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서, 마음여행 - 지친 영혼에 보내는 초대장
고경수 지음 / 책과나무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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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책을 읽다보니 안보이던 길이 보였다.

그러나 너무 많은 길과 이정표를 만나다보니 수많은 이 길이 더 힘들게 다가온다. 아는대로 느낀대로 따르지 못하고 몸과 마음이 따로 행하는 일들이 나를 더 괴롭힌다. 꿈과 현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하는 일 사이에서 흔들려본 사람들 앞에 펼쳐진 미로와 갈래길들을 오랜 사유로 친근하고 심플하게 만들어주는 좋은 책을 만났다.

많이 힘들고

많이 외롭고

많이 지친 당신께

이 작은 책을 바칩니다.

부디 이 곳에서의 여행이 당신께 추억이고

사랑이고 희망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앞서 나의 독서가 휘발성 짙은 자기위안으로만 끝나는 것 같다고 느끼는 마음이 달갑지 않았었다. 책을 통해 알게된 나는 지금의 나보다 하고 싶은 것이 참 많은 사람인걸 알았지만 돌아서면 여전히 그대로인 내 모습에 실망을 느끼기도 한다. 나 스스로 나를 무시하고 깎아 내렸다. 조금 더 외로워진다. 그래서 책을 멀리해보기도 하지만 나는 외로운 만큼 다시 책으로 돌아오곤 했다.

책을 읽을수록 부족해지고 갈증 나고 그런 이런저런 얘기들을 진하게 나눌 사람이 옆에 없다는 것이 현실과의 온도 차이로 느껴질 때면 함께 책을 읽는 독서 모임과 필사지기들을 끌어안게 된다. 그리고 이 책이 나와 동행해 주고 있다는 걸 느끼며 다시 찾아 든 반가운 마음에 조금 덜 외롭다.




저자 고경수. 윤리학 전공이수 후 철학ㆍ심리학ㆍ문학ㆍ사회과학 등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현직 고등학교 교사이자 브런치 작가, 블로거로 활동중이시다.

저자에 대해 아는바는 없었지만 글을 통해 알게 된 것은 그가 천상 사유하는 사람. 즉 철학을 말하기보다 철학하는 사람이라는 것과 시를 쓰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를 내마음으로 철학하는 시인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책속을 지나는 동안 니체, 쇼펜하우어, 스피노자, 틱낫한, 류시화 등 나도 강하게 끌렸던 철학자들과 시인을 만나며 괜히 반갑다. 나를 닮은 사람 그래서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을 만난 것 같아서 외로운 길에서 만난 귀한 동반자 같았다. 동행하는 동안 위로, 격려를 주고 받은 듯 했다. 그것이 개인적으로도 큰 기쁨이라서 책에 대한 얘기를 쉽게 하지 못하고 그 기쁨을 마음속에 뱅뱅 굴려가며 오래 가지고 있었다.

책을 읽고 늘 강력하고도 선명한 메시지들을 만났다. 그때마다 감탄하고 설레며 매번 진짜로 행하며 살게 되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득 품었던 날들이다.


철학하는 시인, 그 표현처럼

그의 사유들은 시로 표현되기도 한다.


왠지 나를 신나게 했던 책이라는 것이 이 책의 여운이다. 언젠가 나도 나를 관통했던 인생 키워드들을 사유로 정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늘 들었는데 이 책이 그걸 다 했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이대로 읽는자가 되어도 좋겠구나 생각했다.

(나 나름의 최대의 극찬이다.)


그가 짚어준 키워드들이 내게도 익숙했다.

욕망, 악의 모습, 무의식의 세계, 그림자, 완벽함의 고통, 절망과 희망, 자본주의, 효율성, 노동, 가사노동, 여행, 가족, 언어, 사랑, 상처, 존재, 치유, 비움, 희망, 시간, 몰입, 사유... 이것들과 우리의 동행. 점을 찍어둔 것들을 하나로 이어주는 책이라서 그렇게 좋았을까.

동행. 그 길에서의 외로움을 아는 사람.

비움. 책 속에서 좋은 문장들이 내 심장을 푹 찌르는 만큼 나는 스스로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나의 상처들이 더 이상은 문제 거리가 아니라 나의 성장 지점이라는 것을 알게 된 걸 감사하기 시작했다.

나는 책을 읽으며 스스로 긁어낸 상처들이 힘들기도 했지만 그만큼 말끔해져 가는 상처들도 있어서 또 행복했다. 그렇게 나와의 사이가 좋아지자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비워야 할 것과 채워야 할 것을 구분해내기 시작했다. 그래서 힘들었던 일들이 힘들지 않은 일로 바뀌어 있었다. 여전히 마주하면 힘들지만 이런 좋은 책과 함께라면 계속 가볼 수 있다.


파동. 울림.

지금껏 읽은 책들을 나에게만 의미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의미 있는 방식으로 정리해보는 것이 꿈이라면 이런 책을 쓰면 좋겠다. 나의 울림이 여울져 가닿은 누군가가 더 큰 울림을 만들어내길 바라는 마음이 가득한 책이었다.

저자에겐 아직 전할 울림이 많아서 현재 진행형 미완성일지 몰라도 누군가에겐 이것이 완성의 모습일 것 같다. 언젠가 죽기전에 완성하고 싶은 책을 이렇게 만나고 보니 속이 시원했다.


동행, 동반자, 동지라는 말을 들을 때면 사람의 눈빛이 먼저 다가옵니다. 계산적인 이성이 아니라 서로의 꿈을 진심으로 다독거리며 어루만지는 그 눈빛.



우린 늘 ‘동반자‘인 누군가를 찾습니다. 외로워서 찾고 힘들어서 찾고 눈물이 나 찾습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동반자는 늘 멀리 있습니다. 주변은 늘 어둡고 계산적인 듯 동행할 사람이 쉽게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잠시만 빈 마음으로 다시 주변을 돌아보면 다 해결됩니다. 주변의 동반자가 없는 것은 어쩌면 자신의 마음이 너무 닫혀 있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내가 먼저 누군가의 동반자가 되고자 할때 비로소 동행할 누군가가 곁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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