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으로 가출한 사서 - 2022 대한출판문화협회 청소년 교양도서 일상의 스펙트럼 8
김지우 지음 / 산지니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삶의 기억 중 많은 부분이 도서관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어쩌면 그럴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책을 좋아했다.

주말이면 도서관을 갔고 집을 뛰쳐나가서도

도서관을 찾았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사이즈의 책이라 부담 없이 시작했어요. 제목도 재밌었죠. 도서관으로 가출해 본 이력이 있는 저자는 도서관이 좋아서 책이 좋아서 결국 출근도 도서관으로 하는 사서가 되었어요.

덕후 기질을 자신에게 온전히 받아들이고 활용해서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일이 된 사람에게서 듣는 도서관 이야기들이 다른 이야기를 보태거나 문학적이지도 않아도 재밌어요. 자주 가는 도서관 사서님의 이야기를 듣는 듯 왠지 익히 알고 지낸 사이처럼 친근했던 것은 도서관이 얽힌 이야기라 그런 것 같습니다. 누구보다 도서관이라는 공간 자체를 사랑하시는 분이세요.


이 책이 도서관을 찾는 사람들의 에피소드와 인생 이야기를 담았거나 그렇지 않고요. 책에 대한 이야기보다 저자가 학창 시절 자주 찾던 도서관에서 출발해 문헌정보학과를 나와 도서관 사서가 되고 자기의 철학과 방식으로 도서관의 이벤트와 행사를 기획하면서 사람들에게 가까운 도서관이기를 바라는 마음 그대로가 담겨 있습니다. 책이 널리 다양하게 사랑받길 원하는 마음은 국회도서관 국민제안 최우수, 도서 진흥 자원활동가로 서울 시장 표창을 받을 정도로 찐 도서관 애용자이자 도서관 문화를 이끄신 분이라 느껴지네요.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면서도 도서관에 대한 뒷이야기들이 궁금하신 분들이 읽으시면 재밌으실 거예요. 제게도 다양한 도서관의 추억이 있어요. 고등학생 때 시립도서관에서 쪽지 인사로 끔찍한 시험을 앞에 두고도 설렐 수 있었던 삶의 재미를 만난 앙큼함이 있었고 대학교 도서관은 낭만보다는 치열함, 엄마가 되고 아이 손을 이끌고 찾은 도서관은 저의 의무감이기도 했죠. 그리고 이제서야 나를 위한 독서가 재밌어진 저는 도서관 강연과 상호대차 덕을 톡톡히 보고 있어요. 여러분의 추억 속 도서관은 어떠신지요?

도서관을 집처럼 편안해하셨던 분들이 계실 거예요. 아쉽게도 코로나가 발길을 무겁게 한 것도 사실이고요. 전자서점 앱이 유행하고, 독립서점이 감성을 채워주고, 인터넷 중고도서 구매도 자주 이용하다 보니 도서관으로 향하는 길이 확실히 줄긴 했지만 도서관 하면 낯선 여행의 시작처럼 여전히 설렘입니다.

일상의 스펙트럼이라는 기획의도를 가지고 한 손 사이즈로 부담스럽지 않은 책은 하루의 휴식을 주네요.



(책은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받아 감사히 읽었고 솔직한 리뷰입니다.)

도서관에 근무하는데 주말에 또 도서관으로 놀러 간다고 하면 친구들은 나를 정말 책에 미친 사람으로 쳐다본다. (…) 도서관이 뭐 다 똑같지, 뭐가 달라! 그러나 일할 때 마시는 커피와 주말에 친구들과 즐기는 커피가 다르듯 도서관도 매력이 다 다르다. - P107

문학전집이라고 해서 그 책들이 꼭 다 읽어야 하고 다 좋은 책일까? 비교적 어린 나이에 소설가란 진로 선택을 하였던 나는 남들이 읽지 않는 고전도 다 읽어야 한다는 열띤 사명감에 불탔고 민음사 전집을 초등학교 때 거의 다 읽었다. 당연하지만 읽어도 무슨 소린지 모르면서 그저 읽는다‘에만 심취했었다. 그 증거로 나는 아직도 차라투스트라가 뭐라고 말했는지 모른다.연령을 고려하지 않은 책 추천이 이렇게 위험하다.

- P134

독자의 취향이나 연령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추천도서는 있을 수 없다. 누구에게나 좋은 책이란 존재할 수 없다. 그림도, 영화도, 노래도 예술 작품이 다 그렇다. 성별에 따라, 연령에 따라, 혹은 본인의 경험에 따라서 다르게 느낀다. 한 번에 취업이 되는 행운을 누리지 못했더니 영화 엑시트가 심금을 울리고, 짝사랑을 실패로 끝내보니 이적의 〈빨래〉가 그렇게 슬프게 들린다. 만약 이 둘에 대한 선행 경험이 없었다면 감동은 덜했을 것이다.

- P135

책 또한 감상을 위한 순간이 있다. 초등학교 때 별로였던 『데미안은 중학교에 들어가서 다시 읽으니 재밌었다. 성인이 되어 읽으니 지루하다. 데미안은 자신의 껍질을 깰까 말까 고민하는 시기에 읽어야 재미있다. 자기가 무슨 온실에 있는지도 모르는 화분 속 씨앗이나, 이미 온실 밖으로 나가서 세상 다 산 성인에게 데미안은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 - P136

공공도서관을 북카페라고 이름 짓는 걸 보며 시대의 변화를 느낀다. 도서관은 어쩐지 구식의 향기가 풍겨져 온다. 그에 반해 북 카페는 커피 향기가 난다. 도서관에는 안경을 끼고 무거운 가방을 메고 온 20대 취준생이 있을 것 같은데 북 카페에는 30~40대 사람들이 여유를 가지고 커피를 마시고 있을 것 같다. 이렇듯 도서관은 이름이 변할 뿐 아니라 외관 또한 예뻐지고 있다. 포토존을 꾸미는 곳도 많고 인테리어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 예쁘게 꾸민 도서관은 꽤 괜찮은 포토존이다. 예쁜데 화려하지 않아서 부담스럽지 않고, 감성은 충만한데 또 지적으로까지 보인다. - P13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