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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쟈핑와 지음, 김윤진 옮김 / 이레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인생이란 것이 끊임없는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때, 나이를 먹는다는 것을 실감한다.
항상 똑같을 것 같은 나의 직업도 해마다 아쉬운 헤어짐과 설레는 만남을 반복한다.
늘상 이어지는 일이지만, 늘 헤어짐은 너무나 서럽고 새로운 만남은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그것도 일주일 정도의 차이로 해마다 되풀이되다보니 익숙해질 법도 하건만 늘 새롭다.
아마 그 대상이 사람이라서 일 것이다.
익숙한 물건과의 결별도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하물며 그가 사람인 경우에는 오죽하랴.
가끔은 헤어지는 이들에게 한 편의 시를 선물한다.
사람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함석헌 님의 <그대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이다.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마음이야" 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이 책 <친구>를 읽으면서 가장 많이 떠오르는 시였다. 아마도 본문을 읽기전에 옮긴이의 말을 먼저 읽어서 그런가보다.
사람에게 가장 큰 재산은 사람이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 쟈핑와는 너무도 큰 부자이다.
이 글을 시작하기 전에 인터넷에서 쟈핑와를 검색해 보았다. 중국 문단의 큰 별이라고 소개되어 있었다. 그의 장편소설 <폐도>는 1000만부가 팔리는 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이 수필집에는 <폐도>에 관한 기록도 있다. 소설 <폐도>로 인해 고초를 겪을 때 곁에 게셨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은 지금의 쟈핑와를 만들어준 수 많은 친구들의 이야기이다.
처음엔 그의 가족들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어린 쟈핑와를 친자식처럼 길러준 작은 어머니의 죽음을 슬퍼하는 편지가 첫번째의 글이다.
처음에 이 글은 <가족편>과 <친구편>으로 구성되었다고 한다.
그에게 있어서 친구란 그저 고만고만한 동년배로 어울리는 친구가 아닌 것이다.
그에게 있어 친구란 우리 생각처럼 단순히 동년배에 뜻이 잘맞는 고만고만한 친구가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면서 삶을 나누고 이해하고 함께 할 수 있다면, 피붙이 여부를 떠나서, 연령의 고하를 떠나서, 생존의 여부를 막론하고, 그리고 사람과 사물의 경게를 넘어서 친구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옮긴이의 말 441쪽
이 책을 읽으면서 만나게 된 작가 쟈핑와의 친구들은 그 직업도 성격도 나이도 다양하다.
그의 작품을 복사해 준 복사집 주인, 그의 편집인, 서화를 하는 친구들, 화가, 장사하는 이, 음악가, 오카리나인 훈을 만들고 연주하는 사람까지도 그의 친구이다.
그에게 깊은 영향을 준 아버지와 어머니, 그를 가르치고 이끈 선생님들, 그리고 나이 어린 친구의 아이들도 그에겐 친구들이다. 그와 마음을 함께 하고 세상을 사랑하는 사람은 그 누구나 그에겐 친구인 것이다.
삶의 수집가인 친구가 있다. 전국을 방방곡곡 돌아다니면서 천신만고 끝에 구한 귀한 찻잎이나 탁본을 가져다가 시안의 서화가들에게 주고 희희낙락대면서 서화와 바꿔와서는 아낌없이 친구나 동료들에게 선물하는 그 친구를 소개한 글이다. 진정한 애호가이자 수집가인 그 친구는 자신이 사랑하는 수집품을 집안이 아닌 그의 눈에다 숨겨놓는단다.
세상의 아름다움을 개인의 것으로 욕심내지 않고 세상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그는 진정한 예술인이다. 쟈핑와의 친구들은 바로 그런 사람들이다. 서양의 속담에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안다."고 했다. 그는 진정한 아름다움을 아는 사람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큰 목적은 죽기 위해서다. 인생의 최대 의의는 삶에서 죽음으로 옮아가는 과정이다.
본문 13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