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로 산다는 것 - 우리 시대 작가 17인이 말하는 나의 삶 나의 글
김훈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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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시절 처음 소설의 재미를 알고부터, 늘 꿈꾸던 바가 소설가라는 것은 다만 나의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그 시절의 내가 보았을 때, 소설가란 언제나 마음만 먹으면 책을 끼고 방을 뒹굴 수 있고, 어딘지 사색적인 모습으로 낙엽 쌓인 거리를 방황해도 허용되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들은 깊은 밤 스웨터를 어깨에 두르고 낮은 조명의 앉은뱅이 책상에서 종이를 구기고, 진한 커피를 마시고 긴 담배를 손에 든 사람이었다.  

  소설가로서 산다는 것이 '천형(天刑)'의 삶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학교에서 내주는 글짓기 숙제조차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였다. 단 한 장의 원고지를 메우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커피와 한숨을 마시고 내뱉어야 하는지를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마음이 자란 탓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피했다. 그 길은 작은 어려움도 혼자서 삭이지 못하는 나같은 사람의 길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좀 더 쉬운 길, 좀 더 안정적인 길을 선택했고 가끔은 너무 큰 후회로 가슴이 아리다. 마음의 움직임을 두렵다고 피해 온 이 길 역시 그리 녹록하지 않다. 여기서 겪는 것들이 참을 수 없을 때, 나는 굳이 문학의 길이 아니더라도 차라리 마음이 시키는 길을 갔으면 고통 또한 좀더 참을 만하지 하지 않았을까 생각하곤 한다.

  이 책 <소설가로 산다는 것>을 집어 든 사람이라면 다들 누구나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리라. 그가 꿈꾸던 삶이 소설이든, 시든 또다른 어떤 돈 안 되는 것이든 간에......

 이 책에는 우리 시대를 이끄는 소설가 17인의 푸념과 하소연이 담겨있다. 글이 사람을 말하다는 말대로 그들의 글 속에는 그들이 소설에서 보여주는 삶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들은 처음 문학의 길로 들어선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창작의 고통에 대해서 이야기 하기도 한다. 소설가의 삶이 하나의 직업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어하기도 하고, 소설가로서 살아가는 일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한다. 조금은 낯선 소설가에게 관심을 갖게 되고, 소설가의 일상을 보면서 나의 삶을 생각하게 하기도 한다.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될 때, 그것에 대한 마음의 태도가 얼마나 달라지는 가를 어느 정도 세상을 살아 본 사람은 안다. 영화도 그렇고, 소설도 그럴 것이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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