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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죄송합니다 - 왜 태어났는지 죽을 만큼 알고 싶었다
전안나 지음 / 가디언 / 2022년 3월
평점 :
절판
제목이 너무 아프다, 아동학대 트라우마를 벗어나려 노력해온 한 사람의 삶이 차라리 소설이기를 바랐다는 백영옥 작가의 추천사도 잊을 수 없다. 또, 그녀가 기억하는 첫 번째의 따뜻한 스킨십이 목욕탕 '세신'이었다니, 그녀를 안아주고 싶은 마음에 목이 메인다.
5살 때까지 고아원에 살았던 김영주를 뒤로하고, 전안나로 양부모에게 입양되어 27살까지 학대를 받으면서도 양모를 케어하고 금전 적으로 상납하며 온갖 모멸을 당해야 했던 현직 사회 복지사이자 작가가 된 전안나는 가정폭력 전문 상담가이자 아동 인권 강사이며 두 아이의 엄마다.
이미 [1천 권 독서법], [기적을 만드는 엄마의 책 공부]등으로 알려지셨지만 그런 저런 이력의 편견없이 이 책을 만났고 먹먹하다.
저자가 받은 상처들이 내게는 하나도 없던 일인데 그럼에도 그 아픔들이 무엇인지 나는 알고 있는 듯 했다. 그래서 이상했다. 같은 경험을 가진 독자 뿐 아니라 나도 위로해주고 있는 이 책에서 나는 무엇을 보고 있는 걸까?
이렇게 깊게 아프지 않았다해도 우린 언제나 많은 이유로 아팠고 외로울 수 있구나. 피해자 뿐 아니라 가해자도 공감하려 용기 냈던 글이라서 더 아프다.
책에 기대어본다는 말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게 됐다. 이 책을 공감하는 동시에 우리도 공감 받으며 함께 치유해보는 시간이다.
p 54
나의 가장 큰 상처는 엄마였다.
나는 엄마가 넷이다.
낳아 준 친엄마,
키워 준 양엄마,
남편의 시엄마,
양아버지와 사실혼 관계인 새엄마까지,
나는 엄마가 넷이지만 진짜 엄마는 없다.
나는 그 어떤 엄마와도
좋은 부모 - 자녀 관계를 맺지 못했다.
뉴스를 보며 가장 화가 나던 순간은 전쟁도 아니고, 길게 이어진 산불도 아니었다. 아동 학대 뉴스. 어린이집, 유치원, 더욱이 가정내에서의 양부모나 친 부모에 의한 학대 뉴스는 가장 나약한 상대를 향한 폭력이기에 접할 때마다 명치가 뜨거워진다. 믿을 수가 없다. 그런데 그게 뭔지 알 것 같다.
원망과 복수를 수없이 꿈꾸었으나 실행하지 못하던 저자는 안과 밖에서 다른 모습으로 살았고 나중에서야 그 간극을 독서로 채울 수 있었다. 독서에 기댔고 책으로 자신의 상처를 공감받으며 치유할 수 있었다. 상처입은 자신이 누군가의 우산이기를 바라게 되면서 더 깊고 아픈 얘기들을 꺼내야했을 때 얼마나 아팠을까? 그걸 생각하면 쉽게 읽을 수가 없다.
이 책은 구성이 독서에세이다. 전안나님을 치유했던 책의 영혼이 저자의 경험에 녹아들며 꺼져가는 삶을 다시 깨우고 희망하게 된 순간들의 모듬이라서 아프다. 동시에 책은 이렇게 만나야하는구나~ 다시 깨닫는다.
어머니로부터 태어난 모든 이가 이 책을 읽었으면 하는 마음. 원가족에게 깊게 뿌리 내리지 못하고 겉도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좋겠고 스스로 일어서는 삶을 응원하겠노라 말해주고 싶다.
(책은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 받아 감사히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가족에게 소속되지 못하고 거부당한 경험을 반복하는 사람은 자기 정체성과 자존감에 상처를 입는다. 제대로 채워지지 못한 욕구들의 상실을 슬퍼하는 것이야말로 치유의 시작"이라기에 나는 강제로 치유를 시작했다.
나는 내 정체성이 무엇인지 몰랐다. 과연 나에게도 자존감이라는 것이 있었을까?그렇게 나는 친부모에게 버림받은 것도 모자라서, 양부모에게 또다시 거부당한 기억을 안고 너덜너덜한 정체성과 자존감을 움켜잡고 살아가고 있다. - P60
긴 시간을 돌아서, 수많은 공부를 하고 나서야, 엄마를 알고 싶어서 시작한 이 공부의 끝이 바로 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에게 큰 영향을 끼친 네 명의 엄마를 뺀 나는 누구인가?‘를 생각해 보니, 결국 나는 나 자신이었다. - P61
지금이 내 생애 가장 행복한 시기이지만, 행복하면서도 때때로 우울해진다. 원인 모를 태생적 우울함이 자석처럼 나를 우울의 중심으로 항상 끌어당기는 기분이다. 어린 시절 공기처럼 내 주변에 머무르던 우울함이 한 번씩 나를 찾아와 감싼다. ‘접촉성 피부염‘을 볼 때마다 자살을 시도했던 중학교 2학년 여자 아이가 되는 기분이다. 무엇보다 나를 가장 우울하게 하는 것은 ‘자기 연민‘이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결핍에서 오는 감정은 나를 그냥 행복하게 두지 않는다. -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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