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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우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44
차오위 지음, 오수경 옮김 / 민음사 / 2016년 6월
평점 :
근대 중국의 희곡.
중국의 근대라는 시절을 생각하다보니, 현대의 중국과 경제력, 세계 속의 위치등을 제외하면 과연 무엇이 달라진걸까 싶다.
이 이야기는 그야말로 막장 드라마다. 온갖 불행과 부정이 작품안에 존재하지만, 그런 막장이라는 것은 문학이 피해갈 수 없는 소재라고 생각한다. 뭐 이런... 이라는 생각에 앞서 이미 서양의 고전들도, 아니 현대의 문학들도 온갖 막장 소재를 다루고 있으니까.
자본가 집안과 노동자 집안에 얽힌 가문의 비밀과 사랑 죽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것은 하나의 피를 물려받은 로미오와 줄리엣이지만, 그 안에 간과할 수 없는 매력을 보여주는 이가 자본가의 아내 조우판이다. 구식 중국여인이고, 시문을 좋아하지만 야성적인 욕망이 들끓는 사람. 아마도 작가가 가장 공들여 만든 인물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줄리엣인 루쓰펑, 그의 속물적이고 봉건적이며 가부장적 아버지, 슬픔의 역사를 가슴에 품은 어머니, 혁명적 노동자의 현신이 오빠. 로미오 조우핑, 역시 속물적이고 봉건적이며 가부장적 자본가 아버지, 역시 슬픔을 품은 어머니, 순수한 내면을 가지고 있는 동생 조우충.
작가 스스로 평하길 근본적 기쁨과 원시적 생명감을 다뤘다고 하니 그렇게 생각하고 읽는다면 편리하게 이 작품을 흡수 할 수 있다. 스스로 운명을 개척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인간들을 이런 저런 트랩에 넣어 뒤흔드는 이야기라고.
다만 서막과 미성을 넣은 구성은 딱히 신선함 없는 과거의 유물같았다.
이 작품은 나에게나 생경했지 이미 1940년대에 국내에서 공연되었고, 걸출한 연출가들의 손을 거쳤다니, 꽤나 역사안에 확실한 위치가 있는 작품이라 느꼈다. 그리고 작품 해설안에 그 이윤택도 언급이 되어 있어, 새삼 그가 가졌던 “권력”의 힘을 가늠할 수 있는 계기도 된다.(동떨어진 얘기지만 이윤택은 꼭 죄만큼 값을 치루길 바란다.)
어쨌든 재밌게 읽은 중국 근대 희곡은, 지나가고 있는 이 여름 태풍 후 몰려온 ‘뇌우’의 영향으로 읽게 되었다.
얘야, 이 어미한테 딸이라곤 너 하나뿐이다. 내 딸은 이 엠처럼 살아선 안 돼. 사람 마음이란 믿을 수가 없는거야. 사람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너무 나약해서 쉽게 변한다는 거지. - 189
2018. au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