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중팔구 한국에만 있는! - 인권 운동가 오창익의 거침없는 한국 사회 리포트
오창익 지음, 조승연 그림 / 삼인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부터 심상치가 않았다.
요즘 나오는 사회 비평 서적에 은근 실망하고 있던터라서 이 책을 들기에도 조금 두려웠던 것은 사실이다.
어떤 책은 제목만 거창하고 그 바라보는 관점이 편향되어 있거나, 어떤 책은 방향과 깊이가 부족하거나 했던 일이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읽고 난 지금 한마디로 느낌을 말하자면 "참 시원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한국 사회가 지양해야하는 모습들을 확인하고 지적하면서, 이 책에는 저자의 편향된 시각이 반영되어 있음을 고백하고 있다.
인권의 원칙이 살아있지 않은 사회에서 인권운동을 하는 사람의 시각은 편향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그의 지적들은 나의 생각과 많은 부분에서 일치하고 있다. 물론 나도 나나름대로의 편향된 시각을 갖고 있는 이 사회의 성인이므로 저자의 생각에 전부다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곳곳에서  그가 까발리는 한국 사회의 부끄러운 모습들은 그야말로 적나라하게 우리 사회의 치부를 지적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이 책은 3개의 큰 부분으로 이루어진다.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을 말해 줍니다.' 장에서는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에 남아있는 군사주의의 잔재들과, 인권 유린 문제들을 주로 다룬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베트남 처녀는 절대 도망가지 않습니다. '라는 장이었다. 도심에서 조금만 외곽으로 나가면 길 가에 이런 현수막들을 자주 볼 수 있다. '국제 결혼,' '베트남 처녀와 결혼 하세요'. 요즘에는 '탈북처녀와 결혼하세요.'까지 보았다 우선 '탈북'이라는 표현은 잘못된 표현이다.  '새터민'이 맞는 표현이다. 연변 조선족에서 시작한 국제 결혼이 베트남, 필리핀, 네팔을 지나서 이젠 북한의 처녀까지도 그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농촌의 초등학교는 이들의 자녀들의 교육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다문화 교육이라고 해서 꾸준히 그 이해의 폭을 넓히려 노력하지만, 그 고통과 혼란은 가까이에서 보지 못한 사람은 잘 모른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돈봉투를' 장에서는 사회 각계 각층에서 만연하는 물질만능주의를 지적하고 있다. 얼마전 '여교수의 자살사건'이라는 제목으로 한동안 말이 있었던 대학의 강사 처우문제, 명절증후군, 조교와 기러기 아빠까지 사회 전반에서 돈 때문에 고통받는 이들의 이야기들이 참 가슴이 아팠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서서 찍는 바코드'였다. 그동안에 무심히 지나쳤던 계산대의 계산원들의 고충을 이제야 알았다. 

마지막은 '무노조 왕국, 그 주인은 황제'이다.
신문의 행태와 길거리를 도배한 현수막의 물결, 교회와 종교 교육에 대한 저자의 의견, 영어라는 종교에 이르기까지 그의 관심사는 넓고 많다. 폭탄주의 기원에 대한 글은 웃음이 났다. 또한 네온사인 십자가에 대한 의견은 정말 나도 한 번쯤 얘기하고 싶었던 대목이었다.


일러스트 조승연님의 그림들도 이 책의 재미를 더한다. 그의 그림을 그동안에도 곳곳에서 만났기 때문에 더욱 친근한 것인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말이다.
저자는 다음번에는 <십중팔구 한국에만 없는!>을 쓰고 싶다고 한다.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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