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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황보름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2년 1월
평점 :
품절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매일은 아닐지라도 자주는 아닐지라도 우리에게도 지금의 내 삶이 '그것으로 됐다'는 걸 알아채는 순간이 찾아 오곤 한다. 초조함과 조급함이 사라진 그 순간엔 최선을 다해 여기까지 온 내가 그저 대견하고 실은 꽤 마음에 든다. 이런 소중한 시간들이 모인 곳이 휴남동 서점이라면 더 많은 분이 더 자주 저마다의 휴남동 서점을 그려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쉴 휴로 시작하는 이름이어야 했던 서점. 그렇게 휴남동 서점이 되고 영주는 서점에 앉아 삶의 무게를 다시 한 번 느꼈고 다시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고 싶은 책이 있다면 이 책이지 않을까?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 아프게 한 시간들이 있었다면 그때 다하지 못한 말들을 대신해줄 수 있을 것 같은 책입니다. 오늘 무엇을 위해 똑같은 일을 시작하고 있는지 묻고 있다면 따뜻한 답을 들을 수 있을거에요.
책속에 나도 있지만, 어느덧 의지하고 사랑하게 된 사람들이 함께 했고 사랑하는 공간, 사랑하게 될 공간 속에서 만난 행복한 상상을 했네요.
책과 인생에 관한 이야기들이 모조리 진정성이라 한순간도 놓치기 싫었던 휴남동 서점의 사람들의 이야기가 우리를 이렇게 따뜻하게 만드는 이유를 만나보세요.
그리고 길게 이어진 필사와 문장 수집이에요.
덜어낼 수 없었던 필사와 나다운필사 멤버들의 필사 속에 숨은 우리의 이야기들까지 이어보니 이 책의 진가를 알겠더군요.
한 사람은 결국
하나의 섬이 아닐까 생각해요.
섬처럼 혼자고 섬처럼 외롭다고요.
혼자라서, 외로워서...
나쁜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 내가 섬이고 타인도 섬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이어갈 수 있는 것 같다. 나만 섬인줄 알고 두려워하던 마음들이 섬과 섬을 건너다니며 익어가고 성숙하고 비로서 사랑으로 뿌리를 내린다는 것을 알아간다.
한 공간을 사용하며 침묵이 나와 타인을 함께 배려하는 태도가 될 수 있다는 걸 배웠다. 어느 누구도 상대의 눈치를 보며 일부러 말을 지어낼 필요가 없는 상태. 이 상태에서의 자연스러운 고요에 익숙해지는 법 또한 배웠다.
♡ 침묵하고 있어도 불편하지 않은 사람, 상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를 생각하느라 끝없이 나를 소모시키지 않아도 되는 관계라면 서로를 들여다보는 것이 침묵속에서도 더 수월하겠지!
난 사람들이라서 결국 보통 사람을 대변한다고. 우린 다 어긋나 있어서 서로 부딪치다 보면 상처를 주고받을 수밖에 없는 거라고. 그렇다는 건 너도 보통 사람이라는 거잖아.” 지미가 독백처럼 말을 이었다. “우리가 다 그런 거지. 다 해를 끼치고 살지. 그러다 가끔 좋은 일도 하고.”
♡ 나라는 존재가 나에게나 좋지 남에게는 정말 영~ 아닐지도 몰라. 자기 자신을 사랑할줄 알면서 남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는 사람. 기왕이면 선한 영향력 한 방울이라도 거름이 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좋겠다.
P 195
“하루 중 이 시간만 확보하면 그런대로 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야. 우리 인간은 복잡하게 만들어졌지만 어느 면에선 꽤 단순해. 이런 시간만 있으면 돼. 숨통 트이는 시간. 하루에 10분이라도, 한 시간이라도. 아, 살아 있어서 이런 기분을 맛보는구나 하고 느끼게 되는 시간.”
♡ 가족들과 함께 하는 삶속에서도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내 삶의 숙제 같았다. 나의 퀘렌시아를 찾아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이야말로 숨통 트이는 시간이고 감사히도 그런 날들이다.
P 205
그러자 갑자기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느낌. 휴남동 서점을 처음 찾은 날 받았던 느낌이었다. 왜 이런 느낌이 또 드는 거지. 정서는 이 집에서도 자기가 받아들여지는 것만 같다고 느끼는 자체가, 이 느낌을 자기가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자체가, 놀라우면서도 슬펐다. 하지만 그녀는 이 슬픔이 좋은 슬픔이라고 생각했다. 이제야 무엇이 문제였던 건지 이 감정을 통해 확실히 알게 되었으니까.
♡ 이 공간에서 이방인이 아니라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안정감의 느낌. 보호받는 느낌. 그래서 하나라는 느낌은 행복에 가깝다. 그리고 그 반대의 경험은 매우 씁쓸하고도 외로울 것이 분명했다. 소중한 것을 마주했을 때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을 '놀라면서도 슬펐다'라고 표현해서 많이 공감했다.
책이 우리를 다른 사람들 앞이나 위에 서게 해주지는 않지만 대신, 곁에 서게 도와주는 것 같아요. 그리고 책은 기억에 남는 것이 아니라 몸에 남는다. 기억 너머의 기억에 남는다.
♡ 꽉막힌 나를 다른 사람 곁에 설 수 있게 책이 도와준다는 말이 절실하게 와닿았다. 계속 계속 그런 방향이기를 바라게 된다.
♡ 단추 구멍부터 마련해두고 단추를 만들게 자리를 내어주는 사람, 아구~~ 멀어 보이는데, 나도 될 수 있을까 ~~ 내 단추 구멍 찾느라 늘 버거운 나를 친절하게 나무라고 알려주는 고마운 멘토였다. 그래서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하는 휴남동 서점이었다.
마땅히 해야 하는 일들에서 벗어나면 어떤 일을 하며 살게 될지 궁금했다 자신의 일과가 자연스럽게 흘러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 등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했다.
♡ 이제껏 해오던 것들이 내 삶의 방향이 되었다. 나는 이 방향성과 규칙에서 벗어나 다른 것을 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을까? 그런 필요성을 강하게 느낄 수 있을까? 많이 궁금해져 간다.
내 남은 인생 앞으로는 어떻게 살 것인가? 나의 수레 톱니바퀴가 이대로 평생 별탈없이 똑같이 흘러간다해도 그렇게 사는 것이 맞는 것인지 모르겠다. 언젠가는 중심을 잃었다가 새로운 바퀴에 적응하게 될 나도 있지 않을까? 내가 올라탄 파도가 가라앉으면 가라앉지 않기 위해 다른 파도에 올라타야 하겠지?
♡ 우리 평범한 사람들의 고민, 평범한 사람들로부터의 위로가 가장 깊은 곳의 상처를 치유하곤 해요. 이 책이 그런 모습들을 얘기하고 있어서 여운이 깊다.
저는 많이 부족하고
이기적인 사람이지만
이곳에서 일을 하며
조금씩 좋은 사람이 된 것 같아요
이 고백이 내게도 위안이 되고 다시 힐링이 되더라. 억지로 다짐하고 노력해야 좋은 사람이더라도 좋은 사람 맞다는 격려가 되더라. 계속 더 좋은 사람이고 싶게 하는 책을 만나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더 좋았다.
"네가 저번에 그랬잖아. 소설 주인공은 다 조금이나마 어긋난 사람들이라서 결국 보통 사람을 대변한다고. 우린 다 어긋나 있어서 서로 부딪치다 보면 상처를 주고받을 수밖에 없는 거라고. 그렇다는 건 너도 보통 사람이라는 거잖아." 지미가 독백처럼 말을 이었다. "우리가 다 그런 거지. 다 해를 끼치고 살지. 그러다 가끔 좋은 일도 하고." - P103
"하루 중 이 시간만 확보하면 그런대로 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야. 우리 인간은 복잡하게 만들어졌지만 어느 면에선 꽤 단순해. 이런 시간만 있으면 돼. 숨통 트이는 시간. 하루에 10분이라도, 한 시간이라도. 아, 살아 있어서 이런 기분을 맛보는구나 하고 느끼게 되는 시간."
- P195
그러자 갑자기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느낌. 휴남동 서점을 처음 찾은 날 받았던 느낌이었다. 왜 이런 느낌이 또 드는 거지. 정서는 이 집에서도 자기가 받아들여지는 것만 같다고 느끼는 자체가, 이 느낌을 자기가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자체가, 놀라우면서도 슬펐다. 하지만 그녀는 이 슬픔이 좋은 슬픔이라고 생각했다. 이제야 무엇이 문제였던 건지 이 감정을 통해 확실히 알게 되었으니까. - P205
"서점에서 일을 하는 동안 전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된 것 같아요. 책에서 배운 것들을 상상 속에서만 저울질하는 것이 아니라, 이 공간에 적용하기 위해 노력했거든요. 저는 많이 부족하고 이기적인 사람이지만 이곳에서 일을 하며 조금씩 더 나누고 베풀고자 했어요. 네, 전 나누고 베풀자고 굳게 다짐해야만 나누고 베풀 수 있는 사람이에요. 원래 태어난 바가 품이 크고 너그럽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으니까요. 이곳에서 생활하며 저는 ‘앞으로도’ 계속 더 좋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할 거예요. 책에서 읽은 좋은 이야기들이 책 속에만 머물러 있지 않게 하고 싶어요. 내 삶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도 남에게 들려줄 만한 좋은 이야기가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 P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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