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의 미래 - 헬레나와의 대화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지음, 최요한 옮김 / 남해의봄날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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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말하는지, 말하고자 하는 그것이 이상적이고 윤리적이라는 것, 모두 잘 알겠고, 그런 세상이면 참 좋겠다.
희망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사람에겐 미안하지만 나는 왜 읽는 내내 한숨만 나는지.

제 1 세계가 아닌 곳, 아니 미국이 아닌 곳에서는 일류국가에 대한 근본없는 욕망이 존재하고, 그것이 독재도, 혁명도, 민주주의 비슷한 무엇도 만들지만, 저자가 말하는 희망의 미래를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실천할 리더( 혹은 다수)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

아마도 그 의구심은 인류에 대한 의구심이겠지, 인간이란 옳고, 좋기가 힘든 존재라서.

개인적으로는 사소하게 당장 로컬푸드를 적극적으로 이용해 보려는 시도는 해보았으나, 그 실천이 불가능에 가까운 구조가 이미 완벽하게 세팅되어 있고, 그렇기에 거대 자본의 윤리가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경제에 대해 뭐 별로 아는 것 없지만, 지나친 비약아닌가 싶은 부분도 분명 있다.

어쨌든, 과연... 이런 세상이 가능한가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된다.

희망보단 불신이 팽배하니 기분이 가라앉는 독서가 되었다.

윤리적으로 살자, 인간들아...라는 마지막 감상을 남기며.

-이동이 지나치게 자유로운 초국적 기업, 규제가 풀린 은행이 만들어 내는 돈, 정권과 기업의 유착관계에서 글로벌 기업이 지배하는 체제가 탄생한다. 결국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전 세계가 ‘바닥을 향한 경주’에 나서고, 거의 모든 나라에서 사회와 환경, 보건의 기준이 가장 낮은수준으로 내려간다. - 49

-개발이 시작되자 로컬 경제는 사실상 해체되었다. 의사결정권은 마을과 가정에 있는 여성에게서 멀리 도심지에 있는 남성이 장악한 관료제로 옮아가고, 초등교육은 지역의 자원과 필요가 아니라 도시 경제를 대비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 82

- 경제성장의 열망은 본질적으로 ‘인간적’이지 않습니다. 인간의 욕구라기 보다는, 거대한 기계같은 비인간적인 규모의 체제에서 온 것입니다. 더구나 이 기계는 소비주의를 능동적이고 체계적으로 촉진합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이 체제 안에서 학교 교과서부터 광고와 미디어까지 소비주의를 조장하고 자존감을 무너뜨리며 특히 남반구에서는 문화 정체성마저 파괴합니다. 국내 총생산(GDP)으로 평가하는 경제라는 개념은 인류 역사에서 최근에야 벌어진 현상입니다. 거의 모든 정치인과 기업가들이 반복하니까 우리 안에 깊숙이 자리하게 된 것입니다. 사실 경제 성장은 인간의 필요와 무관합니다. 그건 기업들이 돈을 얼마나 많이 버는지, 우리가 얼마나 빨리 지구의 자원을 써버리는지 평가하는 기준일 뿐입니다. - 129

2018. n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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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아스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호메로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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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의 가치관에 입각한 전쟁 대서사시이고, 아킬레우스를 중심으로 한 영웅 서사.

애초에 200여쪽이 안되는 카산드라의 참고로 800페이지가 넘는 일리아스를 읽었으니, 반전에 가까운 서사에 대한 나의 감상은 아무래도 부정적인 측면이 크다.

미케네와 트로이의 전쟁은 신들의 대리전 성격이 강하고, 그러므로 변덕스럽고 잡스런 신들의 모습이 가감없이 드러나고, 인간들 역시 명예를 위해서 윤리없는 삶을 살고 있다는 점에서 신이나 인간이나.. 라고 할까.

주인공인 아킬레우스는 포상을 빼앗겼다는 이유로 분노하여 아가멤논과 반목하고, 친구의 전사로 인해 재참전해 헥토르를 죽이고 잔혹한 복수를 서슴치 않는다. 백미로 일컬어지는 프리아모스와의 극적 화해(불과 12일 짜리)도 사실 크게 와닿진 않았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그 시대 사람들이 열광할 만한 스펙터클, 화려함, 긴장, 폭력성까지 토탈 패키지로 갖추고 있는 대중문화 그 자체가 아니었을까.

다만 윤리가 없어보이는 침략과 살육이 무슨 대서사가 필요하냔 말이다 싶은 마음이 있는것.
고전에 현재의 잣대를 들이대자면 한도 끝도 없겠지.
그러나 인간이란 무엇인가, 세계가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생각들을 지워낼 수는 없는 것 같다.

대략 헤아려 보니 6일 정도 기간에 집중해서 나누어 읽었는데, 지겨울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흥미로운 분노의 서사였다.

오딧세이아도 언제가는 읽겠지.???


2018. n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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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8-11-07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어마어마한 책을 읽으셨네요! 저는 항상 ‘언젠가 읽어야지‘ 하면서 아직...
최근에 읽는 소설책에서는 오딧세이 얘기가 자꾸 나와서 오딧세이도 읽어보고 싶더라고요. 그렇지만 역시 아직.. ( ˝)

hellas 2018-11-07 12:15   좋아요 0 | URL
계기가 있으니 읽게 되네요. 생각보다 술술 읽힙니다. 재미도 나름 있고 다만 성향과 맞지 않는 부분이랄까 ㅋㅋ 여튼 읽고 나니 뿌듯하긴 해요:)

유부만두 2020-02-29 20: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살벌하고 징그럽게 이기적이에요. 신들이나 사람이나. 전 아테네의 육탄전이 재미있었어요.
 
고독한 늑대의 피
유즈키 유코 지음, 이윤정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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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랄게 없는 늑대가 행하는 정의는 옳은 것인가?

간혹 느끼지만 일본 대중문화에선 야쿠자를 이상화한다는 감각이 있다. (생각해보니 그건 우리나라도 그런것 같지만...) 그들과 결탁되어 있는 자가 법을 집행하는 이야기라니 일단 완전한 정의라는 측면에선 처음부터 결함이 있는 이야기다.
그러나 현실의 정의가 이와 뭐가 그리 다를까 하는 마음.

반목하는 야쿠자와 그 와중의 경찰과 그 둘 사이 어딘가에 존재하는 인물들이 그려지는데, 오가미를 이상화하는 기본 자세가 어쩐지 오가미를 신뢰할 수 없게 만드는 구석이 있었다고 밝혀둔다.

야쿠자의 역사에 대해 대략 역자 후기에서 밝히고 있는데, 이 대략의 역사가 이 책을 읽는데 매우 도움이 된다.(물론 다 읽고 나서 읽었기에 후에 이해의 도움이 되었다.)

적당한 재미를 느낄 수 있고 의외의 내용도 있고... 그것만으로도 일단 나쁘지 않았다. 오락거리로 충분했다.

2018. n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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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이여, 안녕 마카롱 에디션
진 리스 지음, 윤정길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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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에 약간 지루한 듯한 사샤의 독백 덕에 약간의 진입 턱이 있었으나, 어떤 사건, 어느 장소, 어느 때에도 그녀는 평범한 피해자의 모습이었다.
관계가 망쳐지고, 관계를 제대로 이뤄내지 못하는 그녀에게 제공된 안식은 호텔 방 뿐.
그녀가 걸어온 모든 길, 머문 모든 방이라고 지칭되는.

책을 다 읽은 후에야 어떤 감정에 매몰되는 경우가 있는데, 아무래도 그 것인듯 하다.
세상의 그 무엇에도 희망을 잃은 그의 선택이 파괴적이라는 것에 어떤 반론이 있나 싶었는데, 해설에서 제시한 제2의 결론이란 것이 ‘새로 태어남’이라고 해서(아무래도 소수 의견 아닐까) 좀 어이가 없어졌다.

내가 받아들인 결론은 자학, 자해 더 나아가 죽음이라고 여겼는데.

잔뜩 움츠러드는 사샤의 마음처럼 쓸쓸한 기분이 드는 가을에 읽으면 더할 나위 없다. 더 우울해지니까.

- 나는 거기서 오랫동안 눈물을 흘린다. 내가 불쌍해서, 그리고 그 정수리가 대머리가 되어버린 노부인이 가엾어서. 이 저주받을 세계에 내재하는 모든 슬픔을 생각하며 울고, 또 모든 바보들과 투쟁에서 진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서 운다. - 36

- 나는 잘해보려고 애를 쓰지만, 그들은 항상 내 능력을 속속들이 알게 되고, 내가 가는 길은 결코 다른 길로 연결되지 못한다. 항상 막다른 골목이다. 문들은 늘 닫혀 있다. 나는 안다.... - 41

- 내가 그들을 생각할 때 끔찍해하는 부분은 그들의 잔인성도, 그들의 교활함도 아니다. 특별히 힘든 걸 겪지 않은 때문인지 그들은 쉽게, 케케묵은 의식으로 생각하는 순진함을 지녔고 도대체 뭘 모른다는 점이다. 그들이 사는 이 망할 놈의 세상은 온통 진부하고 거짓투성이다. 그들의 모든 의식이 바로 이 깊이 없고 독창성이 결여된 진부함 속에서 태어나 자라고 그로 인해 살아남는다. 그들은 이 진부한 가증의 삶을 절대적으로 신뢰한다. 그러니 희망을 기대할 수 없다. - 54

- 도움을 받고 구조를 받아 숨을 수 있는 방을 가진 나. 그 이상 내가 무얼 원한단 말인가? 내가 누운 관 뚜껑의 마지막 못이 꽝 소리를 내며 박혀버렸다. 이제 나는 사랑받기 원하지 않으며, 아름답기를 원하지도 않고, 행복이나 성공을 바라지도 않는다. 내가 원하는 것은 단지 한 가지다. 나를 가만히 놔두는 것. 내가 사는 방의 문을 발로 긁지 마, 문을 열고 들여다 볼 생각도 하지마, 그저 나를 가만히 놔 둬.... - 55

- 이 지랄 같은 방, 이곳은 과거의 추억으로 넘쳐난다.... 이 방은 내가 그동안 자본 모든 방이 도며, 내가 걸었던 모든 길이다. 이제 모든 것이 질서정연하게, 파도치듯 내 눈앞에서 행진한다. 방들, 길들, 길들, 방들..... - 133

- 나의 마음 저 밑에서 나는 무감각하다. 마음 저 깊은 곳에 있는 물은 고여서 정체되어 있고, 조용하며, 무관심하다. 다시 말하면 죽음에 근접한, 그리고 증오와 매우 흡사한 씁쓸한 평화가 있을 뿐이다. - 177


2018. o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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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느티나무 - 강신재 소설선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 31
강신재 지음, 김미현 책임편집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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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느티나무가 강한 느낌으로 남았지만, 의외로 해방촌 가는길, 안개, 점액질 등이 좋았다.

강신재라는 작가를 너무 늦게 알게 된 것. 해방도 겪은 노작가라는 점이 읽다보니 새삼 놀라웠다.

역시 여성이라는 소수성은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을 넓게 한다라는 생각에 보탬이 되었다.

작가 스스로 대표작이라 꼽은 <파도>를 집중하기 어려워 듬성듬성 읽은 듯 하여, 꼭 다시 읽어봐야겠다 생각.

고졸한 느낌이 없지않으나 그때나 지금이나 관통하는 여성 서사는 훌륭하다.

시절 탓을 해야하나 가난 탓을 해야하나. 언제나 맞는 이야기고, 울적한 감성이고, 진취적이랄까 자기 파괴적이랄까 인생을 개척하는 방향에 대해 어느 누가 섣불리 비난할 수 있을까 싶은 이야기들.

끝내 행복한 이가 없다는 점은 염세적인 작가의 시선일까.

- 성혜는 다방을 나오고부터 더욱 더 두 뺨이 달아오르고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격정이 가슴으로 솟구쳐 오르는 것을 느꼈다. 참을 수 없는 수치, 분격, 그리고 어떻게 할 바를 모르는 초려, 이런 것이 뒤섞이어 성혜의 가슴을 쾅쾅 짖눌렀다. - 안개, 29

- 자기는 이년 전 이 골목을 뛰어 내려가면서 어떤 일이 있더라도 움켜쥐고 오려고 생각했던 아무 것도 손에 쥐지 않은 채 돌아오고 있다고 뉘우쳤다. 공기처럼 바람처럼, 무엇인가가 지나간 것이었다. 시간이 그저 흘러간 뿐이었다. - 해방촌 가는 길, 38

- 너그럽고 무던하고 낙천적이 구석이 싹 하니 없어져 버린 것 같았다. 그는 고뇌의 실체를 보았는지 몰랐다. 그는 사람이 그것에게 이기지는 못하는 것이라고 깨달아 버렸는지 알 수 없었다. 그의 몸과 그의 얼굴 표정은 ‘절망’인 것 같았다. 기애의 마음을 날카롭게 움켜 잡고 놓지 않는 것도 그것이었는지 알 수 없었다. - 해방촌 가는 길, 53

-어느 편일까?
나는 나의 슬픔과 괴롬과 있는 대로의 지혜를 일 점에 응집시켜 이 순간 그의 눈 속을 응시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알 고 싶은 것이다. 그의 눈 속에 과연 내가 무엇으로 비치는가? - 젊은 느티나무, 102

- 유선은 그래도 거기를 간다.
그곳에 가면 예전에 있던 물건들이 그대로 그 자리에 놓여 있고 사람들도 변함없이 살고들 있었다. 자기도 역시 아직 살고 있다는 느낌이 어렴풋이나마 들곤 하므로, 가는 것이었다. 그런 것들과 마저 모조리 떨어져 버린다면 불안을 이길 길이 없을 것 같았다. 세계는 눈에 보이는 외형에서나마 제발 변함이 없어야 하였다. 가끔은 입밖에 내어서 지나간 일들을 말하는 것도 발 밑에 그래도 땅이 있다는 것을 확인해야 하겠기 까닭이었다.
유진은 무의미한 일을 일절 하지 않았다. 하지도 않고 생각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녀에게 있어 ‘의미있는 일’은 지나가 버린 것이다. 그것의 내용은 ‘망상’이었다고 그녀는 생각한다. 이제는 되살아 날 수 없는 것이었다. - 양관, 142

- “야 이놈아, 네 생각은 어떻데? 왜 죽었을 성 싶으냐. 그 사람들이.”
“아저씨가 말하셨지 않아요? 젊고 예쁘게들 생겼더라구. 그래서 죽은 거죠.”
“딴은 참, 복잡한 사정이 다 그 속에 있다. 옳다.” - 강물이 있는 풍경, 386

2018. n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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