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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신
김숨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10월
평점 :
이혼, 읍산요금소, 새의 장례식. 단편 셋이다.
당신의 신이라는 타이틀이 좀 의아하다. <이혼> 중에 나온 대사긴 한데,
너(남성)의 신이 되기 위해 결혼한게 아니라고...
과연 그 남성과 결혼한 세 단편 속의 여성들은 ‘신’이기는 했나.
문학적 상상력을 동원하지 않아도 눈앞에 어느 정도 그려지는 가정 폭력과 방치들이 드러나 있는 이야기들인데.
액막이, 분풀이용 ‘신’이라는 것인지.
<이혼>이 가장 좋았다.
그러나 결국 이 불합리한 배경들이 너무 쓰리고 외면하고만 싶은 것들이라, 이런 감정을 끌어낸 것이 작가의 눈부신 역량임을 알면서도 씁쓸하다.
가부장.... 까지도 볼 필요 없다.
동시대의 동년배만 돌아보아도 된다.
아니다 그보다 더 어린 세대를 보아도 되겠다.
과연 희망적인 어떤 시그널이 있는지.
나는 아니라는데 손 하나 보탠다. 우울하다.
공식 행사가 끝나고 전시된 사진들을 둘러보는 그녀에게 최의 아내가 다가왔다.
우리가 이해해줘야지 어쩌겠어요.
우리.....요?
그녀가 묻는 눈빛으로 최의 아내를 바라보았다.
우리 아내들 말이에요. 우리 둘 다 힘든 남자를 남편으로 골랐으니 어쩌겠어요. 고리타분한 말이지만 팔자라고 해야 하나...... 남편이 아니라 아들이라고 생각하면 너그러워져요. 이해 못할 일도, 용서 못할 일도 없고요. 아들이 살인을 저질러도 끝까지 감싸고도는 게 어머니잖아요.
어머니 같은 존재가 되어주기 위해 결혼한 게 아니라는 말을 간신히 삼키고, 그녀는 사진에 눈길을 주었다. (중략)
그녀는 생각했다. ‘릴리트’라는 제목만 아니었어도 최의 사진이 그토록 끔찍하진 않았으리라.
릴리트는 유대 민담에 등장하는 인물로, 최초의 여자이자 아담의 첫 아내였다. 민담에 따르면, 하느님은 릴리트를 아담의 갈비뼈가 아니라 아담과 똑같이 흙으로 빚은 뒤 코에 생기를 불어넣어 만들었다. 그러니까 최초의 남자 아담과 최초의 여자 릴리트는 같은 모습이었던 것이다. 첫날밤, 아담이 동침하려 했지만 릴리트는 그의 밑에 깔리고 싶어하지 않았다. 자신과 같은 흙으로 만들어진 아담을 주인이자 남편으로 섬기기를 거부한 릴리트는 하느님의 노여움을 샀고 에덴 동산에서 쫓겨나 사탄이 되었다. 얼마 뒤 하느님은 흑이 아니라 아담의 갈비뼈로 여자를 만들었고, 그렇게 해서 최초의 여자이자 아담의 아내는 릴리트가 아닌 하와가 되었다. - 19, 이혼
세상에 계속되는 것은 없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계속 되리라는 환만 있을 뿐. - 작가의 말 중
2018. se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