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당신의 작은 공항
안바다 지음 / 푸른숲 / 2020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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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이런 책을 만나면 저는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책을 읽기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 마음이 편해지는 책, 저자의 글을 따라 생각지도 못했던 나의 이야기들도 떠올려내게 하는 책,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생겨나고 그것이 부담이나 압박이 아니라 행복감으로 밀려드는 책이 좋습니다.

나와 당신의 작은 공항을 만나 내 집에 깃든 이야기들로 여행하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저자는 제2회 카카오 브런치북 공모전 대상을 받으셨는데요, 브런치의 장점인 독자와 거리감이 적은 글들이 역시나 좋았습니다.

휴가로 계획한 여행은 공항에서 비행기 정검을 이유로 엉망이 되었습니다. 안전이 보장 되지 않았지만 이미 지출된 예약 경비들을 날릴 수가 없어 늦게라도 출발해 보지만 힘든 기다림 뒤의 여행은 웬만해선 다시 즐거워지지 않았습니다. 이미 여행에 끌려다니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 차라리 집으로가고 싶었던 마음과 사물에 대한 사유가 이렇게 책으로 탄생합니다.

코로나 여파로 마음대로 오갈 수가 없게 된 지금 딱 필요한 생각이 깃든 멋진 책이네요.

집에 있는 시간이 가장 많은 요즘.

집에서 멋진 여행을 하고, 즐기고,

행복할 수 있길 바랍니다.

현관부터 시작되는 공간을 공항이라고 표현하며 매일 나가고 들어가는 현관을

여행의 시작으로 생각해보게 됩니다.

나와 당신의 집을 잘 향유하고,

거기서 행복할 수 있었던

이야기들을 함께 합니다.

(우리집을 그려보며 나도 우리집 여행지도를 만들었다.

어디가 내가 머무르기 좋아하는 곳인지,

어디가 좀 불편하고 마주하기 싫은 곳인지 알 수 있었고, 사람보다는 가구나 짐, 특히 옷가지들에게 방 하나를 내어주고 살고 있다는 것이 눈에도 보였다.

책이나 책상이 나를 위한 전부의 공간일 수도 있다.)

저자가 어린시절 친구의 집에서 처음 본 입식 테이블과, 거기서 책을 읽는 친구의 아버지, 그리고 의자에 대한 동경은 내게도 있었던

경험이었습니다. 또 집에 하나 뿐이던 책상이 형의 것이라 느꼈던 소외감 역시 저와 겹쳐서 여러 장면이 떠오르더군요. 책이 넘어가는 줄도 모르고 쭉쭉 읽었습니다.

경제적 독립이 이루어질즈음 저자처럼 저도 책상과 책장이 로망 1순위 였어요.

 

글과 연결되는 미술, 음악, 사진,영화등의 이야기들은 글을 더 잘 전달해 주고 있었습니다. 특히나 책을 사랑하는 저자의 서재 얘기에도 빠져들었죠. 오래 문학을 해오신 분이라는 깊이가 느껴지며 한층 폭넓은 여행이 되었습니다.

 

작가 프롤로그​ p19

사물에 대한 태도는 곧 세상에 대한 태도다. "집안의 사물들을 천천히 다시 보고 만져 보고 사용하면서 그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거나, 그들과 우리의 관계에 대해 생각할 때, 비천한

공간이라도 행복한 공간일 수 있고, 낡고 조잡한 상품이더라도 더없이 아름다운 존재가 되는 것이 아닐까. 만약 내게 권한이 주어진다면 항로를 바꾸고 우리의 집과 우리의 사물에게로 제대로 떠나보고 싶었다."

그렇게 저자는 현관,거실, 의자,침대,전등,화장실,주방, 창고,서재,거울,냉장고,발코니등에 깃든 기억들을 여행하듯 사람들이 살면서 남기는 다양한 흔적들을 찾아 가게 합니다.

 

옷과 짐, 책 ,사람의 공간을 분리해야 했습니다.

집이 여행지 같은 살레임을 주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겠죠. 최소한 불필요한 것을 쌓아두고 짐의 노예로 살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시간도 중요하고, 공간을 재구성해서 사람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 시켜 그 집안에서 침체하는 것이 아니라 온가족이 휴식하고 재충전하며 상생했으면 하는 생각도 많이 들었습니다.

p47

두 분을 싸우게 한것은 아버지의 사업실패나 음주, 어머니의 잔소리와 핀잔이었겠지만 무엇보다 두분은 함께 거주하는 법을 모르셨던 게 아닐까. 애초에 사이가 나빴던게 아니라면 혹시 공간때문은 아니었을까.

분명 공간에 따라

이해와 오해의 척도는 달라 졌을 것이다.

 

 

'묵은 짐' 하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우리의 어머니들이죠. 실천은 미루더라도 미니멀이 무엇인지 그 감성이라도 아는 우리와 달리 어머니들은 어렵고 못 살았던 시절의 뼈저린 교훈으로 사소한 것도 버리지 못하고 언젠가 쓸 때가 있다고 모아 두십니다.

저도 이사가는 친정에서 종이백과 비닐봉지, 시장바구니 비슷한 천가방들만 몇 박스를 봤는지 기가 막혔고, 냉동실 냉장실 묵은 저장 음식들 역시 힘든 난관이었습니다. 몰래 버려도 보고 했지만 막상 어머니가 모아두신 어린시절 자식들의 추억이 담긴 오래된 물건들은 쉽게 버리지 못하겠더라구요.

저자의 어머님처럼 그 옛것들로 옛적의 당신들을 만나고 추억하고, 위로도 하시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자식이 인생의 전부인듯 사시면서도 자식과 나누어본 추억은 또 그다지 없게 사셨네요.

저처럼 이 책을 통해 따뜻한 전등이 되어 주신 어머님이 많이 생각나실거에요.

p211

기억이 시간과 관련된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기억은 공간과 상관 한다. 아니 기억은 그 자체로 공간이다. 공간이 존재하지 않는 기억은 존재하지 않는다. 함께 갔던 무수한 공간과 풍경을 떠올리지 않고 사랑했던 사람을 떠올릴 수 없고, 함께 뛰어 놀던 골목과 놀이터를 떠올리지 않고 어릴 적 친구를 떠올릴 수 없다.

어떤 기억을 떠올린다는 것은 공간을 떠올린 다는 의미이고 그렇기에 공간이 내밀할수록 기억도 함께 내밀해진다.

 

코로나로 지치고 힘든

여러분이 읽으셨으면 합니다.

처음 독립해서 나 혼자 산다~ 를 경험하거나

처음으로 내집을 장만하거나

오래 살고 있는 지금 집에서

사물에 대한 새로운 감각을 느끼며

충실하고도 멋있게 가족과 살고자 하신다면

읽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p19
사물에 대한 태도는 곧 세상에 대한 태도다. "집안의 사물들을 천천히 다시 보고 만져 보고 사용하면서 그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거나, 그들과 우리의 관계에 대해 생각할 때, 비천한 공간이라도 행복한 공간일 수 있고, 낡고 조잡한 상품이더라도 더없이 아름다운 존재가 되는 것이 아닐까. 만약 내게 권한이 주어진다면 항로를 바꾸고 우리의 집과 우리의 사물에게로 제대로 떠나보고 싶었다."

p47

두 분을 싸우게 한것은 아버지의 사업실패나 음주, 어머니의 잔소리와 핀잔이었겠지만 무엇보다 두분은 함께 거주하는 법을 모르셨던 게 아닐까. 애초에 사이가 나빴던게 아니라면 혹시 공간때문은 아니었을까.

분명 공간에 따라 이해와 오해의 척도는 달라 졌을 것이다.

p211

기억이 시간과 관련된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기억은 공간과 상관 한다. 아니 기억은 그 자체로 공간이다. 공간이 존재하지 않는 기억은 존재하지 않는다. 함께 갔던 무수한 공간과 풍경을 떠올리지 않고 사랑했던 사람을 떠올릴 수 없고, 함께 뛰어 놀던 골목과 놀이터를 떠올리지 않고 어릴 적 친구를 떠올릴 수 없다.

​어떤 기억을 떠올린다는 것은 공간을 떠올린 다는 의미이고 그렇기에 공간이 내밀할수록 기억도 함께 내밀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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