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오면 우리는 현대문학 핀 시리즈 장르 1
정보라 지음 / 현대문학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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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로 비롯된 지구의 황폐화를 앞두고 인공태양을 설계하는 자와 그를 반대하는 안전장치를 만드는 자와...
기계들의 반란과, 인간의 비인간화, 흡혈인, 로봇이 아니라 생각하는 로봇...

아포칼립스 물이다.

이 모든 이야기가 불법촬영에 대한 작가의 불안과 분노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이 가장 인상깊다.

빌리라는 이름 붙여진 로봇의 외전, 인간의 마지막 무기라는 존재가 되어버린 흡혈인에 대한 외전이 있으면 재밌게 읽을것 같다.

늘 재밌는 정보라 작가의 이야기.

- 이런 내용을 읽으며 나는 수소 원자가 사람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온도가 올라가면 충돌한다. 밀도가 높아져도 충돌한다. 같은 장소에 오래 갇혀 있으면 반드시 충돌한다. 어쩌면 인간은 점점 달아오르는 이 행성에 너무 많이, 너무 오래 갇혀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 7

- 기계들의 반란은 공상과학 소설의 아주 오래 된 단골 소재다. 기계들의 반란이 실제로 일어나면 옛날 소설가들은, 예를 들어 집에 있는 세탁기나 청소기가 나의 목숨을 위협할 것이라고 상상했던 것 같다. 그들은 틀렸다. 인간에게 가장 위협적인 존재는 언제나 인간이다. - 14

- 인간은 언제나 같은 인간을 죽이는 일에 무척 능숙했다. 다른 어떤 동물도 인간만큼 인간을 잘 죽이지 못했다. - 17

- 빌리는 끈질겼다.
“한때는 인간이었잖아요. 그때는 당신이 인간인 걸 어떻게 알았냐고요?”
그런 건 생각해본 적 없다. 인간이었을 때 나는 그냥 인간이었다. 내가 인간인지 아닌지 생각하기 시작한 것은 흡혈인으로 변한 이후다. - 65

- 인간이 인공태양을 개발해서 지구를 멸망시키려 했기 때문에 기계가 개입해서 안전장치를 가동시켰어요. 그러면 기계가 인공태양을 가동해서 지구를 멸망시키려 하면 인간이 개입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 94

- 빌리를 처음 만났을 때 수영장에서 빌리가 외쳤던 목소리를 떠올렸다.
“나, 사람이에요. 로봇 아니에오.”
기계로 태어나 인간으로 죽은 존재가 있었다. 내가 사라지면 그의 마지막 순간을, 그의 마지막 선택을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 124

2023. dec.

#밤이오면우리는 #정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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