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린 사람들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3
제임스 조이스 지음, 진선주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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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단편들이지만 더블린이라는 도시가 주는 공통의 여운이 있기는 하다.

그냥 일반적인 인생들의 열전.

영문학의 측면에서 독특하고 선구적인 어떤 위치라는 걸 가지고 있는 작가라 지레 약간의 벽이 있었지만,

생각보다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실험적이고 파격?적인 구성의 글들은 요즘의 작가들에게서도 충분히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다만 개인적으로 이 책을 어느 지점에 두어야 할지가 애매하긴 한데,

다른 작품들도 봐야 확신이 생길 듯.

일단은 제임스 조이스에 앞서 윌리엄 포크너를 읽어봐야겠다.

그리고 던져 놓은 다른 책들 우선....


늦가을 저녁놀의 잔광이 잔디밭과 산책로를 뒤덮고 있었다. 잔광은 또 너저분한 보모들과 벤치에서 꾸벅꾸벅 조는 노쇠한 늙은이들에게 온화한 황금빛 먼지를 소나기처럼 퍼붓고 있기도 했다. 잔광은 말하자면 모든 움직이는 모습들, 예를 들면 자갈길을 따라 소리를 지르며 달려가는 어린애들과 공원을 가로질러 통과하는 모든 사람들 위에 드리워져서 깜박이고 있었다. 그는 그런 광경을 지켜보며 인생을 생각했다. 그리고 (그가 인생을 생각하면 언제나 그리되듯이) 그는 슬퍼졌다. 그리하여 그는 잔잔한 우울감에 사로잡히는 것이었다. 그럴 때마다 그는 운명에 대항하여 싸운다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짓인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 운명이란 다름 아닌 오랜 세월이 그에게 지워진 지혜로운 짐이거늘. - 126, 작은 구름

그는 자신도 모르게 자기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때가 종종 있었다. 그는 그녀의 눈에는 자기가 천사의 경지까지 올라가 있는 것으로 보이려니 생각하기도 했다. 그리하여 그가 그녀의 강렬한 본성을 자신에게로 점점 더 가깝게 결합시키려하자 이상야릇함 몰개성적인 목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목소리는 자기 자신의 목소리이기도 했는데 그것은 영혼의 치유 불가능한 고독을 주장하고 있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포기 할 수 없어. 우리는 우리 자신의 것이니까, 하고 그 목소리는 말하는 것 같았다. - 198, 가슴 아픈 사고

그는 온 길로 되돌아갔다. 그의 귓전에는 기관차의 리듬이 여전히 고동치고 있었다. 그는 기억이 자신에게 일러주는 현실성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는 나무 밑에서 걸음을 멈추고, 기관차의 리듬이 귀에서 사라지기를 기다렸다. 이제는 그녀가 어둠 속에서 자기 옆에 바짝 붙어 있는 것 같지도 않고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지도 않았다. 그는 귀를 곤두세우고 몇 분을 더 기다렸다. 그러나 들리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밤은 더할 나위 없이 고요했다. 그는 다시 귀를 기울였다. 역시 완벽하게 고요했다. 그는 외롭다는 느낌이 들었다. - 207, 가슴 아픈 사고

2016. D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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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6-12-27 0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작품집에 <애러비> 있나요? 저 그 단편 엄청 좋아하는데요! 그거랑 <겨울>들어가는 제목인데...잠깐만요, 찾아보고 올게요.

hellas 2016-12-27 08:04   좋아요 0 | URL
애러비 있슈미다

hellas 2016-12-27 08:05   좋아요 0 | URL
겨울 단어 들어간건 없구요

다락방 2016-12-27 08:08   좋아요 0 | URL
지금 찾아보고 왔어요. <죽은 사람들>이었어요. 제 페이퍼 뒤지고 옴요. 그 배경이 겨울이어서 그랬나봐요. 제목에 겨울 들어간다고 생각했어요. <죽은 사람들> 단편도 엄청 좋지 않아요?!!

hellas 2016-12-27 08:11   좋아요 0 | URL
전반적으로 좋았는데 한번으론 뭐라고 정확한 좋음의 지점을 못찾겠어서... 다시 읽어보려구요:)

보물선 2016-12-27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크너는 영문학수업때 읽었었는데 당췌 어려웠던 기억만 ㅋㅋ

hellas 2016-12-27 11:39   좋아요 1 | URL
누가 엄청추천해줘서요. 당췌 어렵기만 하면 슬프겠네요 ;ㅂ;

보물선 2016-12-27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한테만 어려웠을거예요. 헬라스님 읽으시고 알려주세요.
저도 번역본으로 다시읽어보게요~

hellas 2016-12-27 11:39   좋아요 1 | URL
곧 읽게 되길. 우선 집어든 책 읽고나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