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로나이즈드 바다 아네모네 난다시편 1
김혜순 지음 / 난다 / 202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열거되는 시어들이 크레센도 지시에 따르듯 점점 커다래진다.

여성 신체에 대한 묘사가 조금 줄어든 느낌이 드는데
사실 어떤 시에서건 그런 표현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

내용상 필요성이 있다는 걸 인지하면서도 불편한 느낌을 받는 건 아무래도 적나라한 표현에 대한 고정된 인식을 가지고 살아서겠지 라고 생각한다.

- 이 시집 제목이 <싱크로나이즈드 바다 아네모네>인 것은
제가 어느 건물의 로비에서 커다란 어항 같은 화면에
처음 보는 생물이 하나 일렁이는 걸 보고 감동했기 때문입니다.
진정 나는 그 존재가 부러웠고,
깊은 바다 속에서 온갖 색깔을 뽐내며 혼자 표표히 고독하게 싱크로나이즈드하는
긴 촉수들을 만지는 듯했습니다.
그날 밤 저는 그 심해의 존재에 살포시 기대고 누워 있었습니다.
그것이 저라는 한 인간을 무척 위로해주었습니다. - 시인의 말 중

- 오늘 지나고 나면 다시는 만날 수 없는 날씨에게
하루도 같은 하늘을 준비하지 않은
나의 날씨에게
어제 날씨는 없었던 것처럼
나는 늘 말해
이 세상에는 너와 나 둘이면 충분해
다른 건 필요없어 - 그리운 날씨 중

- 우리의 미래는 다 잡종이어야 해 - 알라모아나 중

- 상처입은 영혼은
기억할 것은 기억 않고
기억하지 말아야 할 것은
다 기억해요
수십 번 죽음과 껴안아본 이는
사실 다 기억하면서 내놓지 않는 거예요 - 까마귀 고기를 잡수셨나?

- 예전에는 고통으로 가득차서 시를 썼었어요.
그 시들을 쓰다가 어느 순간 찬물을 몸에 끼얹듯
다른 시를 써야겠다 생각했어요.
(...)
대부분의 독자님들은 저보다 새 사람이겠지만
저의 고통과 아픔은 정말 새것이라고 자부한답니다.
더구나 저를 찾아오는 리듬과 멜로디는 너무 젊지요.
저는 제 고통과 아픔과 리듬을 저의 청춘이라고 부른답니다. - 김혜순의 편지 중

2025. sep.

#싱크로나이즈드바다아네모네 #김혜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