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아담 미친 아담 3부작 3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이소영 옮김 / 민음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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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크가 환희 이상이라는 알약에 인간 말살 바이러스를 집어넣어 인류의 멸종을 꾀한 것은 하나의 은유. 크레이크는 한 명의 개인이 아닌 이 세상의 복잡한 이익 추구를 위해 행한 모든 것과 그 결과들.
한 명의 미친 과학자의 소행으로 세상이 무너진다는 건 어쩌면 더 소설같은 이야기니까.

적들과의 싸움에서 돼지구리들과 연합하고 크레이커들의 도움을 받는 정원사 집단. 상상하면 그림이 정말 묘하지 않은지.

젭과 토비가 비로소 행복해지기를 얼마나 바랐던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토비. 경청하는 크레이커.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고 정말 재밌다.

든든한 조력자로 성장하는 블랙비어드가 이제 쓰여질 이야기는 토비 이야기라고 하는 장면이 마지막이어서 너무 만족스러웠다.

- 토비는 자신이 해 냈어야 했던 행위를 젭이 결정권을 가진 지도자로서 대신 수행하는 이런 백일몽을 끊어 내야 한다. 그녀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서 다른 사람들과 합류해야 한다. 수리할 수 없는 것들을 수리하고 수선할 수 없는 것들을 수선하며 처형해야 하는 것들을 처형하라. 직책을 수행하라. - 64

-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실제 이야기’가 있다. 그다음에는 ‘이야기’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에서 제외시킨 부분이 있는데, 그것 또한 이야기의 일부다. - 116

- 토비는 그 모든 걸 믿었단 말인가? 나이 많은 필라가 들려준 옛날 이야기들을? 아니, 정말로 믿지는 않았다. 그런 이야기들을 전적으로 믿었던 건 아니다. 아마도 필라 역시 그런 말을 완전히 믿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렇지만 그 이야기는 희망을 준다. 왜냐하면 죽은 사람들은 완전히 죽어 버린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금은 희미한 방식으로, 조금 더 어두운 어딘가에서. 하지만 산 자들이 그런 메시지들을 인식하고 해독할 수만 있다면 여전히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것이다. 아무리 어둡다 해도 어둡 속에서 목소리가 울려 나온다면 소리 하나 없는 침묵의 공간보다는 더 낫기 때문에 사람들한테는 그런 이야기들이 필요하다고 필라는 언젠가 말했다. - 316

- 자, 오늘 밤 이야기는 여기서 끝입니다. 여러분은 젭이 저기 앉아있는 게 보이죠? 그러니까 여러분은 젭이 그곳에서 안전하게 빠져나왔다는 걸 벌써 알고 있는 거예요. 그리고 젭도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주 행복해 하고 있어요. 그래서 지금 저렇게 웃고 있는 거예요. 더 이상 기침도 하지 않네요.
안녕히 주무세요라고 말해 줘서 고마워요. 난 무척 행복해요. 왜냐하면 내가 나쁜 꿈을 꾸지 않고 푹 자기를 여러분이 바라기 때문이에요.
여러분도 안녕히 주무세요.
네, 잘 자요.
안녕히 주무세요!
이제 됐어요. 안녕히 주무세요라는 말은 그만해도 돼요.
고마워요. - 339

- 나는 아담1의 추론을 따라갈 수 있어요. 그러니까 그런 의미에서 그가 날 세뇌시켰다고 말할 수 있겠죠, 맞아요. 하지만 ‘신념’의 문제에 이르면 나도 그렇게 확실하지는 않아요. 물론 아담1의 말을 따른다면 ‘신념’이란 게 뭐겠어요. 그건 단지 부정적인 생각들을 기꺼이 유보하는 거잖아요?- 463

- 글쓰기라는 것이 바로 그런 것인가? 사람의 영혼에게서 나올만한 목소리란 말인가? 만약에 영혼에게 목소리가 있다면 말이다. 만약에 그렇다면, 어째서 그녀는 어린 블랙비어드에게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는 것일까? 분명 크레이커들은 그런 것이 없을 때 한층 더 행복할 텐데. - 576

- 젭이 잠시 동안 말을 멈춘다.
만약에 말이지, 내일 우리 두 사람 모두 살아서 돌아온다면 모닥불 앞에서 하는 의식을 하면 어떨까? 녹색 나뭇가지를 들고서.
토비가 웃음을 터뜨린다.
그런 행위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공허한 상징이라고 말하지 않았나요?
심지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공허한 상징이라 해도 어떤 때에는 뭔가 의미를 지닐 수도 있잖아. 당신은 날 거부하는 거야?
아니요. 토비가 말한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어요? - 681

- 블랙비어드가 말한다. “이갸기를 하는 건 힘들어요. 그리고 그런 이야기를 쓰는 건 분명 더 힘들 거예요. 아 토비, 아주머니가 그 일을 하는 게 너무 피곤해서 하기 힘들면 다음에는 내가 이야기를 쓸게요. 앞으로는 내가 아주머니의 조력자가 되겠어요.”
“고마워. 정말 친절하구나.”
블랙비어드는 새벽과도 같은 미소를 짓는다. - 759

- 블랙비어드는 이제 자기만의 일기장을 갖게 되었다. 라고 토비는 쓴다.
나는 그에게 그가 사용할 펜과 연필 한 자루를 주었다. 그가 무슨 글을 쓰고 있는지 알고 싶긴 한데 캐묻고 싶지는 않다. 블랙비어드는 이제 크로제만큼이나 키가 자랐다. 그에게서 벌써 푸른색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성인이 될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이런 사실이 나를 슬프게 할까? - 764

- 이 새로운 글을 나는 토비 이야기라고 부릅니다. - 777

2023. feb.

#미친아담 #마거릿애트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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