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에 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이 읽어도 재미있고 새로운 분야다. 미술을 표현주의, 후기 인상파, 사실주의 뭐 이런 이름달고 만나다가 방구석 미술관 이후로 광장히 편한 시선으로 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었는데, 이번 책으로는 또 한번 보는 눈이 달라진다. 훨씬 많은 궁금증과 호기심을 불러주었다고 할까?
진짜 그림에 대해서라면 뭘 알아야하는지도 모르던 내가 보기에도 나만 보기 아까운 책이라는 생각이 들만큼 일반인이 모르고 있던 많은 사실을 담고 있어서 더욱더 재밌었다.
예술작품을 그렸지만, 이 그림이 몇 백년 잘 보존되기 위한 방법은 작가 자신도 알지 못한다.
미술복원이라는 개념, 책의 머리말에서 처럼 스쳐간 영화에서나 스토리의 일부로만 잠깐씩 비춰졌으니, 우리가 알기란 힘든 세계였는데, 저자의 집요함과 애정 열정 덕분에 알아가고 있다.
과학계열의 사람이 보아도, 예술계의 사람이 보아도,이도 저도 아닌 나같은 일반인이 보아도 모두 감탄할 것 같다. 그림을 알아가는 재미에 이해도까지 높여주니 고마운 책이다.
복원후에 현저히 밝아진 그림에서 뭔가 잃은 듯한 느낌을 받는다. 복원 작업을 수시로 할 수 없어서일까? 묵은 때를 너무 많이 벗겨냈다. 원래의 색감마저도 잃었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생길 수 밖에 없었다.
책에 소개되는 그림과 작가 스토리는 그림을 알고자 하며 마음먹고 샀던 화집보다 많은 내용이 실려있었다. 그중 고흐,
고흐의 그림에 이상하게 끌리면서도 내가 아는 것은 '왠지 좋다~~'라는 감상에만 늘 머물렀었는데 고흐를 알아갈수록 나는 고흐를 닮았다는 생각을 하고 싶어진다.
그림의 재료나 그려진 시기, 보관 장소등 고흐의 뒷얘기들을 포함한 많은 것들은 애정을 다해야 다가갈 수 있기도 했다. 물론 실제 고흐의 그림을 보기위해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는 사람들에게는 견줄 수 없는 애정이겠지만 말이다.
책을 읽다 어쩌다 만나게 되는 고흐 퍼즐 조각들을 모아둔 것처럼 듬성듬성하기만한 나의 고흐 그림에 새로운 퍼즐을 찾았고, 이것은 고흐에 한하지 않고 더 많은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게도 해주었다.
"고흐가 그린 그림의 색은 지금과 같지 않았다."
빈센트 반 고흐의 <침실>이라는 그림,
37년간 37번의 이사를 하며 처음 가진 노란 집과 자신만의 방을 그린 그림에 멈춰서 한참을 보았다. 내가 처음 내 방을 가지고 책상에 앉아 상상을 펼치던 어느날과 어쩌면 비슷한 감정을 느켰을 고흐, 같은 방을 2번 그렸고, 훼손된 그림을 다시 한번 더 그려서 3개의 그림이 3곳에 나뉘어 소장되고 있다.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면 그런 전시는 불가능할까?)
세 그림의 컬러는 달랐으며 복원에 의해 당시의 컬러도 달라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같은 배경이지만 색의 차이로 달라지는 그림, 선의 차이, 흐리거나 맑아지거나하는 차이들이 고흐의 감정차이를 나타내는 만큼 한참을 보았다.
원래의 색을 아니 어쩌면 원래 색이라고 추정되는 색을 찾아 색이 변해 버린 그림 위에 덧칠 하는 것이 과연 복원일까? 나는 그게 그림의 현재를 부정하는 것이며 그림이 가지고 있는 시간과 역사를 억지로 감추는 것과 다름 없다고 생각한다.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남긴 633통의 편지가 얼마나 귀중한 자료가 되는지를 본다. 고흐가 캔버스를 재활용한 사례들을 엑스선 형광 분석법으로 알아내고 편지 속에 등장했으나 사라진 그림을 찾아낸 순간이 얼마나 경이로웠을까? 예술과 과학은 처음부터 하나였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고흐뿐 아니라 그림의 재료가 흔치 않았던 시대라 그림뒤에 감추어진 다른 그림들을 찾아낼 수 있게 된 것은 첨단 분석 장비들이 풀어준 비밀이다.
그림을 복원하는 과정을 세세히 기록하게 되면서 왜 이런 복원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를 약품이나 과학적 증거들을 포함해 의의와 가치 까지 기록하는 복원가의 작업이 더 중요하게 생각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