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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은 시간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7월
평점 :
3편의 단편이 묶인 책. 집필 시기도 꽤 차이가 나서 스타일과 집중하는 지점도 다른 점이 눈에 띄었다.
그래서인지 마지막 작품인 남극이 좀 동떨어진 분위기를 풍겨 같이 묶이기엔 뜬금없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든다. 클레어 키건이 나름 관심받는 작가이고 좋은 평이 많았다 보니 이런 시기를 놓치지 않는다는 일종의 전략일까 싶었다.
짧지만 여전히 통찰력 있고 정곡을 찌르는 여성주의 시선이 가장 인상적임. 그것이 남성 화자일 때 더욱...
- 얽히고설킨 인간의 싸움과 모든 것이 어떻게 끝날지 다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삶은 대체로 매끄럽게 흘러갔다. - 너무 늦은 시간, 12
- 요즘은 좀 달라졌을지도 모르지만 당신 또래의 남자 절반은 그냥 우리가 입 닥치고 자기가 원하는 대로 해주길 바란대. 남자들은 제멋대로 살아서 뭐든 자기 마음대로 안 되면 한심하게 군대.
그런가?
카헐은 부인하고 싶었지만, 그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진실에 불편할 정도로 가깝다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 당장 그녀가 입을 닥치고 그가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헐은 농담을 해야겠다고, 그러면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든 이물질을 제거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은 채 그 순간이 지나가 버렸고, 그녀가 고개를 돌렸다. 이것이 여자가 사랑에서 빠져나올 때의 문제였다. 눈을 가리고 있던 낭만이라는 베일이 걷혀서 당신을 들여다보고 읽을 수 있게 된다. - 너무 늦은 시간, 37
- 당신, 여성혐오의 핵심이 뭔지 알아? 결국 따지고 보면 말이야.
그래서, 이제 내가 여성혐오자라는 거야?
안주는 거야. 그녀가 말했다. 우리한테 투표권을 주지 말아야 한다고 믿든, 설거지를 돕지 말아야 한다고 믿든, 결국 파보면 다 같은 뿌리야. - 너무 늦은 시간, 39
- 카헐은 마음 한구석으로 아버지가 다른 남자였다면, 그때 그 모습을 보고 웃지 않았다면 자기가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 생각했을지도 모르지만, 오래 생각하지는 않았다. - 너무 늦은 시간, 44
- 그녀는 그동안 알았던 남자들을, 그녀에게 청혼을 해서 그때마다 승낙했지만 결국 누구와도 결혼하지 않은 것에 대해 생각했다. 이제 그녀는 그들 중 누구와도 결혼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고, 애초에 청혼을 왜 받아들였을까 약간 의아했다. - 길고 고통스러운 죽음, 78
2025. jul.
#너무늦은시간 #클레어키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