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b책 창비청소년문학 39
김사과 지음 / 창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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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고, 가난하고, 이상한 사람들.

바닷가 소도시의 청소년의 표적없는 분노.

어지러운 기분이 되어 책을 덮는다.

해는 어느 때보다도 더 반짝거렸고 바다도 그랬다. 아이들은 물속으로 뛰어들고 나는 방파제 끝에 엎드렸다. 결국 아무도 돌아오지 않았다. 모든 것이 똑같았다. - 12

가끔 바다에 갔다. 바다는 항상 똑같았다. 계속해서 파도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다시 왼쪽으로 밀려갔고 아이들은 검게 탄 몸으로 바다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난 더 이상 바다가 되기를 바라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계절이, 해가 바뀌었다. 모든 것이 같았다. 여름 다음은 가을이었고 겨울 다음은 여름이 아니었다. 결국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더 이상 그것을 바라지도 않았다. 더 이상 좋은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남은 것은 어른이 되는 일뿐이었다. 나는 어른이 되기를 기다렸다. - 167
2016. Au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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눌변 - 소란한 세상에 어눌한 말 걸기
김찬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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눌변이라는 제목이 왠지 마음에 들어 자세히 살피지도 않고 구입.

그렇게 깊지 않다. 그렇게 가볍지도 않고.

혁신적 테크놀로지의 영향으로 세밀한 시간에 신경이 곤두서는 동안, 시대의 흐름과 생의 단계를 조망하는 안목은 오히려 흐려지는 듯 하다는 말이 와닿았다.

2016. Au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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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기증.감정들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23
W. G. 제발트 지음, 배수아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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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경악한 나머지, 사물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해지고 말았노라... 눈에 들어온 실제의 인상이 너무나 압도적이어서 추상적 이해력이 무너져내린 것 같다는 것...

벨, 또는 사랑에 대한 기묘한 사실 구절 중 하나.
스탕달의 찌질함에 대한 길고도 짧은 이야기.

제발트의 글을 읽으면 뭐가 이리 장황한가 싶다가, 장황한 묘사가 참 아름다워서 우습다가, 흐름에 따라 이리저리 흘러가는 이야기에 홀린 듯 같이 흘러가게 되었다가 책을 다 읽어갈 무렵이 되면 그 인상이 너무나 압도적이어서 추상적 이해력은 무너져 내리고 제발트라는 감정만 남는 경험을 하게 된다.

뭔가 온전히 하나로 완결되는 서사 따위.

그런건 방랑하는 자에게서 기대할 만한 것이 못된다.

그리고 기대를 배반한 작가를 존중한다. Respect.

하지만 너희는 배를 타고 즐거워하니, 돛을 올려 호수를 역겹게 만드는 구나. 나는 더욱더 깊은 곳으로 내려갈 것이다. 추락하고 용해되어, 눈먼 얼음으로 흐릿해질 것이다. - 에렌슈타인의 시 <자살자>의 한 구절.

인간이 실제로 미쳐버리는 일이 흔하지는 않지만, 그럴 만한 계기는 삶의 도처에 널려 있다는 생각이 든다. 원래의 자기 자신에 아주 약간의 균열이 일어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 외국에서 중, 57

회한이라고는 전혀 스며 있지 않는, 담담한 투로 내뱉은 그 문장을 끝으로 암브로제 가족사를 종결지은 루카스는, 나에게 무슨 이유로 그토록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그것도 하필이면 11월에 다시 W를 찾을 생각이 들었느냐고 물었다. 나는 매우 장황하면서도 군데군데 모순이 섞인 대답을 했는데, 놀랍게도 루카스는 그것을 금방 이해했다. 그는 특히, 세월이 흐르면서 많은 일이 내 안에서 저절로 설명되고, 그럼에도 그 일들이 더욱 선명해지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더욱 수수께끼처럼 변해간다는 말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나는 이어서 말했다. 과거에서 끌어올린 그림들을 더 많이 모으면 모을수록 그것들이 과연 내가 기억한 대로 흘러갔던 것인지가 더욱 모호해질 뿐이라고, 왜냐하면 과거에 속한 그 무엇도 평범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또한 설사 그렇지 않다 해도 최소한 경악스러운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 귀향 중, 199

2016. Au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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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줄 알았는데 안 읽은 책 ㅋ 나미야잡화점.

워낙 다작작가라. 편차도 심하지만. 누군가 괜찮다기에 뒤늦게 샀습니다:)

오늘 온 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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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에 대하여 찰스 부코스키 테마 에세이 삼부작
찰스 부코스키 지음, 박현주 옮김 / 시공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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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부코스키.. 잘모르는 작가지만,

고양이가 떡하니 표지에 그려져 있고, 고양이에 대해서라니 궁금증이 동해서 안볼 수가 없었다.

책 날개에 작가의 간략한 설명에는 Don`t try라는 묘비명이 소개되어 있다.

애쓰지않고 하루하루 살아간 사람인가보다. 심정적인 동질감을 느끼며 책을 읽는다.

에세이 선집이라고 하지만, 고양이에 대하여는 시집이라고 하는게 맞겠다.

이런 저런 사연으로 고양이의 간택을 받아 아홉마리의 고양이들을 돌보는,

고양이를 바라만 봐도 자신의 용기가 돌아온다는 남자라니

동화적이다.

의사가 이러더군. ˝이 고양이는 차에 두번 치였네요. 총도 맞았고. 꼬리는 잘렸어요.˝ 나는 말했소. ˝이 고양이는 나요.˝ 이 녀석 거의 굶어 죽을 지경이 되어서 우리 집 대문 앞에 나타났소. 어디로 가야 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던 거지. 우리 둘 다 거리에서 온 건달들이었으니까. - 76, 맹크스.

고양이에게 가장 좋은 점은
기분이 나쁠 때, 몹시도 나쁠 때-
고양이를 한 번 쳐다보면
걔들이 그러듯이 열을 확 식힐 수 있다는 것
그건 무슨 어려움이 있어도
지켜나가야 할 교훈, 그리고
고양이 다섯 마리를 보면
다섯 배 낫지. - 딱 좋군 중.

나는 차로를 올라갔다. 고양이들이 여기저기 퍼져서 똥을 싸고 있었다. 다음 생에서는 고양이가 되고 싶군. 하루에 스무 시간을 자고 가만 앉아 밥을 기다리고. 엉덩이만 핥으면서 빈둥대고. 인간은 너무 비참하고 화만 내고 외골수라서. - 139

2016. Au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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