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카레니나 1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이은연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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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878년 출간된 이래 수많은 언어로 번역되고 영화로 연극으로 뮤지컬로 발레로 끊임없이 변주되며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레프 니꼴라예비치 톨스토이의 대작 『안나 카레니나』 입니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서로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각기 다른 이유로 불행하다.

이 첫 문장은 굉장히 사랑받고 있었고, 앞으로의 이야기의 비극을 암시하며 깊은 통찰을 느끼게 해줍니다. 그래서 언젠가는 꼭 만나보고 싶었던 고전이지만 3권의 분량이라 쉽게 다가서지 못했던 안나 카레니나를 읽겠다고 마음을 먹고서도 문제가 또 남았습니다.

어느 출판사로 만날 것인가?

번역차이를 느끼고 뭐 그런게 아니더라도 합본도 있고 출판사 별로 느낌이란게 있으니 말이죠. 서점에 나가봐도 출판사별로 나뉘어 한 곳에 진열된 곳은 찾기 힘들더라구요. 그러는 동안 늘 인터넷 서점 장바구니에 채워진채 오래도록 머물러 있었습니다.

또 그래서인지 많은 분들이 책보다 영화로 먼저 만나시고 다시 책으로 들어오시죠. 저는 이번에 소담출판사보라색 표지가 너무 예쁘기도 해서 지금이 기회다 하고 들어왔습니다. 취미가 독서인 제게 책의 표지는 책을 선택하는데 있어서 번역보다 큰 비중을 차지하네요. 이건 아마 대부분이 그러실거에요. 다른 책을 읽지는 못해서 비교는 어렵지만 일단 잘 읽히고 매끄러워서 쭉쭉 읽어갈 수 있었습니다.

안나 카레니나 영화를 보았고, 또 얘기도 많이 듣다보니 내용은 얼추 알고 시작했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으로는 알 수 없었던 모든 인물의 시대적이고도 심리적인 분위기의 문장들이 책에 가득하네요. 책으로 만나는 안나 카네니나는 인물에 대한 심리적 상상을 함께하며 각자가 느끼는 것들이 많음을 얘기하고 싶습니다.


안나의 오빠 스테판은 가정생활에 그다지 만족하지 못하고 있었을 뿐아니라, 원치 않는 거짓말과 가식적인 행동을 해야했고 그것은 천성에 맞지 않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의 이야기로 어쩐지 비극을 예견하는 분위기로 시작합니다.

그래, 아내는 날 용서하지 않을 거야. 용서할 수도 없겠지. 그런데 정말 끔찍한 건 모든 잘못이 내게 있는데 정작 나는 그에 대한 책임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는 거야. 바로 여기에 모든 비극이 있는 거야. 그는 생각했다.

안나 카레니나 page 15

내가 이세상의 욕망을 극복했다면

멋지고 훌륭한 일이지.

하지만 극복하지 못했다하더라도

나는 더없는 행복을 맛보았으니.

"당신은 추하고 역겨워요!” 돌리는 더욱 흥분하여 소리쳤다."당신의 눈물은 그저 물일 뿐이에요! 당신은 나를 한 번도 사랑한 적이 없어요. 당신에겐 심장도 없고 고결함도 없어요! 당신은 역겹고 추한 사람이에요. 당신은 내게 타인이에요!” 그녀는자기가 듣기에도 무서운 '타인'이란 단어를 고통과 적의를 품고 내뱉었다.

p 38

스치는 듯한 대화와 묘사 속에서도 날카롭게 표현된 심리들을 바라보며 40대 중반의 부부의 세계와 사랑을 다시금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안나가 같은 여자로써 돌리를 위로하는 모습은 굉장히 이싱적이면서도 침착하고 공감을 잘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요. 그래서 더욱 안나가 이후에 만나게 될 불륜의 사랑이 그녀에게도 비극이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어찌보면 드라마처럼 흐르고 있는 이 소설이 재밌습니다.

브론스키와 안나 카레니나의 사랑은 안되는 이유들이 가득함에도 불같이 시작되었고, 레빈과 키티의 이야기는 사실 안되는 이유가 없었음에도 왠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처럼 그려집니다. 그렇게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두 커플을 통해 재조명하고 성장하는 관계의 결혼을 보여주는 의미를 지닌 소설이기도 합니다.

p 94 레빈

나는 나 자신과 싸우면서 그것 없이는 살 수가 없다는 걸 깨달았지. 그래서 매듭을 지어야겠다고 생각한거야.

우리 같이 나이를 먹고 과거가 있는 사람이 그것도 사랑이 아닌 죄악의 과거를 가진 자가 갑자기 깨끗하고 순결한 존재와 가까워 진다는 것은 나로서는 그게 혐오스러운 일이네. 그래서 난 스스로 그럴 수 있는 가치가 있는 인간으로 느껴지지 않는단 말이지.

자존감이 낮아보이는 레빈은 사랑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레빈이 그 자신을 평가하는 모습이 어쩐지 평범한 우리를 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잘난 사람들이 가득한 관계속에서 그역시 나쁠것이 없지만 그는 스스로를 뛰어난 점이 없는 못난 사내라 생각라는데요. 너무 평범해서 교양과 명예를 갖춘 귀족 집안의 가풍과 품격을 지닌 집안의 키티가 자신을 사랑할리가 없다고 생각하며 내내 소극적이다가 어느순간 다른 것은 생각할 수 없이 자신에게 크게 다가오자 청혼을 결심하지만 거절당합니다.​

"러시아 사람들은 언제나 그렇거든.

어쩌면 우리의 장점일지도 모르지.

자기의 결점을 아는 능력말이야.

하지만 우린 너무나 지나친 것 같아."

돌리의 동생 키티는 브론스키를 짝사랑하고 있었고 스테판의 친구인 레빈은 키티를 짝사랑하고 있습니다. 키티는 레빈의 청혼을 거절하고 낙심한 레빈은 시골로 가게 되죠. 키티를 향한 레빈의 마음이 진정한 용기있는 사랑으로 완성되기까지 시대의 기준과 그의 복잡한 심경을 볼 수 있었고, 책으로 읽기 전엔 깊게 마주하지 못했던 것들이기도 합니다.

페테르부르크에서 제일가는 정치인의 아내이자, 사랑스러운 아들의 어머니로 살아가던 아름다운 여인 안나 카레니나는 오빠 스테판 아르카디치 부부 사이의 불화를 중재하기 위해 모스크바로 오는 기차역에서 브론스키와 처음 마주친 안나는 둘이 첫 눈에 끌리게 됩니다

​그리고 안나는 집으로 돌아오는 기차에서 자신을 따라온 브론스키를 다시 만나게 됩니다.

​유부녀였던 안나는 브론스키의 애정공세를 무시하려 하지만 사랑에 빠지게 되고 그동안 자신이 진정으로 행복하지 않았음을 깨닫게 되면서브론스키에게 집착하게 됩니다. 거부할 수 없는 두 사람의 운명적인 사랑은 결국 사교계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키고, 두 사람은 모든 이들에게 외면당한 채 외국으로 떠납니다. 하지만 영원할 것 같던 그들의 불타던 사랑은 흔들리기 시작하는데요.

사랑하는 아들을 보지 못하는 깊은 우울과 더불어 사랑앞에 좌절한 절망의 고통이 그려집니다.

청혼과 정략결혼 시대에 자기의 사랑을 꿈꿔봤던 용기 있는 여자 안나에요. 집안과 어머니의 가르침대로 정숙한 여자가 되어 괜찮은 집안의 아내가 되는 것이 전부였던 시대에 안나의 일탈이라고 생각하게 되네요. 안나의 죽음은 권선징악이 아니라 죽이는 것으로 묵은 관념을 깨고자 했던 시대상이 아닐까요? 

그러나 지금 같으면 유력 정치인의 젊은 아내의 불륜이니 어마어마한 이슈를 각오했기에 죽음도 작게 느껴졌을 것 같아요. 조건적으로는 왁벽하지만 나이든 남편과의 관계가 욕정에 의한 사랑에 진 것이죠. 안나도 그걸 알기에 비참한 죽음을 통해 자유롭고 싶었을까요?

안나와 브론스키의 운명에 이끌리고 또 운명을 거스르는 듯한 불같은 사랑과 함께 어찌보면 미성숙했으나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로 사랑으로 완성해낸 레닌과 키티를 보며 후자이기를 바라기도 합니다.

일단 가정생활에 받을 들여놓자.

그는 걸음걸음마다 그 행복이라고

상상하던 것과 전혀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걸음걸음마다 그는

호수 위를 황홀한 눈으로 바라보던 사람이

그 보트에 몸소 앉았을 때 느꼈음 직한 것을 경험했다.

행복하게 떠다니는 보트

그는 흔들리지 않고 반듯하게 앉아 있는 것만으로는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키티는 병을 얻어 요양을 가고 변함없는 레닌의 사랑을 확인하고서 사랑을 깨닫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키티와 결혼한 레빈은 영지의 농촌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하게 되고 또 형의 죽음을 계기로 인생의 가치에 대해 고민도 하게 되죠. 레빈은 키티와의 사이에서 아들을 얻고 행복한 가정을 꾸려 나가면서, 사람은 타인과 신을 위해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다다릅니다.

책표지가 시선을 확 끄는 소담출판사의 안나 카레리나로 만나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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