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 지 오래되어 감상이랄 것이 휘발되었다.아쉽다.기록은 미루지 말고 해야 한다고 또 생각한다.- 사랑을 뭉쳐 당신에게 토스합니다.그게 장래 희망이니까.불가해 속에서 불가능을 알아도 결국 하고 싶은 대로. - 시인의 말- 글은 어째서 자기 전에만 찾아오는지선생님은 아십니까 늘 예언의 지점을 가져야 한다고 하셨는데저는 너무 늦되고게으르고사랑을 모르고헛된 소리만 늘어놓습니다 - 이 동그라미에 대해 중- 말은 무서운 물성내가 본 것들을 깨뜨리며외면하며그럼에도 증언하며 - 세라믹 클래스 중- '시인이 하도 많아서 내가 사라져도 될 듯함'조각난 나의 말.뛰어내렸으나 솟구쳐올랐다. - 자연 - 뛰는 심장 어디로 중<자연 - 번견 >오래 오는 게 없었다사랑도 없었다새벽이 안 왔다기도엔 응답이 없었다낌새도 없었다이렇게 살아도 되는 거냐고스스로 물었다몸을 웅크렸지만 편치 않았다아무도 없을 때 나의 친구는오직 꼬리서로 닿지 못하는 곳에 있는나와 닮은 얼굴을 그렸다오지 않았다목소리가 나오다 페이드아웃 되었다모든 것을 토해낼 것 같았다영혼 없는 거죽들이 늘어졌다손이 없는 기도는 계속되었다답은 없었다정령도 전령도 없었다가끔 뭐라도 오길 바랐으나홀로 느낌이 없었다지키고는 싶었다(전문)- 길은 아직 멀었고그건 늘 다행이다 - 언젠가의 순번 대기표 중2025. apr.#온갖열망이온갖실수가 #권민경 #문학동네시인선
무려 작년 11월에 읽은 시집이다.그렇다.- 이제 사람들은 내 슬픔과 치욕을 알게 되리라깨진 얼음 조각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 밟으며 지나가리라얼음 조각과 얼음 조각이 부딪칠 때마다얼음 조각이 태어나고부드러운 눈은 먼지와 뒤엉켜 눈멀어가리라 - 눈과 얼음 중<산책은 길어지고>그의 왼손이 그녀의 오른손과 스치고그녀의 그림자가 그의 그림자와 겹쳐질 때그들은 서로에게낯선 사람 이상의 존재가 되었다산책은 길어지고둘 사이에 끼어든 두려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나란히 걷는 것은아주 섬세한 행위랍니다너무 앞서지도 너무 뒤서지도 않게거리와 보폭을 조절해야 하지요그러나 그들은 알고 있다모든 걸음은 어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절뚝거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흰 실과 검은 실을 구분할 수 없는 시간이 오면그때야 서로를 알아보게 될까산책은 길어지고흩어진 발자국들은 말을 아끼고어둠은 남은 발자국들을 다 지우지는 못하고(전문)- 어둠의 광맥은 점점 깊어져그후로 슬픔의 시를 내다 파는 것이 내 일이 되었다. - 향인 중- 시는 나의 닻이고 돛이고 덫이다.시인이 된 지 삼십년 만에야 이 고백을 하게 된다. - 시인의 말 중2024. nov.#파일명서정시 #나희덕 #창비시선
편집자의 유튜브 채널에서 소개되는 시집을 보다가, 아니 내가 읽지 않은 오은 시인의 시집이 있었다는 걸 깨닫고 얼른 사보았다.오은 시인의 보이스 재생이 되는 시들.- 사람으로 태어나사람을 이해하고 사람을 오해했습니다.사람이라 이해하고 사람이라 오해했습니다.사람을, 마침내 사람됨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 시인의 말 중- 이야기가 필요해사람이 있고 집이 있고집에는 책이 있고식탁 위에는꽃병도 있는 이야기 - 궁리하는 사람 중- 노안이 오고 황달이 들어도 그는 읽는 것을 그만두지 않았다 그의 취미는 이제 삶이 되었다 무난한 사람이 되고자 읽기 시작했는데 이제 그는 이상한 사람 취급을 당하고 있었다 상황에 뛰어들기 위해 읽고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읽고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읽었을 뿐이었다 그는 돈이나 권위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 그저 취미가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 읽는 사람 중- 빛은 늘 있다. 그리움처럼, 미련처럼. 빛은 꺼지기를, 사라지기를 거부한다. - 않는다 중2025. sep.#나는이름이있었다 #오은 #아침달시집
서늘하고 시리다가 통증까지 느껴지는 강력함으로 다가온다.고통스러우면서도 아름다운 시들.- 여기와 저기를 분간하지 못해서 이따금 나는 백치라고 불린다.그 별명이 좋다. - 이따금 중- 낡을 수 있다는 건 묵을 수 있다는 건 얼마나 큰 행운인지닫힌 장롱 안에서 넥타이들은 아주 오랫동안 쉬었을 것인데넥타이에게도 자의식이 있다면이루지 못한 꿈이 있을 것이고 날마다 누군가의 손아귀에 쥐여진 채목을 조르던 일상을 반겼을지 반추했을지모를 일이지만부디 반성만은 하지 않기를 - 회복기 중<다만 눈이 내리는 풍경>눈이 내린다. 무수한 검은 눈동자들이 내린다.내린다. 내리고 있다. 눈송이라는 개념이 내린다. 허공의 층이 내린다. 온몸으로 머물렀다가 떠나면서 눈송이들이 태어나고 있다. 끝나지 않는 눈송이들이다. 끝나지 않는 눈이 내린다는 개념이, 풍경이라는 개념이 내린다. 순수의 상징이 내린다. 구체적인 차가움이 내린다. 이 모든 반복이, 반복이라는 단어가 내린다. 창백하게 질린 어둠이내리고 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 순간을 간직하라, 이것이 삶이다, 눈송이는 말하지 않는다. 내리고 내리고 유일한 목적이고 유일한 의미다. 저 눈송이를 보라. 그대가 무엇을 보든 그것이 진실이다. 나는 진실을 말한다. 지금 눈이 내린다고누구라도 말할 수 있다. 누구라도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내가 여기 있다. 거듭해서 나는 말한다. 반복해서 말한다. 지금 눈이 내리고 있다. 온 세상에 내리고 있다. 내 모든 존재로 눈이 내리고 있다.보라, 눈송이 하나에 압도당하는 여기 보편의 인간을 보라, 이파리 한 장 흔들리지 않는 무정한 풍경을그러나 삽으로 밀고 가는 남자. 검은 우비를 입고 다만 눈을 미는 남자. 제 몸집보다 큰 삽을 들고 걸어온다. 바닥을 민다. 거듭 반복되는 몸짓이 저 눈송이들의 산을 키우고 있다. 남자보다 훨씬 덩치 큰 눈송이들의 산이 저기서 숨 쉬고 있다. 그러나 남자는 반복한다. 잠시 멈춘 배경 안에서 남자는 유일하게 풀어지고 있다. 이 순간에 속하지 못한 저 남자 앞에서 다만응축된 빛의 결정이 내린다. 무수한 사건들의 교차점이 내린다. 폭력과 불신과 타협으로 점철된 뻔한 깨달음이 내린다. 인류의 역사가 내린다. 신이 내린다.(전문)- 실수도 경험이라면서요. 미래는 무한하고 누구에게나 공평하다면서요. 삶이란증명할 필요 없는 것 아니었습니까? - 지우지 않겠습니다 중- 몇 번이고 추락한 공이 다시 날아올라 추락을 새롭게 도모할 때힘껏 웃어라너의 단단한 이를 보여라 - 문제아 중- 시간은 흐른다 각자의 자장 안에서사물은 낡아간다 떨어지고 뒹굴고 부서지면서세계의 총량은 바뀌지 않는다 한 사람의 내면이 끝장나면또 한 사람의 내면이 시작되는 것이다 - 스테인드글라스 중- 당신은 모른다. 절망이 얼마나 다정한지를, - 살균 중- 더 많이 무너지기 위해 부서지겠단 말은 얼마든지 할 수 있었습니다. 뻔하기조차 하지요.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말은잘 해내겠습니다. - 서빈백사 중- 환하고 눈부시다는 단어가 없는세계 밖으로 밀려나는 것 같다 나는 사라지고 내 몸만 남아 있는 것 같다 - 앙상한 가지 중- 세상은 자주 눈부시구나. 저녁이 찾아올 때조차죄가 늘어나땅에 얼굴 처박고 맞던 시절엔 차라리 마음 편했지.하지만 그 백사장에서 나는,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들에 대해서 생각했다. - 다른 방식 중2025. jun.#햇빛의아가리 #윤초롬 #아침달
사랑은 탄생해야 하는데죽음이 연거푸 탄생하는 시들.죽음의 그림자를 느끼며 읽었다.- 본적 없는 아름다움은 끝내 모를 것인가끝내 모를 것을 사랑하면 아름다움이 될 것인가 - 시인의 말- 제일 시시한 것은 인간이다구름 허밍 사라지다 만 너의 꼬리이쪽의 어둠을 떠메고 저쪽의 어둠에게 가는길들은 너머까지 밀려 있다 - 애플 스토어 중- 창을 열었다 슬픔이 가까이다 거짓말이다슬픔이 한 칸 뒤로 밀려난다 - 죽은 사람 좀 불러줄래요? 중- 지루하고 멋있다. 그게 필요해적막. 고립. 그리고 투쟁 - 빛을 펼쳐라 중<어쩌면 버렸다>얼굴을 잃어버렸다 어느 순간 버렸을지 모른다 뜨거움으로 위장한 불빛들이 어둠을 빠져나가는 새벽에 어쩌면 어둠 속 어둠이 얼굴들을 먹어치우는 새벽 직전에 어쩌면 어느 순간 구겨서 너의 얼굴에 넣었을지 모른다 어쩌면 죽은 사람이 너라는 걸 모른다 너는 돌아오지 않는 다는 걸 모른다 잡으면 바로 잡히는 만지면 바로 만져지는 얼굴이 너라는 걸 모른다 얼굴이 없는데 입꼬리를 올려 웃는 척하는 기시감을 아니 보이지 않는 눈을 깜빡이며 눈을 맞추는 이상한 반복을 어긋나며 겹쳐지는 목소리를 못 알아듣는 말을 계속 자르는 무례를 저지르는 고통을 아니 지루함을 아니 무례는 내가 내 얼굴에게 벌인 일 나는 나도 모르는 인물 나는 내가 모르는 인물 갑자기 울음이 터질 때 세상이 밝았다 어쩌면 이때 버렸다(전문)<4월의 기도>나의 두 손을 맞대는데어떻게 네가 와서 우는가(전문)<이것은 희망의 노래>검은색으로부터 그것은 떠오른다. 그것은 오로지 검은색이다. 그것은 오로지 검은색이었다가 검은색이고 검은색이 될 것이다. 검은색 속에서 검은색이 떠오른다. 검은색 속에서 검은 바람이 일어난다.그것은 검은색.불어오는 것이다. 우리는 휩싸이는 것이다. 검정의 바람이 되는 것이다.구겨 넣은. 긴 손처럼. 긴 혀처럼.그리고 침묵.그 속에 우리는 머리에서 발끝까지 묻히는 것이다.숨 막히는 것이다. 다시 일렁이기 시작하는 것이다.(전문)2024. dec.#사랑은탄생하라 #이원 #문학과지성시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