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문명 1~2 - 전2권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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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바라보는 인간 세상에 대한 이야기는 누군가에게서 내 얘기를 듣는 것 처럼 흥미로웠습니다.

고양이의 특성을 설명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인간의 특성을 더 잘 보여주는 이 소설은 인문학에 가깝게 느껴지며 재밌게 읽었어요.

지나간 시간은 흔적을 남겼어. 하루가 모여 일주일이되고 일주일이 모여 한 달이 됐지. 이제 가을의 끝자락이야, 곧 겨울이 시작되고 추위가 찾아올 거야.」

「우리한테는 더 멋진 미래가 남아 있어, 바스테트, 기대해.」


“칭찬해 줘서 고맙다고 전해 줘. 그리고 걱정하지 말라는 얘기도 해줘. 인간 문명은 붕괴했지만 우리 고양이들이 바통을 이어받아 지구를 지배할 테니 염려하지 말라고.”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고양이 1, 2와 언결되는 소설 같았는데, 고양이를 읽어보진 못했어요.

"고양이의 눈으로 본 인간 문명"

파리에 살고 있는 고양이 바스테트. 인간, 생쥐, 물고기를 비롯한 다른 종족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감정을 공유하고자 노력하지만 매번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던 어느 날 옆집에 사는 천재 샴고양이 피타고라스를 만나게 된 바스테트. 그에 따르면 인류는 테러와의 전쟁으로 자멸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바스테트도 점점 잦아지는 거리의 폭음과 집사의 눈물을 통해 인간 세계의 불안을 감지한다. 인류와 고양이의 역사를 배우며 두 고양이가 점차 가까워지는 사이, 테러가 빈발하던 파리는 결국 내전에 휘말린다. 사람들은 페스트가 창궐한 도시를 떠나고, 고양이들은 불로뉴 숲에 집결해 쥐떼로부터 도시를 탈환하기 위한 군대를 창설한다.

<고양이 내용>



어릴 때 <개미>를 읽어 보려다가 그 세밀함에 머리가 지끈거려 도망친 경험뒤로 베르나르 베르베르하면 멀게 느꼈었던 경험이 있어서 저처럼, 저자에 대한 경험이 없어서 이 소설이 전혀 감이 오지 않는다면 이 책을 통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모든 책이 궁금해졌다고 말해보고 싶네요.

과학, 심령, 신화, 인간에 대해 끊임없이 작품을 발표해 온 베르나르 베르베르입니다.

인간의 역사에서 출발했다고 생각하는 문명은 어디가 시작일까요?

쥐들을 피해 들어간 시테섬에 사람들과 고양이가 함께 공동체로 살며 위기를 극복하고 새롭게 새워지는 문명은 어떤 모습일까요?

고양이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출발한 이 소설 다양한 관점에서 읽게 될 책인 것 같아요. 동화처럼 편하다가도 역사인문학적이죠.

인간과 쥐의 세계를 말하며 페스트 이전의 질병의 시작을 경고하고, 그 사이에서 중간 매개체가 되어 인류를 지켜온 고양이가 인류 문명을 넘어선 인류를 어떻게 세우는지 몹시 궁금해집니다.


더이상 평범한 집 고양이가 아니라 사건들을 겪으며 경험이 쌓여 통찰력과 리더십을 갖추게 된 고양이가 등장합니다.

인간처럼 자기애가 강한 고양이 바스테트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종은 서로 소통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이 고양

이의 원대한 계획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집사 나탈리와 바로 소통할 수 있기를 소원하죠.

종을 넘어서는 소통방법이 우연처럼 등장하는데요. 실험실 고양이였지만 탈출한 고양이인 피타고라스제3의 눈이 있습니다. 이마에 USB 단자. 인간의 모든 정보와 고양이의 특성을 가진 디바이스 고양이입니다.

고양이의 이름이 피타고라스인 것이 재밌었어요.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다르게 두발로 걸으며 손을 자유롭게 쓰면서 동시에 사유의 동물이었고, 기하학을 이해하고 이용했으며 죽음을 이해하고 사후 세계를 생각한 유일한 동물이라서 이 땅의 영장류가 되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대목들이 있어서 재밌었습니다.

(이 공동체의 소통 방식은 사람의 말을 하지 못하는 샤머니스트 파트리샤가 고양이의 생각을 종이에 적어 고양이 집사인 나탈리에게 건네고, 나탈리가 제3의 눈인. 피타고라스에게, 피타고라스가 다시 고양이들을 위해 정보를 번역해 알려 줍니다.)

종을 넘어선 그런 소통이 가능했기에 쥐들의 공격에 맞써는 인간과 고양이의 연대가 시작 될 수 있었습니다. 이미 모든 정보는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것이 되어 있으니까요. 인간은 자신들이 고양이를 보호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인간을 지킨 것은 고양이였는지 모릅니다.


또 재밌는 것은 쥐들의 현 리더를 제치고 생물학적 우수성이 전혀 없는 평범한 쥐 한마리가 새로운 리더가 되어 군대를 모으고 강력해지는데요, 그 쥐 역시 실험실에서 탈출한 이마에 USB단자가 있는는 제3의 쥐라는 사실입니다.

곧 인간은 AI 쥐의 지배력에 공격을 받고 AI 고양이에게 도움을 받고 있는 셈입니다.

모든 줄거리를 말씀 드리진 않고 기대평으로 남기고자 합니다.

자! 이쯤에서 미래를 상상하고 의미를 찾아내고 연대와 공생을 얘기하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문명>이 궁금해지신다면 추천해 봅니다.

배움이 무엇인지 알고, 공동체에게 도움이 되고자하는 고양이에게서 지금 우리가 처한 위기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아 배우고 때때로 익히니 즐겁지 아니한가' 라고 공자처럼 생각하는 고양이가 있다면 만나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상상력하면 베르나르 베르베르이기도 하죠!

이 소설을 읽으며 떠올랐던 책들이 있었어요.

<페스트>, <사피엔스>, <어제까지의 세계>, <문명의 붕괴>, <총균쇠> 같은 책인데요.

인간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수많은 전쟁사에 빗대어 이야기는 전개됩니다.

소설이 소설로만 읽혀지지 않는 이유를 만나보시면 좋겠습니다.


나는 경쾌한 발걸음으로 시테섬 산책에 나선다. 모두가 잠든 야심한 시각이다 보니 괴괴한 적막감마저 흐른다. 요새 같은 섬을 걷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안도감을 준다. 우리 고양이들이 여기서 <인간이후>를 준비할 수 있다는 건 얼마나 행운인가. - P80

[엄마. 폭력 없이는 싸움에서 이길 수 없어요]
[폭력은 멍청이들의 최종 무기란다]
[난 생각이 달라요. 오히려 폭력이야말로 내가 옳음을 모두에게 설득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믿어요]
...
이 철없는 놈을 그냥 놔두면 큰 일 나겠어. 하지만 지금은 다른 시급한 일이 더 많으니 조금 더 참는 수 박에. - P98

나는 피타고라스와 대화를 나눌 생각에 강의가 끝나기를 기다린다. 내가 유독 그와의 대화를 즐기는 건 그의 풍부한 어휘력 때문이다. 그에겐 내가 명명할 수 없었던 추상적이고 미묘한 감정들의 실체를 설명해 주고 이름을 붙이는 재주가 있다. 덕분에 나는 내가 느끼는 감정의 오묘한 결을 포착하고 머릿속에서 맴돌기만 하던 생각을 명료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됐다.

말의 힘. -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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