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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창작과비평 209호 (2025년 가을호) ㅣ 창작과비평 209
창작과비평 편집부 / 창비 / 2025년 9월
평점 :
도저히 집중이 안 되는 비관심분야 인 몇 꼭지는 건너뛰고 읽었다.
사실 관심 여부를 넘어 글이 좋으면 읽히기 마련이지만....
그래도 전반적으로 훌훌 읽었다는 점을 기록해두고 싶다.
밀리지 않고 읽어야 최고인 게 잡지, 특히 문학 계간지임을
과거의 경험, 교훈이 있었기 때문에...
안 밀리고 받으면 그 달에 바로 읽는다가 목표였으니 스스로 칭찬한다.
비상계엄, 내란의 그림자가 진한 가을호였다.
황정은 작가의 <작은 일기>에 대한 헬마우스 임경빈 작가의 리뷰도 실려있다 .
- 오랜만에 TV를 켜자 정말 비상계엄 속보가 시뻘겋게 나왔다. 이젠 공영방송조차 가짜 뉴스를 한다고 혀를 차다가 곧 그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 순간 갑자기 모욕감과 분노가 치솟았다.
'니가 뭔데 내 영혼이 감전되는 유일한 순간을 짓밟느냐.' - 수치와 모욕 중, 이산하
- 산책이 시작된 거죠 상처 내지 않고 눈물을 투과하는 빛의 원리, 손등에 닿는 무지개, 어둠 속 눈부심, 천사의 것인지 악마의 것인지 구분할 필요가 없는 날갯짓, 날갯짓이 불러일으키는 한낮의 심상...... 걷잡을 수 없는 수수께끼로 빠져드는 거죠 안으로만 고이고 다가서면 제 얼굴이 얼비치는, 내면의 웅덩이가 제게도 있으니까요 - 세입자 중, 정다연
- 무엇보다 문학은 정치를 초과하는 것, 적어도 감정의 차원에 있어서는 마땅히 그러한 것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문학은 정치적 논리와는 다른 맥락에서 사람이 사람을 멀리하기도 때로는 혐오하기도 하는 이유를 드러내고, 또한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새로운 마음의 길을 찾는다. 그렇게 문학은 정치로 귀속되지 않는 잠재적인 감정을 보존하기에 진정 정치적일 수 있다. - 인간다움을 다시 묻는 시, 박동억, 문학평론
- 그러나 어떤 트라우마는 반복된다. 픽션은, 그 슬픔이 휘발될 때 드러나는, 보이는,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들 안에서 그 증언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실재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그것은 영원히 도달 불가능한 다가섬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의 정치적인 힘은 그렇게 발현되어 왔다. 언제나 아직 도달되지 못한 미래이자 도래할 무엇으로만. - 문학평론, '우리'라는 실재 ,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의 리얼리즘에 대하여, 이미진
- 황정은 일기 속에는 내란 사태 이후 그 겨울과 봄의 내가 있었다. '남'의 일기로 '나'를 만나는 특별한 일이 일어났다. 공동체란 구성원들이 무엇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의 총합니다. 기억은 역사가 되고, 역사는 공동체를 규정한다. 그런 의미에서 누군가의 일기는 개인사이지만, 다른 시민들과 공유하면 사회사가 된다. <작은 일기>는 '우리'가 6개월간 공유한 깊은 모욕감에 대한 이야기다. (...) 그래서 너무나 '공적인' 일기의 페이지를 넘기며 종종 울었다. 울면서 위로를 받았다. 나의 불안이 그의 불안이었고, 나의 분노화 체념이 또한 그와 다르지 않았다. 우리는 같은 시가를 보며 허탈해했고, 종종 안심했다. 나 혼자가 아니었다. 카메라 앞에서 다 아는 척, 불안하지 않은 척 시청자들에게 위로를 건네던 정치평론가가 아니라 또 다른 일기의 주인공으로서의 안심이었다. - 우리의 겨울과 봄에 대한 작지 않은 이야기, 임경빈
- 그래도 이런 순간들을 붙잡으려고 한다. 소음과 침묵이 평화롭게 공존하던 순간. 아무런 기대 없이 대가 없이 서로 마주 보던 순간. 방금 지나쳐온 길이 곡선이었는지 직선이었는지 함게 곱씹는 순간. 우리 모두가 한때는 아름다웠던 적 있으며 앞으로도 종종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강한 사람이 된다. 그런 희부연 힘이 필요할 때면 시를 읽었다. 시와 함께 강한 사람이 되었다. 시 안에서 내 마음을 흔들고 뒤집고 털어보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전히 알 수 없는 것들은 알 수 없는 일들로 남았지만 해야 할 일들 앞에서는 조금 더 분명해졌다. - 한여진, 수상소감 중.
2025. s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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