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대답해주는 질문상자
다니카와 슌타로 지음, 양억관 옮김 / 이레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을 다 알 수 있다면 인생은 행복할까?
 
이 책 <무엇이든 대답해주는 질문 상자>에는 우리가 살면서 생각해 낼 수 있는 수 많은 질문들이 들어있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시인의 짤막한 때로는 유머러스하고 때로는 심도 깊은 대답들이 함께 들어있다.
귀여운 삽화들은 읽는 이를 웃음짓게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이 책을 들게한다. 게다가 책 무게도 한 손으로 들 수 있을 정도로 가뿐하다.
그러나, 가벼운 읽을 거리라는 마음으로 시작했으나, 이 책은 오래오래 그 감동이 남는다.
 
왜 진즉에 이런 책을 몰랐을까?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느라 의문을 갖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서 아이가 물어볼 때마다 아이의 상상의 여지를 깨뜨리는 정답만을 찾아서 알려주어야한다는 강박 관념에 시달리는 엄마들에겐 꼭 필요한 책이다.
사실 세상에 정답이 어디 있을까?
항상 맞는 답을 강요당하다 보니, 세상의 모든 것에는 그에 꼭 맞는 답이 있을 것이라는 착각을 하면서 살았나 보다.
 
아이가 어린 시절에
"엄마가 죽으면 나는 어떻게 해?'라고 물었을 때, 내가 어떤 대답을 했었는지 돌이켜보았다.
아마도  "사람은 다 죽는거야."라는 대답을 했던 것 같다.
그 때 내 아이의 반응은 나를 끌어안고 울면서 "안 돼, 죽지마."였다.
나는 아이의 공포를 자극했다는 미안함에 어쩔 줄 몰라서 아이의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려고 했었다.
그러니까 내 아이에게 나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심어 준 것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사람은 왜 죽는지"를 묻는 6살 어린이의 질문에 작가는 그저 함께 울어버리고 맑게 갠 눈으로 차를 마시라고 대답한다.
아마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인생의 법칙에 수긍하고, 그리고 현재를 즐기라는 뜻으로 생각한다.
그래, "죽음은 피할 순 없지만, 지금 현재 우리가 함께 있음이 행복이란다. "라는 말을 그 때 아이에게 할 수 있었으면 더욱 좋았을텐데......

질문 중에 하나 인상적인 것이 있었다.
"왜 둥그런 것이 많아요?"였다.
아이들과 함께 즐겨부르는 노래 중에 <네모의 꿈>이 있다.
이 세상엔 네모난 것들이 너무 많다는 내용의 노래이다. 텔레비전, 버스, 방, 창문, 신문, 학교, 지갑까지......그럼에도 어른들이 "세상은 둥글게 살아야 해." 라는 말을 한단다. 둥그런 세상을 꿈꾸는 것은 어쩌면 네모의 꿈일지도 모른다는 그 가사가 참 마음에 든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반대로 세상엔 왜 둥근 것들이 많은지를 묻는다.
보는 시각에 따라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착각들을 하고 사는 것일까.
이렇게 너와 나는 다른데, 우리는 어디서 또 하나가 되어야하는 것일까.
 
인상적인 질문 몇 가지.
“겨울 산에서 온천을 즐기고 나온 원숭이가 감기 걸리지 않을까 걱정이에요?” ,
'왜 매일 목욕을 해야하나요?" ' 이 질문의 대답이 더 그럴싸하다.
작가는 매일 목욕을 안 한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막스 티볼리의 고백
앤드루 손 그리어 지음, 윤희기 옮김 / 시공사 / 200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검은 색 배경에 한 소년의 얼굴이 떠 있다.
금발머리에 흰 피부를 가진 아주 귀여운 얼굴이다.
그러나 어딘지 이 아이의 얼굴은 어두워 보인다.
짙고 커다란 눈,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는 눈썹, 오똑한 콧날은 고귀함을 드러내고 야무지게 다문 입술은 어떤 말도 할 것 같지 않다.
아이답지 않은 검은 색의 옷은 그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질감이 감촉을 손에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섬세하다.
그 눈.
세상의 모든 슬픔을 다 담은 그 눈이 이 아이를 아이로 보이지 않게 한다.
책을 얼굴 높이로 들고 아이와 눈을 맞춰 보았다.
그는 아이가 아니다.
이런 눈은 아이에겐 있을 수 없는 눈이다.

 

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으나, 세상을 다 살아버린 눈을 한 그는 누구인가.
그의 고백은 너무도 슬프고 음울해서 나의 한 밤을 다 차지한다.

 

일인칭 주인공 시점인 이 소설은  한 세상을 겪고 난 노인의 말투로 시작된다.

 

"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삶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이다. "
                                        - 본문 11쪽

그렇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이 고백의 대상인 소년이 누구인지는 소설의 말미에서나 알 수 있지만, 막스는 너무도 절절하게 그의 곁에 있고 싶음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새미에 대한 막스의 그 깊은 애정의 비밀은 무엇일까?
1부부터 끊임없이 등장하는 램지부인은 막스에게 어떤 존재일까 하는 의문을 가지고 이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태어날 때부터 불행을 안고 태어난 막스는 노인의 얼굴과 모습으로 태어났다.
그리고 나이를 먹으면서 그는 날마다 젊어진다.
10대 소년일 때는 50대 장년의 모습으로 아랫층의 아름다운 앨리스에게 빠진다.
그러나, 그의 사랑은 빗나간 오해를 부르고 사랑하는 앨리스를 잃고 만다.
그의 남은 평생은 날마다 더 젊고 멋진 청년이 되어가면서 앨리스를 기다리고 그리워하는 것으로 채워진다.
그에게 가장 행복했던 시절, 신체의 나이와 정신의 나이가 일치하던 그 시절에 그는 앨리스를 다시 만나, 앨리스에게 사랑을 받는다.
그리고 다시 떠난 앨리스.
그녀를 잃고 막스는 죽음과도 같은 삶을 지낸다.
그런 그의 곁을 다시 찾아 낸 평생의 친구. 단 하나뿐인 막스의 친구 휴이와 전국을 떠도는 여행을 한다.
앨리스의 편지 속에 아들을 발견했기 때문에.

 

사랑 때문에 불행한 사람들.
앨리스와 막스, 막스와 휴이, 휴이와 앨리스.
이들의 관계는 평생을 두고 이어지지만, 정작 그 사랑의 가운데에 있던 앨리스는 자신을 평생 사랑하던 막스를 알아보지 못한다.
단지 그는 휴이의 어린 아들 리틀 휴이다.
그것도 곧 떠나갈......
사랑에 목숨을 거는 것은 젊은 시절에나 가능할 것인가.

 

가끔씩 나의 젊은 시절을 떠올리면서 왜 그 때는 지금과 같은 생각을 할 수 없었는지 아쉬워하곤 했다.
그야말로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 때의 내가 알았더라면, 그 많은 어설픈 실수들과 부끄러운 잘못들을 하지 않았을텐데......
그러나, 이리저리 좌충우돌 실수하고 상처받던 그 시절이 내게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을 것임을 안다.
이젠 웃을 때 잡히는 눈가의 주름을 사랑할 줄 알고, 따스한 봄 햇살 아래의 산책의 즐거움을 알고, 뜨거운 커피의 행복을 안다.
내면의 성숙과 어울리는 외모의 쇠락을 슬퍼하지 않을 줄도 안다.

막스가 가질 수 없었던 그것.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372가지 지식사전 - 세상의 모든 지식을 꿀꺽
필립 네스만 지음, 나탈리 슈 그림, 박창호 옮김 / 청림아이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우리 옛말에 아이를 키우는 엄마는 다 거짓말쟁이라는 말이 있다.
다른 아기들과는 다르게 우리 아이는 웬 일인지 기어다니는 것도 똑똑하게 하는 것 같고, 밥을 먹을 때도 과학적 창의력이 돋보이며 모든 일에 섬세한 감수성을 보인다.
또 어찌나 호기심이 많고 관찰력이 뛰어난지 엉뚱하지만, 기발한 질문들을 쏟아내서 엄마의 지식을 시험하고 엄마를 공부하도록 이끌기까지 한다.


세상의 모든 엄마들의 공통점일 것이다.
나 역시도 나의 아기는 너무나 똑똑한 것 같았다.
직장에 나와서도 날마다
'우리 아기는 천잰가 봐요, 어제는요 ......"
라는 말을 해대서 놀림을 받기도 했다.
오죽하면 우리 아이를 처음 본 직장 상사가
"오우, 네가 그 천재구나?"
했을까.

 

아이가 날마다 자라면서 이것저것 묻는 게 많아지면 엄마들은 점차로 곤란해진다.
아는 것을 물어보는 일보다는 정말로 상상도 할 수 없는 질문들을 하기 때문이다.
'엄마는 왜 엄마야?"
"엄마, 해는 언제 자?"
부터 시작해서 우리나라는 어디까지냐는 둥, 하늘의 별은 몇 개냐는 질문까지 엄마의 능력으로도 대답할 수 없는 질문들을 쏟아놓는다.
때론 아이의 질문이 너무나 근원적이고 철학적이어서 인간의 실존의 문제를 묻기도 하고 남녀의 성역할 차이를 질문하기도 해서 엄마를 사색하게 한다.

 

이 책 <372가지 지식 사전>은 이런 엄마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아이들이 궁금해 하는 갖가지 질문들에 대한 대답이 일목요연하게 항목별로 정리되어서 금새 궁금한 내용을 찾아볼 수 있게 되어 있다. 마치 지식의 정리 사전이라고나 할까?

 

책은 총 5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과학에 관한 모든 지식이다.
우리 작은 아이는 이 장이 참 마음에 든다고 한다.
53가지의 과학 지식들, 지진, 하늘의 별, 물과 산, 미라와 온도까지 자세한 설명이 있다.
2장은 동식물에 관한 모든 지식이다.
그 외에도 환경, 문화, 그리고 마지막 장은 모든 것의 기원에 관한 지식들이다.
사람들은 전화를 받을 때 '여보세요?"라고 할까?
이런 질문을 생각해 본적이나 있을까? 그런데, 그 질문을 보자마자 궁금해지는 것은 또 무슨 이유일까?
아라비아 숫자나 영어의 알파벳은 어디서 온 것일까?, A4용지의 사이즈의 기원은 어딜까?
사실은 우리가 알고 있듯이 예수는 서기 1년에 태어난 것이 아니라던데?

 

사실 아이들보다도 어른들이 이 책을 더욱 반길지도 모른다.
오늘도 우리 천재 아기가 어떤 질문을 할 지 몰라서 은근히 불안한 엄마아빠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밤하늘의 별들이 모두 몇 개인지 하나하나 세어 줄 자신이 없으므로 말이다.

 

우리 아이가 한 질문 중 아직도 답을 못 찾은 것이 하나 있다.
" 사람은 왜 살까?'
이다.
" 아가, 그 답을 찾으려고 산단다."라고 대답해도 되는 걸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호박마차 호시 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 14
호시 신이치 지음, 윤성규 옮김 / 지식여행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이로써 호시 신이치의 쇼트한 이야기를 총 네권을 읽었다.
호시 신이치는 데뷔당시부터 매달 70매 정도의 글을 규칙적으로 썼다고 한다.
작품을 쓰는데, 잘 될 때는 더 많이 쓸수도 있고 안 될 때는 안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은데도 항상 한결같은 매수를 쓴다는 것이 나로서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 점에 대해 호시 신이치의 후배 작가인 간베 무사시는 이런 말을 한다.
" 그러나 호시씨는 절대 그런 일을 하지 않고, 스스로 정한 규범을 엄격히 지키며 연습과 정서(精書)를 반복하여, 한 달 매수까지  정해 양질의 작품만을 발표해 왔다. 때문에 1000편을 쓸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만약 자기 규제를 좀 완화했다면 2000편이 되었을지도 모르고, 요령을 피우면서 작업을 했다면 3000편을 썼을지도 모르지만, 엄격한 자기 관리로 이루어낸 1000편에는 그만큼의 무게감이 느껴진다. "
                                                            -  해설  간베 무사시

그의 이러한 저작 습관을 간베 무사시는 스스로를 엄격히 관리한 결과로 본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완성된 작품들 하나하나를 브랜디에 비유하고 있다.

 

"세상 풍속에서 철학, 과학, 역사까지, 이 세상 다양한 만물을 한 알 한 알의 포도 송이라고 생각해 보자. 포도송이는 물론 그 자체만으로도 먹을 수 있지만, 사람들은 그 즙만을 짜내 발효시칸 포도주를 만들어냈다. 현실의 만물을 취사선택하여 상상 속에서 만들어낸 세계라는 의미에서 소설은 이 포도주와 같다고 말할 수 있을 껏이다. 그런데 호시 씨의 쇼트쇼트는 그 단계에서 한층 더 발전하여, 즙을 발효한 후 증류 숙성시킨 브랜디로서 세상에 나왔다. 즉, 보통 소설보다 한층 더 일반화된 우화이며, 포도 찌꺼기가 깨끗하게 여과되어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
                                                                -  해설  간베 무사시

작가들의 가장 큰 결함이 무절제라는 생각을 나는 어디에서 하게 된 것일까?
천형을 짊어지고 가는 작가는 그 삶의 무게가 너무 고단하여 자기 자신을 파괴하는 줄 알면서도 낮과 밤을 바꾸고, 폭음을 하고 항상 입에 담배를 문 채로  종이를 꾸기며 지낸다는 생각을 할까?
워드프로세서를 이용한 깔끔하고 명료한 작업- 비록 완전 삭제의 위험에 항시 노출되어 있지만 -, 작업실을 따로 두고 아침저녁으로 규칙적으로 출퇴근하는 작가들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작가는 늘 허약한 육체와 명료하지만 냉소적인 정신을 가진 안경 쓴 사람이라는 편견을 버리지 못하는 나는 호시 신이치의 자기 규제가 참으로 감탄스럽다.
이것저것 닥치는대로 쓰는 것이 아니라, 쓸 것만 골라서 엄격히 가리고 단련하는 모습이 그를 쇼트쇼트의 독보적인 존재로 만드는 힘이라는 생각을 한다.

 

이 책 <호박마차>에는 27편의 쇼트시리즈가 실려있다.
그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악마의 의자>라는 제목을 한 나름대로는 긴 소설이다. 11쪽의 분량이니 말이다.

한 고층 빌딩에서 개업 기념으로 신기한 방을 만들었다. 사람들의 흥미를 끌어서 빌딩의 인지도를 높이려는 상업적 계획이었다. 그 방은 바로 악마의 방이다. 그 안건을 낸 기획팀 청년이 그 프로젝트를 맡아서 실행했다. 진짜로 으시시한 재료들을 사용해서 흉내만 내는 것이 아닌 진짜 악마의 방을 재현한 것이다.
그리고 그 방을 오픈 했다 사람들은 그 기괴한 실내장식과 가구들에서 섬뜩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그 날밤, 인테리어를 맡은 디자이너에게 악마가 찾아온다.
악마는 그에게 한 사람을 죽일 수 있다고 선택을 강요한다.
미운 사람은 있었지만, 죽이고 싶을만큼 미운 사람은 없었던 디자이너는 그만 고민에 빠진다. 선택하지 못한 채 날이 밝으면 그가 죽기 때문이다.

 

"남자는 열심히 고민하기 시작했다. 점차 악마적인 충동이 들끓었다. 이런 기회는 좀처럼 없다. 전례없는 어마어마한 인물...... 그 자를 없앤 것은 자신이라고 먼 훗날까지 기억하며 즐거워할 수 잇을만한 자가 좋다. 그를 죽인 사람이 자신이라는 걸 어차피 아무도 믿진 않겠지만, 그 말을 하면서 자신만은 사실임을 알고 있는 기분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그것을 잘 활용하지 않으면......"   
                                                                   - 본문 189쪽

여기까지 읽었을 때 누구나 그 나라의 유명인물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호시 신이치는 달랐다.

결국 그가 선택한 인물은
"네가 죽어라." 였다.

이 얼마나 호쾌한 반전인가.
호시 신이치의 특성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낸 작품으로 꼽고 싶다.

간베 무사시는 그를 젠틀맨이라 부른다.

젠틀맨인 그는 우리에게 반전의 즐거움을 선물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봇코짱 호시 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 20
호시 신이치 지음, 윤성규 옮김 / 지식여행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그러므로 이 한 권은 나, 호시 신이치라는 괴상한 작가 그 자체를 쇼트 쇼트 스토리로 완성한 형태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작가 후기 중에서

호시 신이치라는 이름을 알고 나서 짧은 기간에 그의 작품을 여러 권 읽을 기회를 얻었다.
그 중 이 책 <봇코짱>은 유달리 독특한 색채를 풍긴다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다. 그러다가 작가의 후기를 보았다.
이 책 <봇코짱>은 작가가 직접 선별한 이야기 단편집이라고 한다. 수록된 작품은 모두 39편인데, 초기 작품을 주로 골랐으며, 또  하나의 특징은 그를 운명적으로 끌어당긴 짧은 형식의 소설들이 많다는 점과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골라서 수록했다는 점임을 작가는 밝히고 있다.
미스터리, SF, 판타지, 우화, 동화등등의 분위기를 보이는 이 쇼트한 소설들은 작가 호시 신이치의 특징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는 작품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그 많은 작품 중에 너무나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반전이 있다.
바로 <생활유지부>라는 작품이다.
이 소설 속의 도시의 사람들은 너무나 쾌적한 환경에서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다, 소설의 서술자는 이 도시의 생활을 쾌적하도록 유지하는 생활유지부의 외근직원이다. 어느 날 그들은 과장의 명령으로 다른 날과 다름없이 외근을 나가고 그들은 받은 명령을 수행한다.
아름다운 전원 주택, 그림을 그리며 여가를 즐기는 중년 신사, 자전거를 타는 젊은 연인들을 보면서 그들은 이런 말을 한다.
"이렇게 사회가 평화로울 수 있는 것도 다 정부의 정책 덕분이지. 국민 개개인이 충분한 토지를 확보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정책."

                                                                                             본문 81쪽

가뜩이나 땅덩이가 좁은 일본 사람이 한 말이라서 예사로 들리지가 않았다.

 

그렇다. 그들이 하는 일은 나라의 인구 수를 적절히 유지할 수 있도록 사람을 정리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많은 반발이 있지만, 그들은 그것을 필요악이라는 이름으로 스스로를 속인다.
"모두가 공평하게 전쟁 방지를 위한 부담을 져야 합니다. 생활유지부의 계산기가 매일 선택하는 카드는 절대로 공평합니다. 뒷거래가 들어가 있다는 소문이 난 적도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노인과 아이를 차별하는 일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살 권리와 죽을 권리는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부여되는 것입니다. "

                                                                                             본문 85쪽

 

아침마다 그들의 계산기는 죽일 사람의 명단을 뽑는다. 이 대목에서 나는 영화 <아일랜드>의 로터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이 클론들인 것을 모르는 그들은 그 복권 추첨이 낙원으로 가는 티켓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사실 그 관계가 의심스러운데도 이 부분을 읽으면서 아일랜드의 추첨 장면이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공통점이라면 인간성을 잃어버린 자들의 추첨이라는 것일까?

 

그리고 역시나 그 마지막은 다른 이들의 목숨을 정리하는 그 사람이 오늘 추첨에 당첨되었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호시 신이치다웠다.
섬뜩한 소재와 기발한 진행, 그리고 예상치 못한 반전들은 39편의 쇼트쇼트를 순식간에 읽게 만드는 힘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