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스 베네딕트 - 인류학의 휴머니스트
마거릿 미드 지음, 이종인 옮김 / 연암서가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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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색의 바탕에 신비로운 미소를 머금은 아름다운 여인의 사진이 표지이다.
먼 곳을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이 닿은 곳은 어디일까?
종교적인 이유로 가정에서, 그리고 여성의 사회 참여에 대하여 남편과의 불화에서, 남성 위주의 자기 학문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위치를 찾으려는 노력을 하던 그녀가 바라보는 이상의 세계일까?
"나는 누구일까?", "나는 왜 인생에 많은 두려움을 느끼는가?",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가치있는 일은 무엇인가?"
이런 질문들은 누구나 갖고 있는 의문이다. 루스 베네딕트는 이 질문의 답변을 문화 인류학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리고 그 학문에 매진했다.


표지의 아름다움에 끌려, 그리고 유명 서적인 <국화와 칼>에 끌려서 이 책을 선택하고, 여기서 루스 베네딕트 라는 인물의 개인적인 삶을 알고자 했던 나는 이 책을 잘못 선택한 것이다.
이 책을 지은이는 그녀와 학문과 삶을 같이한 친구이자, 동료인 저명한 인류학자 마거릿 미드이다.  이미 루스 베네딕트에 대한 전기를 저술한 적이 있는 미드는 이 책에서 그동안 폄하받았다고 느낀 루스 베네딕트의 학문적 성취를 다루고 싶어한 듯 보인다.
루스 베네딕트의 불우했던 유년 시절에 대한 짧은 이야기는 루스가 한쪽 청력을 잃었고, 신경질적인 어머니 곁에서 조울증을 앓으며 자랐다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녀의 이 침울한 성격은 결혼 후 아기를 가질 수 없는 몸이라는 것을 알고나서 더욱 심해졌고, 루스는 자기의 평생의 질문에 대한 해답으로 인류학에 대한 확신을 갖고 공부를 한다. 그 와중에 남편과 별거와 이혼을 거치고 자신의 성정체성을 확립하는 등의 개인적 사건들과 저자 미드와의 사랑으로 다시 미모를 되찾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표지의 사진은 바로 그 때의 사진으로 미드의 사진에 대한 설명은 '그녀의 아름다움이 회복된 시절'이다. 미드는 이 책에서 자신과 루스의 관계에 대해서 아무런 코멘트가 없었지만, 책의 말미의 두 추천사나 역자의 말에서 두 사람의 특별한 관계을 확인할 수 있는 근거는 얼마든지 있다.


또한 이 책은 루스의 전기와 함께 루스 베네딕트의 논문들을 발췌 정리한 부분의 분량이 더 많다. 미드가 루스 베네딕트의 학문적 업적을 얼마나 중요시 생각했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그 논문들은 그다지 읽기에 편리하지는 않았다. 이 책의 저자나 추천사를 쓴 인류학자들에게는 수필처럼 가벼운 이야기일 수도 있으나, 학창 시절 인류학 강의를 한 번 들은 나로서는 도무지 어렵기만 했다.  <국화와 칼>의 한 장인 '일본 문화의 극기 훈련'은 그런대로 익숙한 내용이라서 이해가 빨랐지만, 나머지는 둔한 머리를 탓할 수 밖에 없었다.


루스 베네딕트는 전쟁 당시 전쟁 공보청에서 문화에 대한 원격 연구를 하게된다. 그리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국화와 칼>을 집필하게 된다.
다음의 글에서 심도있는 문화에 대한 그녀의 연구 속에서 그녀가 세계의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과 시각이 얼마나 정확한 지를 깨달을수 있었다.


"일본은 국가 예산에 재무장을 편입시키지 않는다면 앞으로 몇 해가지 않아서 번영의 틀을 마련할 수 있다. 그리하여 동양의 무역에서 필수불가결한 존재가 될 것이다. 평화의 헤택 위에 경제의 바탕을 올려놓고 일본 국민들의 생활 수준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평화로운 일본은 국제적으로 명예로운 지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

                                                                본문 1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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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쟈핑와 지음, 김윤진 옮김 / 이레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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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생이란 것이 끊임없는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때, 나이를 먹는다는 것을 실감한다.
항상 똑같을 것 같은 나의 직업도 해마다 아쉬운 헤어짐과 설레는 만남을 반복한다.
늘상 이어지는 일이지만, 늘 헤어짐은 너무나 서럽고 새로운 만남은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그것도 일주일 정도의 차이로 해마다 되풀이되다보니 익숙해질 법도 하건만 늘 새롭다.
아마 그 대상이 사람이라서 일 것이다.
익숙한 물건과의 결별도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하물며 그가 사람인 경우에는 오죽하랴.
가끔은 헤어지는 이들에게 한 편의 시를 선물한다.
사람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함석헌 님의 <그대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이다.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마음이야" 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이 책 <친구>를 읽으면서 가장 많이 떠오르는 시였다. 아마도 본문을 읽기전에 옮긴이의 말을 먼저 읽어서 그런가보다.
사람에게 가장 큰 재산은 사람이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 쟈핑와는 너무도 큰 부자이다.
이 글을 시작하기 전에 인터넷에서 쟈핑와를 검색해 보았다. 중국 문단의 큰 별이라고 소개되어 있었다. 그의 장편소설 <폐도>는 1000만부가 팔리는 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이 수필집에는 <폐도>에 관한 기록도 있다. 소설 <폐도>로 인해 고초를 겪을 때 곁에 게셨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은 지금의 쟈핑와를 만들어준 수 많은 친구들의 이야기이다.
처음엔 그의 가족들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어린 쟈핑와를 친자식처럼 길러준 작은 어머니의 죽음을 슬퍼하는 편지가 첫번째의 글이다.
처음에 이 글은 <가족편>과 <친구편>으로 구성되었다고 한다.
그에게 있어서 친구란 그저 고만고만한 동년배로 어울리는 친구가 아닌 것이다.

 

그에게 있어 친구란 우리 생각처럼 단순히 동년배에 뜻이 잘맞는 고만고만한 친구가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면서 삶을 나누고 이해하고 함께 할 수 있다면, 피붙이 여부를 떠나서, 연령의 고하를 떠나서, 생존의 여부를 막론하고, 그리고 사람과 사물의 경게를 넘어서 친구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옮긴이의 말 441쪽


이 책을 읽으면서 만나게 된 작가 쟈핑와의 친구들은 그 직업도 성격도 나이도 다양하다.
그의 작품을 복사해 준 복사집 주인, 그의 편집인, 서화를 하는 친구들, 화가, 장사하는 이, 음악가, 오카리나인 훈을 만들고 연주하는 사람까지도 그의 친구이다.
그에게 깊은 영향을 준 아버지와 어머니, 그를 가르치고 이끈 선생님들, 그리고 나이 어린 친구의 아이들도 그에겐 친구들이다. 그와 마음을 함께 하고 세상을 사랑하는 사람은 그 누구나 그에겐 친구인 것이다.


삶의 수집가인 친구가 있다. 전국을 방방곡곡 돌아다니면서 천신만고 끝에 구한 귀한 찻잎이나 탁본을 가져다가 시안의 서화가들에게 주고 희희낙락대면서 서화와 바꿔와서는 아낌없이 친구나 동료들에게 선물하는 그 친구를 소개한  글이다. 진정한 애호가이자 수집가인 그 친구는 자신이 사랑하는 수집품을 집안이 아닌 그의 눈에다 숨겨놓는단다.


세상의 아름다움을 개인의 것으로 욕심내지 않고 세상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그는 진정한 예술인이다. 쟈핑와의 친구들은 바로 그런 사람들이다. 서양의 속담에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안다."고 했다.  그는 진정한 아름다움을 아는 사람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큰 목적은 죽기 위해서다. 인생의 최대 의의는 삶에서 죽음으로 옮아가는 과정이다.
                                                                     본문 1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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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중팔구 한국에만 있는! - 인권 운동가 오창익의 거침없는 한국 사회 리포트
오창익 지음, 조승연 그림 / 삼인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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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제목부터 심상치가 않았다.
요즘 나오는 사회 비평 서적에 은근 실망하고 있던터라서 이 책을 들기에도 조금 두려웠던 것은 사실이다.
어떤 책은 제목만 거창하고 그 바라보는 관점이 편향되어 있거나, 어떤 책은 방향과 깊이가 부족하거나 했던 일이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읽고 난 지금 한마디로 느낌을 말하자면 "참 시원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한국 사회가 지양해야하는 모습들을 확인하고 지적하면서, 이 책에는 저자의 편향된 시각이 반영되어 있음을 고백하고 있다.
인권의 원칙이 살아있지 않은 사회에서 인권운동을 하는 사람의 시각은 편향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그의 지적들은 나의 생각과 많은 부분에서 일치하고 있다. 물론 나도 나나름대로의 편향된 시각을 갖고 있는 이 사회의 성인이므로 저자의 생각에 전부다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곳곳에서  그가 까발리는 한국 사회의 부끄러운 모습들은 그야말로 적나라하게 우리 사회의 치부를 지적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이 책은 3개의 큰 부분으로 이루어진다.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을 말해 줍니다.' 장에서는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에 남아있는 군사주의의 잔재들과, 인권 유린 문제들을 주로 다룬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베트남 처녀는 절대 도망가지 않습니다. '라는 장이었다. 도심에서 조금만 외곽으로 나가면 길 가에 이런 현수막들을 자주 볼 수 있다. '국제 결혼,' '베트남 처녀와 결혼 하세요'. 요즘에는 '탈북처녀와 결혼하세요.'까지 보았다 우선 '탈북'이라는 표현은 잘못된 표현이다.  '새터민'이 맞는 표현이다. 연변 조선족에서 시작한 국제 결혼이 베트남, 필리핀, 네팔을 지나서 이젠 북한의 처녀까지도 그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농촌의 초등학교는 이들의 자녀들의 교육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다문화 교육이라고 해서 꾸준히 그 이해의 폭을 넓히려 노력하지만, 그 고통과 혼란은 가까이에서 보지 못한 사람은 잘 모른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돈봉투를' 장에서는 사회 각계 각층에서 만연하는 물질만능주의를 지적하고 있다. 얼마전 '여교수의 자살사건'이라는 제목으로 한동안 말이 있었던 대학의 강사 처우문제, 명절증후군, 조교와 기러기 아빠까지 사회 전반에서 돈 때문에 고통받는 이들의 이야기들이 참 가슴이 아팠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서서 찍는 바코드'였다. 그동안에 무심히 지나쳤던 계산대의 계산원들의 고충을 이제야 알았다. 

마지막은 '무노조 왕국, 그 주인은 황제'이다.
신문의 행태와 길거리를 도배한 현수막의 물결, 교회와 종교 교육에 대한 저자의 의견, 영어라는 종교에 이르기까지 그의 관심사는 넓고 많다. 폭탄주의 기원에 대한 글은 웃음이 났다. 또한 네온사인 십자가에 대한 의견은 정말 나도 한 번쯤 얘기하고 싶었던 대목이었다.


일러스트 조승연님의 그림들도 이 책의 재미를 더한다. 그의 그림을 그동안에도 곳곳에서 만났기 때문에 더욱 친근한 것인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말이다.
저자는 다음번에는 <십중팔구 한국에만 없는!>을 쓰고 싶다고 한다.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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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미국의 역사
아루카 나츠키.유이 다이자부로 지음, 양영철 옮김 / 삼양미디어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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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의 역사에 있어서 미국이라는 나라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제도와 법률, 종교및 교육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흔히들 근대화 혹은 개화라 일컫는 서구화의 통로가 미국이다보니 우리는 어느새 미국 사람처럼 생각하고 있다.
특히 국제관계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그런 현상은 더욱 많이 눈에 띤다.
중동과 이슬람과 이스라엘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거의 미국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 싶다.
그런 미국과의 관계에 있어서, 또한 작금의 우리 나라 현실에 있어서 <상식으로 꼭 알아야할 미국의 역사>는 정말 시의 적절한 책이 아닐 수 없었다.
그 동안도 사회적 관심에서 미국에 관한 책들을 여러권 보았고, 아이들 책 중에 미국의 역사 따위의 책들도 많이 보았지만, 이 책은 그 형식과 내용에 많은 차별성이 있었다.


우선은 이 책을 지은 사람이 일본인이라는 점도 그 차별성의 하나로 들 수 있다. 우리와는 또 다른 시각을 가지고 미국을 바라본다는 점에서 신선했다.
특히 미국의 복잡다양한 인종들을 설명하던 2부에서 아시아계 이주민에 대한 부분은 일본인의 입장을 명확하게 드러내어서 관심있게 읽었다.


대부분의 역사책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역사를 기술하지만, 이 책은 그 체제가 많이 달랐다.
미국의 다면적 특성을 총 15가지의 테마로 구성한 방식이어서 자신의 필요에 따라서 취사 선택하여 공부할 수 있다.
서문에서는 간단하게 미국의 역사를 훑어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각 테마의 15장을 시대순으로 엮은 미국 역사 전체에 대한 대략적 설명(서문 22쪽)이다. 역사의 시대순 설명에 그 부분에 해당하는 장을 기술에 놓아서 심도있게 찾아 볼 수 있게 하였다.


제 1부는 공간, 경제, 노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부분에서는 광대한 미국의 영토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늘 미국의 도시 이름들은 어디가 어딘지 혼동스럽기만 했는데, 한 페이지에 각 주가 명기된 지도는 참 유용했다.
특히 이전에 읽은 <레트버틀러의 사람들>에 등장한 주들의 이름을 금방 찾아내면서 오히려 그 소설의 지리적 특성을 이해하게 되었다. 또한 미국의 자연 환경과, 경제 발전의 역사, 노동자들의 역사를 설명하고 있다. 경제와 환경, 그리고 지리적 관점에서의 미국사인 것이다.


제2부는 '다양한 미국인'이라는 주제로 원주민과 유럽, 아프리카, 라틴, 아시아의 이민과 미국의 남성과 여성을 다루고 있다.
원주민 인디언을 시작으로하여 아메리카에 이주하여 미국인이 된 여러나라의 인종과 집단의 역사를 볼 수 있었다.
스칼렛 오하라의 아버지 제랄드 오하라가 왜 아일랜드계라고 무시를 받았는지, 영화 <나의 그리스식 웨딩>에서의 그리스 사람들의 그들만의 문화가 어째서 존재하는지, 그리고 영화 <대부>의 등장인물들이 왜 마피아가 되는지를 이해하게 되는 장이었다.
또 하나, 아시아계 이민을 다룬 장의 끝에 마련된 칼럼은 아시아계 이민들의 성공 신화가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라는 관점의 글이 게재되어 있어서 신선했다.
가장 재미있게 그리고 열심히 읽게된 장이다. 역시 역사도 사람의 이야기인 것이다.


제3부에서는 미국의 다양성을 통합하는 정치이념과 제도, 내셔널리즘, 종교, 대중문화의 역할을 다루고 있다. 미국이라는 국가를 실현시키는 정치 이념과 제도의 형성과정을 배우게 되었다. 지금 현재 미국에서는 대선 준비가 한창이다.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과연 등장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전 세계의 관심거리이다.  시기적으로 참 흥미로운 부분이다.


새로운 시각과 새로운 역사 서술 방식이 결합되어서 그야말로 상식으로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다.
문학과 예술을 이해할 때, 이전에는 성경과 그리스로마 신화를  읽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젠 미국의 역사도 그 하나가 된 듯하다.
미국에 대해서 어떤 입장을 갖든 그것은 개인의 자유이지만,  전제 조건이 한 있다면 그야말로 제대로 알고 판단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그 판단의 기초가 될 수 있는 좋은 교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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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 버틀러의 사람들
도널드 맥카이그 지음, 박아람 옮김 / 레드박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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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는 누구에게나 있다.
그러나, 고등학교 시절 아니 그 이전부터 공부보다는 영화를 더 좋아했던 나같은 사람에게 그것을 물어본다면 얼마나 고민스러운지 모른다.
가장 많이 바쁘다는 고3때, 휴일도 없이 학교에 나가야만 하는 괴로움을 나는 극장에 가는 걸로 풀었다. 오죽하면 고등학교 3년간 본 영화의 대부분이 3학년 때 본 영화였을까?
하지만, 그것 말고는 별로 딴 짓한 일은 없으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런 내게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를 묻는다면 하나를 꼽기 어려워서 나는 밤새 고민할 지도 모른다. 그러니, 그냥 좋았던 영화 몇 개 얘기해 보라고 물어주길 바란다,


그 좋았던 영화 중의 하나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였다.
요즘은 다들 그 영화를 텔레비전에서 봤다고들 하지만, 나는 극장에서 봤다.
내가 나이가 많아서 극장에서 개봉한 영화를 본 것은 아니고 한동안 고전 영화를 상영해 주던 극장이 있었는데, 거기서 보았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보기로 한 날 극장에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좌석이 없었다.
장장 4시간 동안 지속되는 영화를 겁도 없이 서서 보겠다고 들어갈 정도로 나는 영화를 좋아했다. 그리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아닌가?

이리저리 다리를 배배꼬면서도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영화를 보았다. 스칼렛의 화려한 아름다움과 애슐리의 우수에 찬 눈동자, 레트의 그 깊은 슬픔등이 다리 아픈 줄도 모르게 했다.
중간에 한 번 쉬는 시간이 있었는데, 뭘 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불타는 애틀란타와 마차 위의 레트와 스칼렛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리고 그 뒤의 배경이 그림이었던 것도 기억이 난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내가 사랑하는 책이었다. 그 책의 후편을 볼 수 없다는 아쉬움에 안타깝던 나는 속편이라 일컫는 <스칼렛>을 열심히 읽었다. 그러나, 원작의 아름다움을 따라가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어딘지모르던 그 서운함은 이 책 <레트 버틀러의 사람들>로 말끔히 지워졌다.


원작과 끊임없이 교차되는 이 책은 레트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스칼렛에게 마음을 드러내지 못한 채 빈정대는 웃음만 짓던 그 남자가 왜 그랬는지를 알 수 있게 한다. 레트 버틀러라는 사람의 인격 형성 과정과 그의 가족사와 그의 친구들을 등장시키면서 원작에서 애매하기만 하던 레트를 아름다운 인품과 깊은 정열을 가진 멋진 남자로 재탄생시켜서 오히려 원작을 더 깊이 이해하게 한다.
특히 백인들의 모함으로 비참하게 맞아 죽을 운명이된 그의 어린 시절 친구 투니스 보노를 죽이고 감방에 있던 레트가 면회를 온 스칼렛을 만나는 장면은 원작과 영화와 합성되면서 내게 그 장면 안으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아마도 영화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어서 그런 듯 싶다.


스칼렛의 아름다움과 그녀의 강한 듯하지만 여린 그 여성스러움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강하지만 깊은 레트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위선과 편견을 끊고 자신의 의지와 판단대로 믿고 행동하는 용기와 약속을 지키는 신사이고 약자를 위해 눈물을 흘리고 명예를 존중하는 남자, 인생과 세계를 읽는 눈을 가진 남자인 레트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게다가 그가 자신의 모든 삶을 다 걸만큼 한 여자를 사랑할 수 있는 남자라면 말이다.


장장 680쪽이라는 두께를 가진 이 책은 들고다니면서 읽기에는 어려웠지만, 처음에 그 두께때문에 행복했고, 읽는 도중에는 레트를 사랑하기에 행복했다. 그리고 다 읽은 지금에의 그 뿌듯함은 무엇에 비할수 있으랴.
이 책 <레트 버틀러의 사람들>은 단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속편이 아닌 그 자체만으로도 그 존재 가치가 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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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해 2025-06-02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칼렛의 아름다움과 그녀의 강한 듯하지만 여린 그 여성스러움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강하지만 깊은 레트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는데요? 벨 와틀링과 엮여있는 레트따위 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