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나를 어쩌지 못할 때 - 어떤 감정에도 무너지지 않고 나를 지키는 연습
케빈 브래독 지음, 허윤정 옮김, 정우열 감수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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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삶을 헤쳐 왔고,

회복했고, 살아남고, 배웠으며,

삶이 다시 좋아지기 시작했다.

당신도 그렇게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저자의 말

책을 읽고서 우울한 어두움과 빛을 동시에 담아보고 싶었는데 적절한 사진이 되었다. 빛과 그림자는 이렇게 함께 있다. 파도처럼 오고 가고를 끝없이 반복하는 가운데 어느 순간 나의 감정임에도 스스로 조절하기 힘들 때가 있을 뿐, 바닥에 닿았지만 그것이 끝도 아니라는 것을 말하는 책이다.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 무엇보다도 마음을 때렸던 그의 마지막 문장을 먼저 야기하고 싶다.

p339

하루가 저물 때면 생각나는 우리 가족 아버지, 레슬리, 앤드루, 아이오나, 마지막으로 나에게 읽고 쓰는 법을 가르쳐 주시고 사랑과 친절의 의미를 몸소 보여주신 매리언 윌슨 브래덕.

엄마, 편히 쉬세요.


책의 초중반은 그가 겪은 이상 증세와 치료를 마음먹고 하나씩 마주한 고통의 시간이자 또 회복의 시간이었던 한걸음 한 걸음들을 말해준다. 몇 년간의 좋고 나쁘고 더 나쁘고로 반복된 과정들 속에서도 도움받을 수 있었던 활동들과 주변의 도움이 큰 힘이 된다는 것을 꼭 알려주고자 한다.

그리고 후반부가 되면 그가 짬짬이 얘기하던 가족과의 묵은 관계성을 보게 된다.

사실 그는 이 문제를 계속 안고 있었다.

그가 성공을 이루고도 자신을 잃어버렸던 것은 자기 자신과 용기 있게 마주하지 못해서였다.

자신을 낮은 자존감으로 만들게 했던 가족과 과거에 대한 분노가 자기 안에 가득했다는 것을 그는 회복 모임에서 알아갔고,

사실 문제라고 하는 것은 상황에 맞춰 충실히 살아낸 부모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있었음을 깨닫는 데에서 회복이 시작될 수 있었다.

어머니의 암과의 싸움을 견뎌야 했던 가족들은 모두 많이 힘들었다. 시간이 많지 않음을 알고 그 어느 때보다 힘을 내고 더 많이 회복했던 저자에게 초반보다 더 많은 공감을 느끼게 된다.


베를린의 어느 빌딩 앞에서 그는 스러지고 말았다. 우울감은 그저 감정의 단계를 지나 말하기, 생각하기, 움직이기, 좋아하기 등의 정신적인 활동뿐 아니라 신체활동까지 할 수 없게 자신을 꺼버렸다.

책표지를 다시 곰곰이 본다. 그는 넘쳐버렸다. 원인과 경로는 너무 다양했지만 그는 번아웃 증후군이다. 그 밖에도 그는 정신의학적으로 다양한 병증의 이름으로 설명된다.




이 책이 전하는 회복의 방법들은 모두에게 유용하다. 증세가 있거나 없거나 내 삶을 온전히 나로 살아내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고, 내 주변의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도 필요한 글들이다. 목차로 대신하지만 꼭 추천한다.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했던 5년여의 일기와 글쓰기가 그의 회복에 아주 큰 힘이 되었다는 면에서도 나는 이 책을 좀 더 깊이 보고 싶다.


책을 이해하는 데는 저자의 경력이나 이력에 대한 설명도 필요했다.

케빈 브래독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잡지 <지큐>,<에스콰이어>등에서 20년 동안 패션ㆍ트렌드 전문 에디터로 일했다. 편집장의 위치에 오르고도 그는 계속 예민해야 하고 민첩해야 하고 사람들을 잘 다루야 하면서 그 자신도 완벽해야 했다.

그렇게 누구보다 일에 대해 열정과 집념이 강했던 그가 어느 날 모든 일상에서 한순간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습관적으로 몸이 아프고, 스트레스 받고, 자신이 해결해야 하는 삶의 문제들에 눌려 자신이 경로를 벗어났다는 것을 스스로도 알지 못했다는 설명이 필요하다.

(내게는 번아웃, 하면 국내 외상 센터 이국종 교수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생사를 오가는 환자의 생명뿐 아니라 우리나라 의료계의 진정한 개선을 누구보다 바라고 노력했지만 일순간 놓아버릴 수밖에 없게 했던 현실로 기억에 남았다.)

삶의 끝에 놓여보고 나서야 겨우 용기를 내어 주변인들에게 자신의 상황을 고백하고 도움을 요청했다. 이것이 그가 회복의 길로 들어설 수 있었던 계기가 된다.

그래서 저자는 무엇보다 밑바닥에서도 다시 회복할 수 있음을 야기하고 싶어 한다.

절대 혼자서 모든 것을 감당하려고 하지 말고 도움을 청하라는 말과 함께 자신의 깊은 경험담과 도움이 될 전문지식을 포함한 진솔한 내면의 괴로움을 모두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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