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나날
제임스 설터 지음, 박상미 옮김 / 마음산책 / 2013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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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응시, 냉소적인 묘사.
가볍게 시작해서 묵직하게 끝난 독서.

제임스 설터가 이렇게 좋았나 싶었다.
내가 나이가 든 걸 수도 있고.
설터의 작품을 좀 더 진지하게 마주 할 수 있을 것 같아졌다.

- 그들의 삶은 미스터리였다. 숲과 비슷했다. 멀리서 보면 하나의 덩어리로 이해되고 묘사될 수 있었지만, 가까이 갈수록 흩어져 빛과 그림자로 조각났고, 그 빽빽함 때문에 잘 보이지 않았다. 그 안에는 형태가 없었고, 경이로울 정도의 디테일만이 어디나 가득 했다. - 51

- 지식은 사람을 보호해 주지 않는다. 인생은 지식을 경멸한다. 지식 따윈 대기실에서, 밖에 앉아 기다리라고 한다. 인생이 숭배하는 건 열정과 에너지와 거짓말이다. - 67

- 완전한 삶이란 없다. 그 조각만이 있을 뿐. 우리는 아무것도 가질 수 없는 존재로 태어났다. 모든것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다. 그런데 빠져나갈 이 모든 것들, 만남과 몸부림과 꿈은 계속 퍼붓고 흘러넘친다. - 67

- 그는 행복했는가? 너무 진지한 질문이어서 오히려 가벼웠다. 꿈을꾸어도 절대로 하지 못 할 일들이 있었다. 그는 종종 자신의 인생을 가늠해 보았다. 아직 젊지만 앞에 놓인 세월이 끝없는 고통처럼 느껴졌다. - 117

- 사람의 인생을 바꾸는 건 결국 하나의 문단, 하나의 진술이다. - 238

- 하루하루, 고열같이 솟구치는 감정이나 만족감뿐 아니라 허망함과 공포까지 재료삼아 그녀는 자신의 삶을 만들어 같다. 나는 고독의 공포를 넘어섰다고, 그건 초월했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면 흥분이 되었다. 나는 그 위에 있고 가라앉지 않을 거야. 이 굴복이, 이 승리가 그녀를 더욱 강하게 했다. 마치 하위단계들을 다 지나 삶이 마침내 가치있는 형태를 갖추게 된 것 같았다. 바보같은 희망과 기대, 꾸민것 같은 부자연스러움이 사라졌다. 그 어느 때 보다 행복할 때도 있었다. 이 행복은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라 뭔지 모르는 상태에서 스스로 찾아 나서 얻어낸 성취였다. 그보다 못한 것은 -그것이 비록 대체할 수 없는 것일지라도 - 모두 포기하고 얻은 것이었다. 그녀의 삶은 그녀 자신의 것이었다. 다른 사람이 가져갈 수 없는 것이 되어 있었다. - 375

- 모든 건 순식간에 일어났다. 긴 하루였고, 끝없는 오후였다. 친구들은 떠나고 우리는 강변에 서 있다. 그래, 그가 생각했다. 나는 준비됐고, 언제나 준비가 되어 있었어. 마침내 준비가 되었다고. - 437


2021. dec.

#가벼운나날 #제임스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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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깨비 2022-03-17 00: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설터의 작품은 아직 읽어 본 적은 없어요. 리뷰는 많이 봐왔지만. 헬라스님 리뷰읽고 나니 저도 슬슬 궁금해집니다.

hellas 2022-03-17 00:55   좋아요 1 | URL
저도 처음 설터 읽었을 땐 딱히 뭐가 남은 기억이 없는데 몇년 지나 읽은 작품에는 왜이렇게 꼿힐까 생각해봤는데. ㅋㅋㅋ 나이가 들어서라고 밖엔 설명이 안되는거 같아요. 잘 이해할수 있게 된 인생의 무엇. 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