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방식 - 수전 손택을 회상하며
시그리드 누네즈 지음, 홍한별 옮김 / 코쿤북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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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공부하던 시절 가장 부러워하고 동경하던 사람인 수전 손택을,
요즘 가장 진지하게 좋아하게 된 미국 작가 시그리드 누네즈가 회고하는 글.

너무 좋음과 좋음의 축적인 책이다.

손택을 되돌아볼 가장 적임의 시선이 아닐까 생각한다.


- 그로부터 30년 뒤에 수전이 세상을 떴을 때, 그 소식이 놀랍지는 않았지만(상태가 매우 안 좋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도 충격이었다. “너무 생생한 존재라, 이렇게 쓰러뜨려진다는 게 어이없어”라고 친구가 나에게 부고를 전하며 말했다. “쓰러뜨려진다”라는 단어가 마음에 와닿았다. 수전이 들었으면 마음에 들어했을 것 같았다. 이와 비슷한 감정을 불러일으킬 작가가 또 얼마나 있을까 싶었다. 수전 손택이 치료 불가능한 백혈병을 앓다가 일흔두 살이 거의 다 되어 사망했음에도, 수전의 죽음은 마치 목숨이 가혹하게 끊긴. 듯한, 전성기에 스러진 듯한 느낌을 주었다. ‘쓰러뜨려졌다.’ - 20

- 수전은 최후의 1등급 미국 소설은 포크너가 쓴 [8월의 빛]이라고 생각했다. (포크너는 수전이 존경하긴 하지만 좋아하지는 않는 작가였다). 물론 필립 로스와 존 업다이크도 좋은 작가이지만 수전의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글을 쓰는 작가는 아니었다. 수전은 레이먼드 카버가 미국 소설에 미친 영향이 달갑지 않다고 했다. 미니멀리즘이 싫은 것은 아닌데, 단지 “말하는 방식하고 똑같은 방식으로 글을 쓰는” 작가에 열광하게 되지는 않는다고 했다. - 66

- 지금 생각하면 수전이 가르치는 일을 질색했던 까닭이 학생이 되고자 하는 열정이 워낙 강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수전은 평생 학생다운 습관과 분위기를 유지했다. 언제나, 육체적으로는 아닐지라도, 젊은 사람이었다. - 76

- 수전은 “진지한 작가이자 동시에 왕성한 독자가 될수는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말을 듣지 마”라고 했다(그렇게 말한 작가로 v.s.나이폴과 노먼 메일러가 떠오른다). 중요한 것은 정신의 삶이고 그 삶을 충만하게 살려면 독서는 반드시 필요했다. 하루에 한 권을 목표로 삼는 게 지나치지 않다고 했다. - 94

- 수전은 뉴욕 그 자체였다. 열렬한 격찬, 정력과 야망,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어떤 난관도 물리치겠다는 정신, 어린아이 같은 본성. 또한 자신만은 예외이며 뭐든 의지의 힘으로 해낼 수 있다는 믿음, 스스로를 만들어 낼 수 있고 다시 태어날 수 있으며 새로운 기회가 끊임없이 주어져 모든 것을 누리리라는 믿음을 지닌 사람으로서, 내가 만난 누구보다 더 미국적인 사람이었다. - 149

2022. jun.

#우리가사는방식 #수전손택을회상하며 #시그리드누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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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백한 언덕 풍경 민음사 모던 클래식 61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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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원폭.
일본의 풍경.

그걸 바라보는 이 나라의 독자는 여러가지 생각이 들수밖에 없지.

라는 감상이 남고.



- 그래, 그 친구가 몇 살인데?
엄마는 언제나 나이에 너무 집착해요. 어떤 사람이 중요한 경험을 했는가 아닌가는 그 사람의 나이와는 상관이 없어요. 백 살이 되어도 아무것도 경험하지 못한 사람도 있다고요. - 117

- 오가타 상 시대에 일본의 아이들은 끔찍한 교육을 받았습니다. 그들은 치명적인 거짓말들을 주입식으로 배웠습니다. 가장 지독한 것은 그들이 보지 못하도록, 질문하지 못하도록 배웠다는 겁니다. 그것이야말로 이 나라가 역사상 가장 끔찍한 재앙 속으로 빠져든 이유입니다. - 192

2022. jun.

#창백한언덕풍경 #가즈오이시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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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바코드 검색 이상하다. 안되네.

얼마전부터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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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에 대하여
김화진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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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편집자로서의 모습을 많이 접한 작가라서인지,
나 혼자만의 친밀감이 꽤 개입되어 이야기 속 어떤 캐릭터에도 작가의 모습이 투영되었다. 그게 이야기를 소화하는데 좋은건지 아닌지는 글쎄...

삶을 툭 던진 공책처럼 대한달까, 그런 느낌인데. 이렇게 얘기하면 설명이 안되려나.

여덟 편의 이야기에 타인을 이해 또는 배려하려는 인물들이 가득해서 이런 세계관에선 누구라도 조금은 착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가 인간에 대한 신뢰와 나아지리라는 희망을 믿는 사람이라서는 아닐지도 모르지만, 그런 분위기의 이야기들.

장편으로 만나보고 싶은 작가.

- 그저 천희가 떠난다는 사실에만 집중했다. 천희가 떠나서 나는 슬프다. 그 문장만을 생각하며 단순하게 슬퍼할 수 있었다. 단순하게 슬퍼할 수 있다는 게 그렇게 후련한 일이라는 걸 처음으로 깨달았다. - 새 이야기, 19

- 우산 없이 온몸으로 비를 맞는 느낌이 시원했다. 맞잡은 손 사이로 빗물이 흘러들었다. 손등에 닿은 차가운 비가 마주잡은 두 손바닥 사이로 들어가 체온 정도로 데워졌다. 맞을 만한 비였다. - 꿈과 요리, 118

2022. dec.

#나주에대하여 #김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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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 에세이&
백수린 지음 / 창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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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낡은 느낌의 오래된 동네, 조용한 일상, 시간의 흐름을 피부로 오롯이 느껴가며 살아가는 기분의 에세이.

봉봉이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이 가장 와닿는다.

- 나는 여전히 이 세상의 많은 비밀들에 대해 알지 못하지만, 아무리 계획을 세우고 통제하려 한들 삶에는 수많은 구멍들이 뚫려 있다는 것을 안다. 그 틈을 채우는 일은 우리의 몫이 아닐 것이다.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 우리는 모서리와 모서리가 만나는 자리마다 놓인 뜻밖의 행운과 불행, 만남과 이별 사이를 그저 묵묵히 걸어나간다. 서로 안의 고독과 연약함을 가만히 응시하고 보듬으면서. - 31

- 내 마음은 언제나, 사람들이 여러가지 면과 선으로 이루어진 존재들이고 매일매일 흔들린다는 걸 아는 사람들 쪽으로 흐른다. 나는 우리가 어딘가로 향해 나아갈 때, 우리의 궤적은 일정한 보폭으로 이루어진 단호한 행진의 걸음이 아니라 앞으로 갔다 멈추고 심지어 때로는 뒤로 가기도 하는 춤의 스텝을 닮아 있을 수밖에 없다고 믿고 있다. 우리는 그런 방식으로만 아주 천천히 나아간다고. - 72

- 너를 살리고 싶어하는 나를 위헤 하루라도 더 버티려고 마지막 순간까지 보여준 네 안간힘을 사랑이라 부르지 않는다면 이 세상에 사랑이란 존재하지 않을 테니까. - 148

2022. dec.

#아주오랜만에행복하다는느낌 #백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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