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실 청소마치고 방금 농협에 다녀왔다. 어제 예스24에 주문한 대만감독 허우 샤오시엔의 영화 DVD 네 편, 황정은의 장편소설 <백의 노래> <앨리스에게> 등 구입비 64,000원 송금하다. 오후쯤 트럼펫샵에 수리 맡긴 3번 밸브슬라이드 도착 예정.

 

정홍수 문학비평집 <흔들리는 사이 언뜻 보이는 푸른빛>(문학동네, 2014년) 서문에 대만의 영화감독 허우 샤오시엔의 영화 한 편을 꽤 길게 언급하였다. 흔히 비평집 서문은 책을 펴낸 동기나 소감을 서술하는데, 영화 이야기로 시작하니 은근히 호기심이 동했다. 하지만 막상 그가 거론한 영화들을 거의 보지 못한 형편이라 대강 가늠만 해야했다.

 

술적 상상력에 대한 코멘트가 주 요지인데, 정홍수는 비평가로서 시나 소설 등을 읽으며 예술적 상상력에 호흡을 불어넣고, 그것을 실제로 받아들이며 그런 감동을 글로 써낸다는 것이다. 

 

커피나 영화라면 자다가도 벌떡일어나는 나인지라 갑자기 허우 샤오시엔의 영화가 생각났다. 프로젝터로 2003년작 <카페 뤼미에르>를 감상했다. 과거 <비정성시>를 통해 예술파 감독인지는 알았으나 뒤늦게 다시 보게된거다.두 번을 반복해서 본후에야 이해할 수 있었다. 오즈 야스지로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 영화인지라 오즈에 대한 오마주인지는 알았지만 일명 다다미쇼트를 빼고는 어떤 점이 오즈 스타일일지 알 수 없다. 건 그렇고 일단 <카페 뤼미에르>에 대해 한 마디 안 할 수 없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작가인 요코는 대략 20대 중반의 여성. 그녀는 현재 임신 중인데 대만 남성과 결혼을 하려다 만다. 그러던중 동경에 있는 부모집에 잠깐 다니러간다. 어머니는 새엄마다. 한편 서점을 운영하는 하지메라는 친구가 있다. 이 친구의 취미가 좀 독특해서 전철 역 등의 소리를 녹음하고 다닌다.

 

요코는 현재 대만 음악가인 장예윈의 부탁으로 그의 문서를 찾는 중이다. 가끔 하지메의 서점에 들러 이런 애기 저런 애기를 나누지만 그냥 친구지 그 이상의 관계는 아니다. 요코 역시 담담한 성격이라 우산 장수인 그의 남자가 누구인지 언급이 없고, 임신 중인 아이를 혼자 나서 키우려고 생각한다. 일단 스토리는 여기까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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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졸업하고 곧장 스무살부터 서른 직전까지 10여년간의 원양어선 생활. 연이어 50중반까지 학교 실습선 생활. 그리고 50중반부터 퇴직 때까지 학교 행정실 근무. 그러니까  꼬박 30여년 뱃생활을 했고, 나머지 10여년 사무실 생활을 했다. 퇴직 4년전부터 시작한 독서실을 10여년째하고 있으니 결국 스무살부터 육십 중반인 지금까지 숨가쁘게 달려온셈이다. 소시민으로 태어나 평생을 소시민으로 살았으며 단 한 해도 놀지 않았으니 이만하면 부끄러울것 없다. 

2
평생 해온 책읽기, 글쓰기, 음악, 영화는 딜레탕트로서의 취미생활 그 이하도 이상도 아니다. 수산학교를 졸업한 후 학교에서 배운대로 뱃생활하며 처자식 먹여살리느라 땀흘리고 고군분투한 나는 지식인도 아니고, 예술가도 아닌 소시민의 한 사람일 따름이다.

3
왜 평생 독서를 하고 글을 쓰는가? 재미 있으니까.  왜 평생 예술영화를 공부하고 감상하는가? 즐거우니까. 왜 클래식을 감상하며 트럼펫 연주를 하는가? 재밌고 즐거우니까. 이것만이 유일하게 삶을 윤택하게 하고 행복하게 하니까. 이것말고 달리 재밌는 일이 없고, 아는게 없으니까. 이것만이 내가 아는 유일한 취미며 즐거움이니까. 

4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기지만 소시민인 나는 죽어 잡글 몇 개 남기고 소리 소문없이 사라질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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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떠오르는 것 한 가지. 우리집에 전통이랄만한게 있었던가? 없다. 그것도 완벽하게. 그럼 나는 어떻게해야하나? 후손을 위해 뭔가 만들어야하지 않을까. 하다못해 숟가락이든 세수대야든 소소한것 하나라도. 그게 뭘까. 우리집 전통으로 내세울만한게 뭐가 있을까? 곰곰히 생각해도 마땅히 떠오르지 않는다. 책? 음반? 악기? ....그럴만한 가치가 있을까? 그리고 후손들이 대대로 이어갈 수 있을까? 아닌것 같다. 만약 지금 당장 없다면 두고두고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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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저 사람 빈번하게 만나면 독서와 글쓰기에 소홀해진다. 당최 시간이 나질않고 몰두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누구든 만나서 이야기나누는게 얼마나 신나는가. 하지만 정작 하고싶은 일을 못하는게 문제다. 결론은 만남의 횟수와 상대를 제한해야한다는 것. 물론 누구 누구하며 사람을 가려 만나는건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내게 얼마 남지 않은 시간 - 아, 10년은 얼마나 짦은가! - 을 허투루 보낼 수는 없다. 

세상엔 읽어야할 책, 써야 할 글- 비록 한 두 줄에 불과한 낙서일지라도- 은 얼마나 많은가. 나 혼자 사색하고, 궁리하며 침묵 속에 골몰할 일은 또 얼마나 많은가. 소란스러움을 피해 고독을 자청하기 혹은 널널하니 무료함을 마다할게 아니다.  그런 무료함과 고독 속에서 사색의 결과가 생길지 모르니까.   

연주실력에 문제가 있다싶어 한동안 트럼펫에만 몰두했다. 이젠 이쯤에서 다시 생각해보자. 시간의 분배, 열정의 분배를 통해 균형잡힌 삶을 재배치하기. 아무리 좋아도 어느 한 가지에만 몰두할게 아니라는 것. 이것저것 고루 맛보고 가벼운 즐김을 원하는 딜레탕트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사방에 즐거움과 재미로 가득한 세상에서 어느 한 가지만을 맛본다는건 너무 아쉬운 노릇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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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뭔놈의 술을 고렇게들 마시나. 글쎄 양주 한 병을 한 자리에서 싸그리 비워버리니 원~. 작지도 않은 컵에 한 잔 가득 따른 후 단숨에 쭈욱~ 아이고 기가 막혀서. 접때 사위가 큰맘먹고 사다준 양주 한 병을 한 자리에서 둘이 깨끗히 비우더란 말이지. 실은 술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어마무시한 주량 땜에 놀랐다네.

하두 놀래서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봤지. 이렇게 술마시는 사람이 정상이요 아니요 그랬더니, 어떤 이는 비정상이라고하고, 또 어떤 이는 그런 사람 한 둘이 아니라고해서 또 놀랬다네. 아니 일정시대도 아닌데 대주불사하는 이가 요즘도 많다구요? 그렇다네. 나만 몰랐던거지. 내가 알기로 술이란 조곤조곤 한 잔 따라갖고, 한 번, 두 번 시나브로 몇 번이고 배어마시는게 아니겠나? 그럼서 이런 애기 저런 애기 하는거거든. 때로 한 잔 술로 밤을 지새울수도 있고. 그런데 어떻게 그 많은 양주 한 병을 깡그리 비울수 있단 말인가. 세상에 참 놀랄 일도 한 두 가지가 아니더라니까.  

물론 술이 좋긴하지. 몇 잔 들어가면 없던 용기 생기고 기분 올라가고, 뭐 머쓱하던 기분 느슨하게 풀어지고, 하다보면 줄곧 침묵하던 사람도 슬슬 말문이 터지니. 여하튼 감정과 기분을 고조시킨다는 점에서 알콜의 효용성은 분명하지. 다만 술이라는게 없던 기분나게 하거나 반대로 가라앉은 기분을 해소시키는 이른바 스트레스 푸는데 좋은 거라는건 틀림없는데, 문제는 고놈의 술에 취하기만하면 할 말 못할 말, 감당할 수 없는 말까지 마구 내뱉질 않나 주절주절 씨잘데없는 말로 밤을 지새우고, 방금 했던 말 하고 또 하고.....뿐만인가. 아까운 돈들어가, 시간 뺐겨, 건강 뺏겨, 하지 않아도 될 말하고 괜히 실없는 사람되고, 부끄럽고, 자괴감들고....

실은 모처럼의 만남이고, 귀한 자리이니 뭔가 이들에게 해줄 말 있을까 고심했다네. 뭔놈의 술자린데 준비까지 하다니, 너무 진중한거 아닌가, 하고 의아할지 모르지만, 글쎄 워낙 모처럼의 만남이고 반가운 사람이기에 심심풀이거나 실없는 대화나 할게 아니라고 생각했던거지. 그런데, 그런데 말일세. 도무지 나는 대화에 끼어들 틈이 없었다네. 자기들끼리만 연신 주고받는거야. 내 의견도 좀 물어보고, 자기들 하는 말에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되묻기도하면서 말을 해야하는것 아니겠나? 또 대화의 주제가 무엇이든 생산적인 대화란 마땅히 그래야만하는거고. 

가만 돌아보니 긴밤이 가도록 그렇게 많은 말을 했건만 내가 한 말이란 겨우....당연히 준비했던 말은 한 마디 꺼내지도 못했다네. 말을 할 분위기도 아니었고. 그래서 그냥 가볍게 가볍게, 심심풀이 땅콩이 따로 없더라니까. 그날 밤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술마시며 시간 때우기' 뭐 그랬달까. 피날레야 굳이 말 안해도 짐작할 수 있잖겠나?

새벽 2시. 구름 한 점 없는 겨울밤 아스팔트 위로 황량한 바람이 스쳐가고, 적막이 감도는 골목 근처로 차 몇 대가 달려갔다네. 어스름 전신주 네온 사인마저 왜 그렇게 차갑게 보이던지. 아~ 따스함이 감돌던 술자리, 그토록 대화 풍성하던 술자리 끝이 이렇게 쓸쓸하다니. 그렇게 많은 말을 했건만 어째 내 속은 이렇게 허전한가.  

 

너 먼저 가라, 차를 타라 손 흔들고 외치며 걸어가던 그들의 뒷 모습이 어째 그렇게 연민스럽던지. 그 긴 시간을 보내며 세상살이의 힘겨움과 절망과 회한과 기쁨을 토로했으니 이쯤해서 좀 가벼워졌을까? 이쯤해서 없던 기력 되찾았을까? 하지만 터벅터벅 걸어가던 그들의 어깨 위엔 여전히 털어내지 못한 속절없는 세상사의 힘겨움이 가득했다네. 그렇게 오래도록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나는 갑자기 콧날이 시큰해서 얼른 돌아섰다네. 그리곤 호주머니에 손넣은채 골목길 힘 없이 걸어왔다네. 술 마시던 그날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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