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노동 - 스스로 만드는 번아웃의 세계
데니스 뇌르마르크.아네르스 포그 옌센 지음, 이수영 옮김 / 자음과모음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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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노동을 말하지 않는 사회

가짜 노동이 진짜가 되는 사회


더 많은 일을 하면 더 많은 부를 누리게 되고 그 댓가로 자유와 휴식을 가지게 되리라 기대했던 사람들은 휴식이 아니라 더 많고 다양한 새로운 일들을 만들어 내며 더 많은 일을 하느라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기술 발전과 혁신이 예상과 달리 더 많은 일과 폭력, 전쟁을 낳은 것과 다르지 않았다. 이 책은 과잉 교육과 남아도는 지식 노동자를 양성한 노동 시장의 역사를 돌아보고 노동 시간 단축과 더 나은 삶을 위한 진보를 위해 성찰하는 책이다.

p 55

과거의 노동에 대해 살펴보면 한 가지 의미심장한 경향이 되풀이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누군가는 더 효율적으로 시간을 절약할 방법을 알아낼 때마다, 또 다른 누군가는 그 시간을 사용할 새로운 방식을 알아낸다는 것이다. 이런 경향에 대해 '지식 사회'와 '지식 노동자'보다 노동시장의 변화를 잘 살명하는 개념은 없다.

p 65

인간은 재량시간이 더 확보될 때마다 자신을 계속 분주하게 만들 새로운 방법을 생각해냈다. 심지어 실질적인 일에서 점점 멀어지면서도 노동의 속도를 늦추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반대로 실내에 틀어박혀 앉아서 일하는 더욱더 추상적이고 점점 더 이해하기 어려운 유형의 일을 하느라 결국 더 바빠졌다.


텅빈 노동의 네 가지 유형

빈둥거리기, 시간 늘리기,

일 늘리기, 일 꾸며내기

노동의 본질, 가짜 노동, 진짜 노동

이런 내용들을 접하는 것은 인간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 같았다. 사실 서문을 읽으며 아리송했던 것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서 엄청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재미로 다가왔다.

1부 에서는 우리가 왜 이렇게 많은 일을 하는지, 사라진 시간에 대해 지나친 노동량, 텅 비어가는 노동, 노동의 본질과 변화를 얘기하고 있고 무척이나 흥미롭다.

그리고 2부에서는 이 내용들이 조금 반복이지만 더 상세해졌고 가짜 노동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을 보며 노동의 의미를 일깨우고 가짜 노동의 의미도 묻게 된다.

3부에서는 잃어버린 시간과 의미를 어떻게 되찾을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알아보며 가짜 노동 문제를 어떻게 풀며, 일과 건강한 관계를 맺는 것이 인간에게 왜 중요한지 숙고해 보게 된다.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에서 보여주는 창조된 완벽한 유토피아 세계에도 은 존재한다. 또 유토피아를 위해 꼭 필요한 불균형이 계급과 계층을 나눈다는 것이 이 책을 읽고 나니 선명해진다. 그 일은 무엇을 위한 일이었던가? 를 돌아봤을 때 모든 불편한 감정을 잊게 하는 약 소마가 생각나는데, 표면적으로 스토리만 읽었던 올더스 헉슬리의 SF소설 [멋진 신세계]가 이 책을 통해 무엇을 풍자하고 있는지를 이제 알 것 같다.



자동화, 기계화, 대량 생산화,물질 만능주의, 획일화, 수직화, 계량화 등등 역사ㆍ사회학적인 연결고리가 이렇게나 많다는 것을 확인하며 다시 읽고 싶어지기도 했다.

뿐만아니라, 막스 베버, 테일러 등 교과서에서 보던 사회학 이론들이 이런거였어? 하고 다시 보게 되었는데 그것이 사회가 혁신을 겪으며 질문하고 고민한 결과였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며 좋았다. 그렇게 이 책 역시 책도끼가 되어 많은 밑줄과 메모를 품게 되었다.

산업이 변화하는 과정들을 키워드가 아닌 현실에서 대면해본 경험이었다.

농업에서 제조업으로 서비스업을 동반한 지식노동자를 지나 플랫폼 노동자가 생겨나기까지~ 산업혁명과 디지털혁명은 인간이 도구를 발견하고, 불을 사용하고, 화석연료를 발견한 순간들에서 비롯된다. 애플이 열어놓은 모바일 세상이 무슨 의미를 가지는지 이제야 소름돋는 순간을 깨닫는다.

이 책에서 일명 '화이트 칼라' 라고 부르는 지식 노동자의 탄생 과정이 숙력된 노동자를 밀어낸 자본주의 경제에서 비롯되는 것을 보는 과정은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내가 지금 시간을 써가며 해가고 있는 이 일들이 '가짜 노동'이라면? '진짜 노동'은 도대체 뭐지? 이렇게 저렇게 생각해보니 내가 진짜 일다운 일을 하는 시간은 하루 4시간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외의 시간은 일을 위한 준비나 일을 해야하는 나 자신에 대한 투자와 정비 시간이라고 봐도 좋을 듯 했다. 맛있는 음료를 준비하고, 점심 메뉴를 신중히 고르며 검색하고 출근할 때 입을 의복을 쇼핑하는것조차 일의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농업혁명 이후, 그리고 산업혁명 이후, 또 헨리 포드가 컨베어 벨트 시스템을 개발하면서 대량생산 시대를 가져온 이후 숙련된 노동자들은 떠밀리듯이 사무직이라는 지식노동자들이 되었다. 일이 좀 더 가시화 되고, 세련되게 관리되는 문서작업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고, 사무실에서 한 일이라곤 각종 보고서작업일지 등 을 작성한 프린트한 종이를 생산하는 일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 누구도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설명하는 사람이 없었던 시기가 있었다. 일을 체계적으로 더 많이 하기 위한 일과 이를 감시하기 위한 수많은 관리직은 과연 필요했을까?

직장 만족도가 낮아지는 이유

업무와 관련이 없는 일과를 보내는 사람들

바쁘지 않다는 말이 금기시 되는 사회

바쁜척 해야 하는 사회

할 일이 없는 직원의 괴로움

지겨운 일에 대한 공허함

나의 일이 무의미하다고 느껴질 때

이란,

그저 단순한 돈벌이와 생존 수단이 아니라

우리의 존재론적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다

한 회사에서 오래 일하고 고위 관리직이 된 이후에 10여년간은 아무일을 하지 않고도 매달 임금을 받을 수 있었다는 것을 고백하며 사회에 이슈화 시킨 이야기를 보면서 일을 통한 결실이 단지 돈이 아니라 만족과, 성취감, 성장 가능성이라는 것을 보게 된다. 그 당시 이 고백이 무척이나 충격적이었다 하더라도 지금은 더더욱 흔해진 일이다 보니 씁쓸하기도 하다.

자본주의 사회, 자본이 돈이 되는 사회, 무노동으로도 더 큰 자본을 끌어들이는 사회에서 과연 진짜 노동은 무엇인지 들어보고 싶다.

원시 사회에서 동물뼈를 손에 쥐어든 유인원은 처음 도구를 사용하게 되었고 도구를 통해 식수원과 생존에 필요한 것을 지키거나 빼앗기 수월해 졌다. 동시에 도구가 처음으로 무기화가 된 것인데, 이 같은 역사는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

인류를 위한 바이러스 치료제가 화학 무기로 변질되거나 대량 학살의 목적을 가지고 연구 발명 된다는 것은 인간 문명의 비극인 것 같다.





#함께 읽어서 좋았던 책​


은둔과 여가생활에 대한 역사를 보여준

데이비드 빈센트 저서 [낭만적 은둔의 역사]

이 책은 내가 벌써 여러 번 추천했던 여가와 은둔을 말하던 책인데 노동의 반대 선상에 있는 것 같지만 하나로 이어진다. 일과 여가의 밸런스를 중요시 여기며 '워라밸'이라는 말이 생겨난 것처럼 말이다.

❤️ 여가생활과 더불어 인간의 노동에 대해 깊이 성찰해 볼 수 있어서 매우 유익했고, 그 어떤 철학서나 경제서를 읽는 것보다 인간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감사히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과거의 노동에 대해 살펴보면 한 가지 의미심장한 경향이 되풀이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누군가는 더 효율적으로 시간을 절약할 방법을 알아낼 때마다, 또 다른 누군가는 그 시간을 사용할 새로운 방식을 알아낸다는 것이다. 이런 경향에 대해 ‘지식 사회‘와 ‘지식 노동자‘보다 노동시장의 변화를 잘 살명하는 개념은 없다.

- P55

인간은 재량시간이 더 확보될 때마다 자신을 계속 분주하게 만들 새로운 방법을 생각해냈다. 심지어 실질적인 일에서 점점 멀어지면서도 노동의 속도를 늦추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반대로 실내에 틀어박혀 앉아서 일하는 더욱더 추상적이고 점점 더 이해하기 어려운 유형의 일을 하느라 결국 더 바빠졌다.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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