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화려한 수식어가 붙어있어서 아주 궁금했던 책이다. 내게 시간이 더 느긋했더라면 좋았을 걸~ 나는 아직 많은 것을 이해하지 못한채로 1독에 대한 리뷰를 쓰고 있다는 아쉬움으로 가득하다.
솔직히는 어려웠고, 뭔가가 분명히 있다는 것은 알지만 등장하는 이름부터 남녀 구분이 되지 않아 어려웠던 나는 뫼비우스 띠같은 이 소설을 계속 헤메고 있었다. 그러나 너무 흥미로웠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다른 문화 배경 차이를 느끼며 헤매는 만큼 이 소설을 제대로 알고 싶은 욕구가 컸고 서두르지 않고 다시 읽기라는 숙제를 남겼다.
정독으로 내가 스스로 간파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면 좋으련만 나는 어려울 수 밖에 없었다. 미문학들을 베이스로 하는 문학적 사유들도 너무나 부러웠던 것 같다. 뭐든 쉽게 캐치하진 못하지만 의아하고 이해되지 않았던 소설속 상황들이 무엇을 말하려는지 아주 조금씩 알아챌 때 희열을 느끼고 더 알아내고 싶은 욕구가 생겨났다.
책은 청소년기의 성경험을 얘기한다.
청소년기에 첫 성경험이 있다면 과연 이성적이고 아름답고 원칙적일 수 있을까?
나의 첫 성경험은 어떻게 이루어졌고, 이후에 내게 영향을 미쳤는지 아주 속시원히 들여다 본것 같다. 그것에는 끌림 말고는 이유가 없었다. 돌아보았을 때 사랑이라 하기엔 작은 불씨에 지나지 않았고, 강압이 아니라기엔 자발적이지도 않았다.
그렇게 동의와 강압간의 복작함, 은혜와 두려움, 버려지지 않으려고 선택한 손대지 않는 장면들로 가득하다.
이 소설은 성적 합의에 대해서 고찰한 최고의 작품이라고 설명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마돈나의 노래 <라이크어 버진>이 전해주는 여성들의 첫 성경험에 대한 고찰이 대중음악으로 성장한 이야기가 함께 떠올랐다. 다시 첫 경험의 날로 돌아간다면 무엇이 달라질까?를 떠올린다.
미국의 청소년들의 성경험보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비밀스러운 우리의 성에 대한 정서와의 벽이 느껴지면서도 또 다르지 않음이 느껴졌다.
그래도 아직 나는 어렵다.
데미안을 처음 읽었을 때, 아리송하게 덮었고 시간이 많이 지나 다시 읽었을 때 전기가 찌릿하게 느켜졌던 느낌과 비슷할 것 같다.
더욱이 지금까지 읽어본 책 중에서 가장 독특한 책의 구성이 아닌가 한다. 소설의 이런 목차는 아마 처음 보지 싶다.
목차
신뢰 연습 ... 5
신뢰 연습 ... 227
신뢰 연습 ... 393
내 머리로는 깔끔한 정리가 어려워 책을 옮긴이의 도움을 받았다.
<신뢰 연습>은1980년대 미국 남부 도시에 있는 공연예술 특목고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뮤지컬이나 연극을 꿈꾸는 사춘기 청소년들이 브로드웨이 출신인 교사 킹슬리의 지도를 받는다. 신뢰 연습은 주로 집단 심리치료에서 구성원들이 위험한 상황에서도 서로 신뢰 하게 만드는 훌련 방식이다.
실내 연습 시간을 통해 세라와 데이비드는 좋아하는 사이가 되고 두 사람의 첫 관계를 비롯해 주변 친구들이 현실과 관계에서 충격과 상처를 받으며 성장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P.34
데이비드에게 사랑은 선언을 의미했다. 그게 핵심이 아닐까? 세라에게 사랑은 둘만의 비밀을 의미했다. 그게 핵심이 아닐까? 세라는 수업 내내 데이비드의 시선을 느꼈고, 미동도 하지 않고, 마음으로만 시선을 거기 붙들어 뒀다.
데이비드는 인정과 사이를 드러냄을 사랑이라 믿었고 세라는 둘만의 비밀이 사랑이라 믿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