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우리 (1)

오늘, 우리(2)
학교 재직할때 잠시 사진모임을 한적이 있다. 당시 회원들끼리 <오늘, 우리>라는 제목으로 사진을 한 점씩 찍어보자고 제안했다. 한데 사진 관련 책은 몇 권 읽어봤지만 정작 사진찍은 경험이 전혀 없는 내가 이런 제안을 했으니 역시 무식하면 용감한 법이다.
일단 제안은 했는데 뭘 알아야 찍지. 난감했다. 그러던중 직원연수차 대천에 갈일이 있었다. 연수를 끝내고 막 버스를 타려는데 성당인지 교회인지, 학원인지 사무실인지 특이하게 생긴 건물이 눈에 띄었다. 철탑, 전신주 사이로 성모상인지 예수상인지 두 손을 펼치고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서있는 위치가 난간 끝이라 아슬아슬 위태로웠다. 일행은 바삐 버스로 향했다. 어데서, 어떤 각도로, 어떻게 찍어야 하나. 맘은 급하고, 에라 모르겠다. 찰칵! 혹시 모르니 한 장 더...
어느날 학과 조교 선생 둘이 근무하던 사무실에 들렀기에 출력한 사진을 넌즈시 내밀었다.
- 어때요 이 사진?
한동안 뚫어져라 보던 조교 선생이 퉁명스럽게 대답 했다.
- 뭔 사진인지 도통 모르겠는데요.
- 에이, 그래도 그렇지 아무 느낌이나 한 마디 해봐요, 뭔가 팍 쏘는게 있다든가.
하지만 묵묵부답이다.
- 아무 느낌이 없다는 거예요?
- 정말 모르겠는데요. 근데 이게 뭔 사진이데요?
그러면서 사족 한 마디 더.
- 생뚱맞아요!
장엄하고 고풍스런 사원도 아니고, 고요한 숲속 산사도 아닌 도회지 콘코리트 빌딩, 난간 끝, 전신주 사이, 위태롭게 서있는 저 분, 저 모습이 오늘날 한국종교가 처한 모습이 아닌가. 나아가 성과 속의 사이에서 이도저도아니게 엉거주춤한 우리 모습이 바로 저런 모습이 아닌가. 그래서 제목이 ' 오늘, 우리'. 이런걸 두고 꿈보다 해몽이...운운할려나? ^^ 근데 만약 저 장면을 나의 의도에 맞게 예술적으로 카메라에 담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