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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당신의 작은 공항
안바다 지음 / 푸른숲 / 2020년 9월
평점 :
가끔 이런 책을 만나면 저는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책을 읽기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 마음이 편해지는 책, 저자의 글을 따라 생각지도 못했던 나의 이야기들도 떠올려내게 하는 책,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생겨나고 그것이 부담이나 압박이 아니라 행복감으로 밀려드는 책이 좋습니다.
나와 당신의 작은 공항을 만나 내 집에 깃든 이야기들로 여행하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저자는 제2회 카카오 브런치북 공모전 대상을 받으셨는데요, 브런치의 장점인 독자와 거리감이 적은 글들이 역시나 좋았습니다.
코로나로 지치고 힘든
여러분이 읽으셨으면 합니다.
처음 독립해서 나 혼자 산다~ 를 경험하거나
처음으로 내집을 장만하거나
오래 살고 있는 지금 집에서
사물에 대한 새로운 감각을 느끼며
충실하고도 멋있게 가족과 살고자 하신다면
읽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p19 사물에 대한 태도는 곧 세상에 대한 태도다. "집안의 사물들을 천천히 다시 보고 만져 보고 사용하면서 그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거나, 그들과 우리의 관계에 대해 생각할 때, 비천한 공간이라도 행복한 공간일 수 있고, 낡고 조잡한 상품이더라도 더없이 아름다운 존재가 되는 것이 아닐까. 만약 내게 권한이 주어진다면 항로를 바꾸고 우리의 집과 우리의 사물에게로 제대로 떠나보고 싶었다."
p47
두 분을 싸우게 한것은 아버지의 사업실패나 음주, 어머니의 잔소리와 핀잔이었겠지만 무엇보다 두분은 함께 거주하는 법을 모르셨던 게 아닐까. 애초에 사이가 나빴던게 아니라면 혹시 공간때문은 아니었을까.
분명 공간에 따라 이해와 오해의 척도는 달라 졌을 것이다.
p211
기억이 시간과 관련된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기억은 공간과 상관 한다. 아니 기억은 그 자체로 공간이다. 공간이 존재하지 않는 기억은 존재하지 않는다. 함께 갔던 무수한 공간과 풍경을 떠올리지 않고 사랑했던 사람을 떠올릴 수 없고, 함께 뛰어 놀던 골목과 놀이터를 떠올리지 않고 어릴 적 친구를 떠올릴 수 없다.
어떤 기억을 떠올린다는 것은 공간을 떠올린 다는 의미이고 그렇기에 공간이 내밀할수록 기억도 함께 내밀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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