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자국 소설의 첫 만남 10
김애란 지음, 정수지 그림 / 창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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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집 ‘침이 고인다’에 실렸던 글이 일러스트를 더해 작은 책으로 출간되었다.

이미 읽은 글인데 왜인지 천천히 되새기게 되는 것은 김애란 작가의 단아한 문장들 덕이다.

‘안일하고 긍정적인’ 아버지를 대신해 국숫집 맛나당을 꾸려나가는 어머니에 대한 기억들이 억척과 생명력과 그리움과 애틋함으로 그려져 있다.

부유하지는 않았지만, 배곯아 본 적 없는 주인공의 유년의 기억은 온전히 어머니의 칼질에서 마술처럼 태어나는 음식에 빚져있다. 그 칼자국이 온 몸 , 온 내장에 아로새겨져 한 인간을 무럭무럭 자라나게 하는 것. 그런 충만함이 단어 하나하나에 포개졌다.

새삼 머리카락 끝까지 폭신폭신한 좋은 기운을 폭 뒤집어 쓴 기분이 되었다.

어머니는 순진한 표정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우리는 다시 카트를 밀고 주위를 헤맸다. 어머니는 초보 운전자처럼 다른 카트에 치이고 밀리며 당황스러워했다. 그리고 얼마 후 주방용품 코너에 섰을 때, 부엌칼을 어떤 걸로 해야 할지 몰라 고민하는 내게, 어머니는 독일제 칼 하나를 불쑥 내밀며 “이걸로 해라”라고 말했다. 내가 칼을 쥐고 갸웃거리자 어머니는 담담하게 한마디 했다.
“내가 칼 볼 줄 안다.” - 34

2018. au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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