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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는 방법 - 히라노 게이치로의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9월
평점 :
처음 이 책을 보았을 때 가졌던 기대를 기억한다. 평생을 사랑해 온 소설을 그동안 혹시 잘못 읽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걱정도 되고, 이 책을 읽고 나면 소설이라는 아름다운 세상을 더욱 충만하게 즐길 수 있게될 것이라는 생각에 설레었다. 히라노 게이치로의 전작 <책을 읽는 방법>을 벼르고 벼르다가 아직 못 읽은 터라 읽기 전부터 아쉬운 마음이 들었는데, 읽는 동안 미리 공부가 필요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가로서 작가는 이 책에서 소설을 해부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소설을 읽기 위한 준비로 기초편에서 작가는 동물행동학에서 기본으로 제시한 네가지 질문을 소설에 대입시킨다. 첫째, '매커니즘'이다. 몸 속의 기능을 분석함으로써 인간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듯이 소설의 구조를 이해하게 되면 전혀 다른 차원에서 작품을 대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작가가 소설을 창작할 때 사용하는 방법을 거꾸로 되짚어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둘째로 '발달'을 들 수 있는데, 그것은 한 작가의 인생에서 어떤 타이밍에 그 작품이 나왔는가 하는 점을 생각해 보는 일이다.(본문 19쪽) 한 작가의 변화과정을 통해서 작품을 이해하게 한다. 셋째로는 '진화'를 들 수 있다. 사회의 역사, 문학의 역사 속에서 그 소설이 어떤 위치에 자리잡고 있는지를 생각해 본다.(본문 20쪽) 시대와 사회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은 작품이란 있을 수 없으므로 이 방식은 너무도 보편적이다. 마지막으로 '기능'이라는 것은 한 편의 소설이 작가와 독자 사이에 갖게 되는 의미를 가리킨다.(본문 20쪽) 결국 소설을 읽는 다는 것은 작가와 독자의 공감대 형성의 다른 이름일 수 있다.
이러한 기초적 지식을 갖추고 작가는 실천편에서 9편의 소설을 실제 읽도록 지도한다. 그는 소설 속에는 플롯을 이끌어가는 거대한 화살표가 있어서 독자들을 이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소설을 이루는 문장들은 때로는 주어를 향하고, 때로는 술어를 향하여 전진함으로써 독자들의 판단을 유도하고, 기대를 갖게하며, 그 기대를 배반당하는 기쁨을 누리게 한다고 말한다. 실례로 든 소설 중에는 이미 읽어서 알고 있는 소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일본의 전통적인 어떤 문학의 역사를 알지 못하면 별로 관심조차 갖지 않았을 작품이 언급되어 생경함을 느낀 것도 사실이고, 무척 좋게 보았던 소설의 어떤 부분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하여 새로운 시각의 필요성을 절감하게도 하였다.
소설이라는 것이 나의 삶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인가를 생각해 보았다. 일상의 고달픔 속에서도 늘 찾게되는 위안이고 즐거움이라면 조금쯤은 잘못 읽어도 되지 않을까? 작가가 의도한 바가 아니더라도, 혹은 작품의 거대한 주제를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읽는 순간 즐겁고 행복했다면 나름의 작은 몫은 다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물론 작품을 분석하고, 작가가 의도한 바가 무엇인지 생각하고, 또는 더 나아가 작가조차 미리 의도하지 않았던 어떤 의미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끔은 가벼이 읽고, 그리고 세상을 더 아름답게 느끼게 하는 소설 읽기 방법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