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은 비록 일상의 틀안에서만 움직이고 있지만 생각만큼은 언제나 여행자가 될 수 있지 많을까~ 하던 참에 만나게 되는 글
여행작가들은,
나를 여행이 아닌 것으로 위로해 주었다.
여행작가들이 계속 여행을 다닌 얘기만 했다면 샘나고 배 아파서라도 여행 에세이에 가까이 가지 못했을지 모른다. 나는 천상 집순이고 지역의 경계를 넘는 일은 더욱더 없어졌으므로 위로받고 싶었다.
그런데
코로나는 여행을 멈추게 했고,
다른 여행이 탄생하게 만든 것 같다.
꼭 여행이 아니라도 여행처럼 의미를 부여하고, 더욱이 여행이라면 더 많은 의미를 담을 수 있는 시선을 즐기며 배운다.
꼭 많은 책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초심을 기억하게 해준다면 한 권의 책도 충분하다는 것을 알려주기에 배운다.
여행자로 많은 곳으로 다니기를 좋아했던 저자가 자기만의 집을 짓고 이사를 했을 무렵 코로나가 들이닥쳤다. 늘 떠남과 머묾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며 살고 있었는데, 강제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진 저자는 덕분에 ‘집’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여러 사유들을 모았다고 한다.
집에서도 자신이 떠났던 여행지에서 느꼈던 소중한 것들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떠나본 사람들은 쉽게 이해했고, 떠나보지 않은 집순이인 내게도 그 행복을 전해주었다.
옥탑방 창문에서 바라보면
하루치의 포옹과 인사말, 가족의 살냄새와 바브고 성가시고 그러나 보람찬 돌봄.
그것을 어서 돌아가 최대한 누리는 것이 인생이다.
집을 지으며 온통 자기 마음대로 꾸민 공간들을 넣을 수 있다는 것이, 그것이 읽고 쓰는 공간이라는 것에 공감했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며 실은 나도 내 책을 읽고 싶었음을 고백하고 남편처럼 자기 일에 충분히 빠져 지내며 집안일은 모른 척할 수 있는 시간을 그리워했음을 고백하는 몇 문장으로 내 마음도 여기에 담겨버렸다.
사랑하는 추억을 수시로 바라볼 수 있게
과감히 집을 꾸릴 일이다
길에서는 그런 추억을 만들기 위해
과감히 몸을 던질 일이다.
부모의 집에서 나는 불행했다
저자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이 간단한 고백으로 여행이 왜 시작되었는지,
어떤 심정이었는지를 짐작한다.
행복하지 않은 집에서 성장기를 보낸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알기에 뭔가가 잘못되었다면
아이에게만은 다른 세상을 열어주고 싶었을 마음이 보였다.
그리고 혼신의 힘을 다해 집을 지으며, 써둔 메모들이 집과 여행을 동시에 오가는 이 책을 탄생시켰다. 외로움이 복받치는 여행과 오롯이 내 마음대로 탄생한 집이 말해주는 것들은 나를 다시 지어올리는 일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