도가 철학의 석학 최진석 교수님의 최초의 자전적 철학 에세이다. <인간이 그리는 무늬>,<탁월한 사유의 시선>을 통해 인문학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된 바 있어서 이번 책도 매우 반갑게 기다렸었다. 그의 사적인 이야기들이 담기고 한국 사회와 문명을 함께 고민해 보는 이번 책은 '철학 하는 사람' 그 자체로 다시 한번 가슴에 새기는 책이 되었다.

❤️ 이 책이 우리에게 묻습니다. ❤️

당신은 누군가의 문화적 활동이 야기한 변화를 수용하기만 하는 사람입니까? 아니면 스스로의 생산적인 활동으로 단련하고 경계너머 '열리지 않은 곳'으로 한 걸음 내딛으며 변화를 야기하는 사람입니까?


별똥별을 보며 죽음을 자각하고 영원을 꿈꾸다

고등학교 1학년, 고향 집 마당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던 저자는 별똥별이 떨어지는 걸 보면서 불현듯 ‘내가 언젠가 죽을 수도 있다’ 사실을 자각한다. 그것은 불혹이 넘도록 그를 따라다니던 죽음의 공포를 갖게 된 계기였다. 그 후 저자는 줄곧 죽음 너머의 ‘영원’을 갈구한다. 그 갈망 끝에서 ‘인간이 존재 자체로 우뚝 설 때 별처럼 빛날 수 있’음을 깨닫는다. 

경계에서어느 순간, 방 안에 아무도 없었다. 두 세계로 나뉜 방 이쪽에 내가 있고 누나는 저쪽에 있었다. 나는 앉아 있고, 누나는 누워 있고.세상에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 왜 그랬는지는 이유를알 수 없지만 나는 병풍 뒤로 돌아갔다. 누나는 얇은 천을 발끝부터머리까지 올려서 이불처럼 덮고 누워 있었다. 지금은 그 천이 무슨색이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얇은 천인 것만 뚜렷하게 기억한다.천 끝을 손가락 끝으로 살짝 건드려 보았다. 그 사소한 긴장이 기억난다. 왠지 덥석 만지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러다가 엉덩이를 밀며달라진 세계조금 더 다가갔다. 한참을 앉아 있었다.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 그쪽세계의 사방을 둘러봐도 병풍으로 갈라진 것 외에는 달라진 것이없었다. 그렇지만 근본적으로 모든 것은 달라졌다. 달라진 모든 것은 온도에 담겼다.

분명히 기억나는 것은 방 하나를 병풍으로 갈라놨지만, 이쪽과 저쪽을 비교하면 저쪽이 이쪽보다 서늘했다. 달라진 모든 것이 온도에 담긴다면 혹시 이 세상은 온도의 기록이 아닐까?

p 63

❤️ 나는 아직 죽음에 대해서 깊은 슬픔을 느껴보지 못했다. 내게 조금 멀리 있는 죽음에 애도를 표할 뿐이었다. 나에게서 뭔가 빠져나간 느낌은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그 경계에 대해 느끼는 바가 아직 모호하다. 저자가 어릴 적 누님이 돌아가시고 같은 방에서 병풍 하나 사이로 마주한 죽음에 대한 자각이 그를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물음에 사로잡히게 했다는 고백은 공부가 무엇인지 의문을 품었기에 방황하게 되었고 보통의 공부는 할 수 없었다는 고백과 함께 깊게 와닿았다.

배움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무엇을 위한 배움이어야 하는가?

수많은 죽음을 직접 집행했음에도 이 죽음의 슬픔에서 멀리 있었던 사람이 있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다. 그는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가 "국가의 명령에 따른 것이 죄인가요?"라고 물었다면 한나 아렌트가 말한 그의 죄는 그런 행동에 대한 책임을 생각하지 않았던 죄이다.

죽음의 슬픔을 깊게 겪은 이들은 일찍이 죽음의 경계를 넘어서는 의식의 성장을 이루는 것 같았다. 신해철의 노래 <날아라 병아리>가 왜 그렇게 인기였는지 나는 어린 나이에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것을 이해하는 사람들은 많았다.





❤️ 최진석 님의 고백은 데미안을 보는 듯했다. 데미안에서 마주했던 두 세계는 누구에게나 존재하고 있고 내면을 들여다본 사람들이라면 자기의 알이 무엇이었고 무엇을 깨뜨리고 나와야 하는지를 어렴풋이 알게 된다.

데미안은 최진석 교수님이 <나를 향해가는 열 걸음>에서 소개한 열 권의 책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이보다 앞서는 장자가 있다. 인간이 자연과 문명이라는 두 세계가 겹쳐놓은 무대에 산다고 일찍이 2000년도 전에 가장높은 도를 깨달은 것이다.


가장 높은 사유의 단계라고 규정하는 철학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질문’하고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 ‘낯설게 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선진이 되고자 하면 앞으로 우리가 해야할 것은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자아가 이념과. 관념의 지배를 받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자유자재로 가지고 놀 수 있을 정도로 고도로 단련된 상태. 이것이 바로 창의적 활동이다.

고도된 단련된 상태로

미학적 높이에서

행위를 결정할 줄 안다는 것

상징의 사유 높이

창의는 익숙함이 부과하는 무게를 이겨내고 모르는 곳으로 과감하게 넘어가는 일이다. 모르는 곳으로 넘어가는 일에 '과감'이라는 단어를 붙인 이유가 있다. '모르는 곳’으로 넘어가는 일은 일종의 그험이자 탐험이기 때문이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모르는 곳'은 명료하게 해석될 수 없는 까닭에 항상 이상하고 불안한 곳이다. 위험한 곳이기도 하다. 위험한 곳으로 넘어가는 탐험과 모험이 시작되기 위해서는 언제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모든 창의가 아직 알려지지 않은 곳으로 넘어가는 일이라면, 그것은 철저한 탐험의 결과다. 장자의 '박 배'도 장자가 가지고 있었던 지식이 아니라, 그의 탐험 정신이 만들어냈다. 그 탐험 정신은 장자를 여기서 저기로 성큼 건너가게 했다.

탐험 정신이 살아 있는 문명은 강하다. 새로운 이론이나 지식이 생산되기 때문이다. 이것이 왜 문명을 강하게 만드는가? 문명은 생각이 만든다. 생각이 문명을 통제한다는 뜻이다. 인간은 문명을 확장하고 통제하는 매우 효율적인 생각의 얼개를 만들어내는데, 그것이 바로 지식이자 이론이다. 앎의 체계인 것이다. 당연히 지식이나 이론을 생산하는 문명은 통제력이 클 수밖에 없고, 통제력이 큰 문명은 강할 수밖에 없다. 반면에 지식이나 이론을 수입하는 문명은 종속적이기 때문에 주도권이 없어 강한 면모를 보이기 어렵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안다고 할 때, 보통은 어떤 것에 대하여 지적으로 이해한다는 것을 말한다.

p 101

인간의 존재적 의미는

내가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는 곳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아직 알려지지 않은 곳으로 건너가려 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펼쳐 나가는 존재이다

p 91

자신이 자신에게 경험케 하는 작은 승리

❤️ 내가 나를 위해 할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나의 호기심을 열심히 쫓아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었다. 그것은 나 스스로 개척해가는 나자신의 문명이다. 먹고사는 것 이외에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 인간의 사유, 문명의 사유를 경험해 보고 싶었고 나도 내가 가진 경계를 넘어보고 싶었다. 좋은 책을 통한 시공간 초월의 기회를 통해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을 내게 선물한다. 좋은 책은 생각하게 만든다.

낯설게 보기 위한 단초인 ‘호기심’이라는 작은 불꽃이 피어날 때, 인간은 비로소 세상을 객관적으로 보게 되고 거기서 새로운 지식과 이론이 생겨나 세계를 전략적으로 다루게 된다. 낯설게 보기라는 철학적 사유의 시작이 세계를 주체적으로 다루는 전략의 수립으로까지 연결되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철학적 사유의 시선을 갖자고 우리에게 적극적으로 권유한다.

사람을 그 사람으로 펼쳐 나가게 하는 힘은 욕망이고 금증이다.

사람은 모르는 곳에 집중한다.

그런 인간은 지치지 않는다.

모르는 곳에 관심을 표하지 않는 인간은 지친 인간이다.

p 92


철학이라는 학문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철학을 하는 것. 철학자 중의 철학자이다. 최진석 교수님은 철학이라는 학문 이전에 수없이 의심하고 고민하고 흔들렸던 존재의 시작점부터 보게 해주셨고 이 자전 에세이가 어느 철학서보다 철학에 가깝다고 느낀다.

“우리 삶의 목적은 무엇일까? 

그것은 자신 삶의 ‘별’로서 빛나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나아가 찰나적인 삶 속에서 영원을 경험하는 것, 그것이 삶의 목적이다.” 라는 저자의 말처럼 석학 최진석이 제시하는 빛나의 삶의 주인 되기와 철학의 시작점과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만큼 따뜻한 위로와 큰 가르침이 있는 책이다.

"자신이 어디에 있든, 어디로 가려고 하든 꼭 필요한 사유가 담긴 책입니다. 우리자신이 별이 되는 순간을 응윈하는 책이기에 어떤 경로로든 꼭 만나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by 모든것이좋아 - 책과 다이어리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아는 사람이 매우 적다.

그보다 더 슬픈 일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자신에게도 묻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p 94

탐험 정신이 살아 있는 문명은 강하다. 문명은 생각이 만든다. 생각이 문명을 통제 한다는 뜻이다.

문명은 아는 것을 바탕으로 하여

모르는 곳으로 넘어가려 하는

발버둥이다. 그것은 태도의 문제다.

p 101

자기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스스로 확인하는자는 그 순간의 영원을 함께 경험한다 자기 존재의 자각 순간과 영원이 교차하는 성스러운 자리다 p 107

극단적인 허무를 경험한 인격은 무한 변화와 확장을 보여주기도 한다. 허무와 무한 확장을 연결하는것은 하나의 독특한 능력이 아니라 검을 하는 기반 위에서 자는 인간이라면 반드시 가져야 하는 존재 적 명령이자 사명이다. p 108

우주는 원래 허무하다. 허무하게 생긴 우주의 존재 형식을 노자나장자는 '도(道)'라고 불렀다. 이런 도의 이치를 온전히 깨닫고, 그 이치를 자기화해서 구현할 능력까지 겸비하면, '득도(得道)’했다고 말한다. 우주적 삶을 살 수 있는 단계에 도달한 것이다. 이런 단계에 오른 자가 걸리는 것 하나 없이 일을 잘 수행한다면, '도통(道通)’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인간의 궁극적 사명은 득도하는 데에 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p 109

어떤 정치인이 당선과 진실한 봉사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당선은 진실한 봉사보다 구체적이고, 진실한 봉사는 당선보다 추상적이다. 이때도 당선을선택하면 도에서 멀어지고, 진실을 선택하면 도에 가까워진다. 모순적인 상황에서 '도'에서 먼 쪽이 보내는 유혹을 이겨내고, 가까운쪽을 선택할 때는 항상 용기가 필요하다. 이 용기를 발휘하여 '도'에 가까운 쪽을 선택하는 승리를 한번 경험하면 우리는 점점 우주적 삶의 경지로 이동한다. 결국 우주적 삶은 모순적 상황에 처한 매우 미미하고 고독한 주체가 용기를 발휘하는 그 찰나적 순간에서만피어난다. 이 용기가 '여기' 멈춰 있는 나를 '저기'로 건너가게 한다.이것이 깨달음이다. - p 111



분명히 기억나는 것은 방 하나를 병풍으로 갈라놨지만, 이쪽과 저쪽을 비교하면 저쪽이 이쪽보다 서늘했다. 달라진 모든 것이 온도에 담긴다면 혹시 이 세상은 온도의 기록이 아닐까? - P63

인간의 존재적 의미는 내가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는 곳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아직 알려지지 않은 곳으로 건너가려 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펼쳐 나가는 존재이다 - P91

자기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스스로 확인하는자는 그 순간의 영원을 함께 경험한다 자기 존재의 자각 순간과 영원이 교차하는 성스러운 자리다. - P107

극단적인 허무를 경험한 인격은 무한 변화와 확장을 보여주기도 한다. 허무와 무한 확장을 연결하는것은 하나의 독특한 능력이 아니라 검을 하는 기반 위에서 자는 인간이라면 반드시 가져야 하는 존재 적 명령이자 사명이다. - P10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