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적인 도시 - 뉴욕 걸어본다 3
박상미 지음 / 난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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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부터 2010년 까지의 뉴욕에서의 이야기들.

묘한 감정이 드는 에세이.

2005년 부터 2010년 까지는 개인적으로 그야말로 미술에 푹 빠져 살던 시기여서,

그 기간의 작가의 이야기가 조금도 낯설지 않은 이야기였기 때문.

그 시절은 온갖 미술서와 전시와 작업에 내 모든 생활을 투자하고

앞으로 계속 이 일들을 해나간다는데 한치의 의심도 없던 그런 때였다.

그러나 본디 삶이란 언제나 예측불가하고 의외의 사건과 사고가 빈번하며

의도치 않은 방향전환을 겪을 수 밖에 없는 것 아니겠나.

대중서와 전문 서적은 물론 논문집까지 출간되는 모든 미술서는 가슴 설레는 기분으로 사들이던 때가

나에게 있었던가 싶게 요즘은 미술관련책을 거의 읽지 않았다.

독서의 행위 조차 이미 돌아나와 버린 곳에 대한 미련같이 보여서 그랬던걸까.

어쨌거나 매우 환기가 되었다.

그 환기라는 것이 심란함을 동반한 것은 아주 작은 고충에 불과하다 여길만큼.


2015. Nov.

뭘 확인한다고 액자 뒷면을 보다가 그만 잘못하여 캐비닛 위에 놓여 있던 꽃병과 촛대를 깨뜨렸다. 디재스터였다. 내 잘못이었는데도 작가는 미안해서 어쩔 줄을 몰랐꼬, 나는 현기증이 났다. 작가가 서둘러 떠났다. 사기 꽃병과 촛대가 완창 깨진 모습이 거의 충격적이었따. 무너가 아깝다는 생각에 사진기를 들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사진을 찍고 나니 평정심이 되찾아졌다. 재앙과 나 사이에 사진기라는 제3의 눈이 끼어들었기 때문이리라. -p. 27

물리학 논문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당연시 여기면서 그림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왜 인정하기가 어려울까? -p. 41

스스로 뭔가 다른 것으로 진화할 수 있는 동력을 품는 내적인 복잡성complexity이 필요하다. -p. 134

아트리뷰에서 발견한 프란시스 알리스의 글이다.
태도에 관하여
아무리 생각해봐도 어떤 특정한 작품이나 사람이 내 작업에 직접적인 영감을 준 일은 없는 것 같다. 만약 있다면 그건 많은 사람들과 많은 작품들을 접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내가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태도들`이 있다. 즉,
말하기, 쉬기, 걷기, 요리하기, 놀기, 책 읽기, 실수하기, 신뢰하기, 듣기, 두려워하기, 교환하기, 잃어버리기, 믿기, 실패하기, 기다리기, 노력하기, 번역하기, 거리두기, 변형시키기 그리고, 잠 안 자기, 용납하지 않기, 이해하지 않기, 닫지 않기, 계획하지 않기, 기억하지 않기, 알지 않기not knowing. -p. 140

사람들에게 난 곧잘 "센트럴파크 다녀오셨어요?" 라고 포괄적으로 질문하지만 내가 듣고 싶은 답은 좀더 구체적인 것이다. 100만 평이 넘는 이 공원에 발만 살짝 들여놓고는 시큰둥하게 "물론 다녀왔죠"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초록으로 펼쳐진 십 메도 잔디 위로 겹쳐지는 스카이라인을 감상하며 피크닉을 했다든가, 회전목마 위에서 어느 오후를 즐겼다든가,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 저수지에서 조깅을 했다든가 정도면 구체적이라 할 만하다. 여행은 눈도장만 찍고 가는 게 아니라 구체적인 환경에서 잠깐, 그러나 강렬하게 살아보는 것이다. -p. 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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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5-11-09 0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란시스 알리스의 글이 여기 나오는 거였군요. 오래 찾았는데 ^^ 책 읽어봐야겠어요.

hellas 2015-11-09 13:11   좋아요 0 | UR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