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치는 듯한 대화와 묘사 속에서도 날카롭게 표현된 심리들을 바라보며 40대 중반의 부부의 세계와 사랑을 다시금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안나가 같은 여자로써 돌리를 위로하는 모습은 굉장히 이싱적이면서도 침착하고 공감을 잘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요. 그래서 더욱 안나가 이후에 만나게 될 불륜의 사랑이 그녀에게도 비극이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어찌보면 드라마처럼 흐르고 있는 이 소설이 재밌습니다.
브론스키와 안나 카레니나의 사랑은 안되는 이유들이 가득함에도 불같이 시작되었고, 레빈과 키티의 이야기는 사실 안되는 이유가 없었음에도 왠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처럼 그려집니다. 그렇게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두 커플을 통해 재조명하고 성장하는 관계의 결혼을 보여주는 의미를 지닌 소설이기도 합니다.
p 94 레빈
나는 나 자신과 싸우면서 그것 없이는 살 수가 없다는 걸 깨달았지. 그래서 매듭을 지어야겠다고 생각한거야.
우리 같이 나이를 먹고 과거가 있는 사람이 그것도 사랑이 아닌 죄악의 과거를 가진 자가 갑자기 깨끗하고 순결한 존재와 가까워 진다는 것은 나로서는 그게 혐오스러운 일이네. 그래서 난 스스로 그럴 수 있는 가치가 있는 인간으로 느껴지지 않는단 말이지.
자존감이 낮아보이는 레빈은 사랑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레빈이 그 자신을 평가하는 모습이 어쩐지 평범한 우리를 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잘난 사람들이 가득한 관계속에서 그역시 나쁠것이 없지만 그는 스스로를 뛰어난 점이 없는 못난 사내라 생각라는데요. 너무 평범해서 교양과 명예를 갖춘 귀족 집안의 가풍과 품격을 지닌 집안의 키티가 자신을 사랑할리가 없다고 생각하며 내내 소극적이다가 어느순간 다른 것은 생각할 수 없이 자신에게 크게 다가오자 청혼을 결심하지만 거절당합니다.
"러시아 사람들은 언제나 그렇거든.
어쩌면 우리의 장점일지도 모르지.
자기의 결점을 아는 능력말이야.
하지만 우린 너무나 지나친 것 같아."
돌리의 동생 키티는 브론스키를 짝사랑하고 있었고 스테판의 친구인 레빈은 키티를 짝사랑하고 있습니다. 키티는 레빈의 청혼을 거절하고 낙심한 레빈은 시골로 가게 되죠. 키티를 향한 레빈의 마음이 진정한 용기있는 사랑으로 완성되기까지 시대의 기준과 그의 복잡한 심경을 볼 수 있었고, 책으로 읽기 전엔 깊게 마주하지 못했던 것들이기도 합니다.
페테르부르크에서 제일가는 정치인의 아내이자, 사랑스러운 아들의 어머니로 살아가던 아름다운 여인 안나 카레니나는 오빠 스테판 아르카디치 부부 사이의 불화를 중재하기 위해 모스크바로 오는 기차역에서 브론스키와 처음 마주친 안나는 둘이 첫 눈에 끌리게 됩니다
그리고 안나는 집으로 돌아오는 기차에서 자신을 따라온 브론스키를 다시 만나게 됩니다.
유부녀였던 안나는 브론스키의 애정공세를 무시하려 하지만 사랑에 빠지게 되고 그동안 자신이 진정으로 행복하지 않았음을 깨닫게 되면서브론스키에게 집착하게 됩니다. 거부할 수 없는 두 사람의 운명적인 사랑은 결국 사교계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키고, 두 사람은 모든 이들에게 외면당한 채 외국으로 떠납니다. 하지만 영원할 것 같던 그들의 불타던 사랑은 흔들리기 시작하는데요.
사랑하는 아들을 보지 못하는 깊은 우울과 더불어 사랑앞에 좌절한 절망의 고통이 그려집니다.
청혼과 정략결혼 시대에 자기의 사랑을 꿈꿔봤던 용기 있는 여자 안나에요. 집안과 어머니의 가르침대로 정숙한 여자가 되어 괜찮은 집안의 아내가 되는 것이 전부였던 시대에 안나의 일탈이라고 생각하게 되네요. 안나의 죽음은 권선징악이 아니라 죽이는 것으로 묵은 관념을 깨고자 했던 시대상이 아닐까요?
그러나 지금 같으면 유력 정치인의 젊은 아내의 불륜이니 어마어마한 이슈를 각오했기에 죽음도 작게 느껴졌을 것 같아요. 조건적으로는 왁벽하지만 나이든 남편과의 관계가 욕정에 의한 사랑에 진 것이죠. 안나도 그걸 알기에 비참한 죽음을 통해 자유롭고 싶었을까요?
안나와 브론스키의 운명에 이끌리고 또 운명을 거스르는 듯한 불같은 사랑과 함께 어찌보면 미성숙했으나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로 사랑으로 완성해낸 레닌과 키티를 보며 후자이기를 바라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