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로 비롯된 지구의 황폐화를 앞두고 인공태양을 설계하는 자와 그를 반대하는 안전장치를 만드는 자와...기계들의 반란과, 인간의 비인간화, 흡혈인, 로봇이 아니라 생각하는 로봇...아포칼립스 물이다.이 모든 이야기가 불법촬영에 대한 작가의 불안과 분노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이 가장 인상깊다.빌리라는 이름 붙여진 로봇의 외전, 인간의 마지막 무기라는 존재가 되어버린 흡혈인에 대한 외전이 있으면 재밌게 읽을것 같다.늘 재밌는 정보라 작가의 이야기. - 이런 내용을 읽으며 나는 수소 원자가 사람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온도가 올라가면 충돌한다. 밀도가 높아져도 충돌한다. 같은 장소에 오래 갇혀 있으면 반드시 충돌한다. 어쩌면 인간은 점점 달아오르는 이 행성에 너무 많이, 너무 오래 갇혀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 7- 기계들의 반란은 공상과학 소설의 아주 오래 된 단골 소재다. 기계들의 반란이 실제로 일어나면 옛날 소설가들은, 예를 들어 집에 있는 세탁기나 청소기가 나의 목숨을 위협할 것이라고 상상했던 것 같다. 그들은 틀렸다. 인간에게 가장 위협적인 존재는 언제나 인간이다. - 14- 인간은 언제나 같은 인간을 죽이는 일에 무척 능숙했다. 다른 어떤 동물도 인간만큼 인간을 잘 죽이지 못했다. - 17- 빌리는 끈질겼다.“한때는 인간이었잖아요. 그때는 당신이 인간인 걸 어떻게 알았냐고요?”그런 건 생각해본 적 없다. 인간이었을 때 나는 그냥 인간이었다. 내가 인간인지 아닌지 생각하기 시작한 것은 흡혈인으로 변한 이후다. - 65- 인간이 인공태양을 개발해서 지구를 멸망시키려 했기 때문에 기계가 개입해서 안전장치를 가동시켰어요. 그러면 기계가 인공태양을 가동해서 지구를 멸망시키려 하면 인간이 개입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 94- 빌리를 처음 만났을 때 수영장에서 빌리가 외쳤던 목소리를 떠올렸다.“나, 사람이에요. 로봇 아니에오.”기계로 태어나 인간으로 죽은 존재가 있었다. 내가 사라지면 그의 마지막 순간을, 그의 마지막 선택을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 1242023. dec.#밤이오면우리는 #정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