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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ㅣ 팡세 클래식
루이스 캐럴 지음, 살구(Salgoo) 그림, 보탬 옮김 / 팡세클래식 / 2021년 6월
평점 :
앞서 읽은 리베카 솔닛의 책 <멀고도 가까운>을 함께 하면서 책에 등장한 많은 동화와 명작들을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때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다가왔습니다.
<멀고도 가까운>에서 등장한 살구들이 가진 이야기가 이 책의 일러스트 작가 살구(Salgoo)님에게도 분명히 어떤 영감을 주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글에서도 느껴진 느낌들은 우연일 수도 있겠지만 이책을 만나는 지금 이 책의 일러스트 살구라는 이름과 옮긴이 보탬 역시 너무 반가웠어요.
동화 이야기를 뒤집는 이야기들이 기막히게 연결되고 있는 <멀고도 가까운> 다음에 이 책을 만나 개인적으로 정말 좋은 시기, 적절한 타이밍에 만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입니다.
어릴때는 스토리만 따라 읽었지만 동화속에는 숨은 이야기들이 더 많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각인된 앨리스의 모습이 있죠. 네 바로 그 모습입니다. 이상한 나라 앨리스의 노란 머리와, 진블루 원피스, 레이스 케이프런이 상큼했죠.
기존의 앨리스와 영화속의 수많은 앨리스 버전과 또다른 일러스트를 보게 됩니다.
이미 익숙한 것을 자기만의 그림체와 분위기로 표현해 내는 작업을 즐겁다고 말하시는 일러스트 살구(Salgoo) 그림이 이 책의 또 하나의 중요한 포인트였어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지간접으로 자주 만나곤 하지만 읽을 때마다 조금씩 다른 느낌을 받았다면 그것은 번역의 차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책을 읽는 바로 나 자신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기도 하구요. 명작 고전을 다시 읽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성인이 되고도 아이 엄마가 되어 다시 읽게 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입니다.
두 권다 생략 되거나 축약된 것은 없었지만
인디고의 책으로 만난 앨리스는 좀더 동화적인 뉘앙스였고, 이번 팡세 클래식의 앨리스는 좀더 사색적인 느낌이 있었습니다. 저를 끌리게 한 것은 표지마저도 예쁜 이 팡세 클래식입니다.
같은 부분을 펼쳐두고 번갈아 읽어보니, 글의 느낌이 다릅니다. 마치 같은 곡의 노래가 부르는 가수에 따라 다르게 전달되는 것처럼 말이죠. 원작 영어버전의 앨리스도 궁금해지는 순간입니다.
이 책은 앨리스의 생각이 고스란히 더 상세하게 드러나 있어서인지 느껴지는 온도가 다르네요. 어쩌면 별 차이가 없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그런 느낌!
앨리스가 작은 열쇠를 가지러 돌아왔지만 열쇠에 손이 닿지 않았고, 유리를 통해 열쇠가 바로 보이는 데도 아무리 애를 써도 열쇠에 닿지 못하자 앨리스는 그만 울음을 터뜨립니다.
이 장면이 예전엔 내게 그저 스토리로만 전해졌다면 마흔이 넘어서 보는 이 장면은 단테의 신곡 시작 부분처럼, 어느날 길을 잃은 중년이 된 심정으로 읽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앨리스가 새로운 문을 열고 들어설 때마다 동시에 두려웠던 저와는 달리 앨리스는 자기 자신을 격려하고 타이르고 모험을 즐기고도 책임감을 가질 줄 아는 멋진 소녀였습니다.
부정에 맞설 줄 알고, 두려움을 이길 줄 아는 앨리스에게 감정이입 하다보면 내면이 성장한 나를 마주하게 될까요?
집안에 두고 나온 열쇠를 창문 너머로 바라보는 상황에서 문, 창문, 열쇠가 모두 그 자신이 되는 이야기 같았습니다.
내 몸이 다 타 버린 양초처럼
전부 사라질지도 몰라
자 그렇게 울어 봤자 무슨 소용이야!
내가 충고하는데 당장 그쳐
앨리스의 이 단단한 어조들이 힘든 상황을 맞게된 사람들에게 왠지 위로가 되어 주는 것 같았습니다. 만약 지금이 내 몸이 다 타버린 듯이 고통스럽고 괴로운 시기라면 지금의 내가 아닌 다른 무엇이 되길 간절히 바라기도 할 테니까요...
그런점에서 어린시절의 저도 사람이 커졌다 작아졌다하는 이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하는 이야기가 참 신기하고 재미있었던 것 같습니다.
p 26
케이크를 먹으면 보통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 당연한 데도 이상한 일이 일어날 거라고 기대하던 앨리스에게는 이제 평범한 것은 따분하고 멍청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앨리스는 신비로운 일이 벌어지기를 바라면서 케이크를 금방 다 먹어 치웠다.
(기대하고 상상해보는 힘이 무엇을 바꿀 수 있는지 잠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
팡세 클래식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일러스트가 주는 느낌에서도 월등했다는 생각이 읽을수록 들었습니다.
일러스트가 주는 생생한 느낌들과 글이 잘 맞다는 생각에 여러 출판사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중에서 권하게 됩니다.
영화에서 여왕과 모장장수를 잊고 싶을만큼 잘생긴 모자장수였어요. 마지막 잠에서 깨어 언니와 함께 책을 읽다가 잠든 장면의 일러스트가 있어서 더 반가웠네요.
오프닝 글에서도 말하듯이 어떤 이야기를 똑같이 들려주어도 누군가는 그게 진짜일거라 믿고, 또 누군가는 터무니 없다고 생각할 뿐이다. 이상한 나라의 이야기는 호기심에서 시작한 모험이지만, 이번만큼은 성장의 가장 기본적인 질문들을 하고 있는 것으로 읽었던 것 같다.
너는 누구니?
저도 잘 모르겠어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다시 만나보신다면 작은 선물이 되실거에요.)
p 238
마지막으로 앨리스 언니는 어린 여동생이 어떤 어른으로 잘 할지 상상해 보았다. 나이가 들어도 어린시절의 그 순진하고 사랑스러운 마음을 어떻게 이어갈지.
아이들을 자기 주위에 모아서 오래전 이상한 나라에서 겪었던 꿈같은 이야기를 들려 주며 그 아이들로 하여금 눈을 반짝이며 집중하게 할지를 생각했다.
그래서 앨리스가 자신의 어린 시절 행복했던 여름 날들을 기억하며 아이들의 순수한 슬픔을 함께 느끼고 해맑은 기쁨 속에서 어떻게 즐거움을 찾을까 그려 보았다.
마지막으로 앨리스 언니는 어린 여동생이 어떤 어른으로 잘 할지 상상해 보았다. 나이가 들어도 어린시절의 그 순진하고 사랑스러운 마음을 어떻게 이어갈지.
아이들을 자기 주위에 모아서 오래전 이상한 나라에서 겪었던 꿈같은 이야기를 들려 주며 그 아이들로 하여금 눈을 반짝이며 집중하게 할지를 생각했다.
그래서 앨리스가 자신의 어린 시절 행복했던 여름 날들을 기억하며 아이들의 순수한 슬픔을 함께 느끼고 해맑은 기쁨 속에서 어떻게 즐거움을 찾을까 그려 보았다. - 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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