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저 사람 빈번하게 만나면 독서와 글쓰기에 소홀해진다. 당최 시간이 나질않고 몰두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누구든 만나서 이야기나누는게 얼마나 신나는가. 하지만 정작 하고싶은 일을 못하는게 문제다. 결론은 만남의 횟수와 상대를 제한해야한다는 것. 물론 누구 누구하며 사람을 가려 만나는건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내게 얼마 남지 않은 시간 - 아, 10년은 얼마나 짦은가! - 을 허투루 보낼 수는 없다.
세상엔 읽어야할 책, 써야 할 글- 비록 한 두 줄에 불과한 낙서일지라도- 은 얼마나 많은가. 나 혼자 사색하고, 궁리하며 침묵 속에 골몰할 일은 또 얼마나 많은가. 소란스러움을 피해 고독을 자청하기 혹은 널널하니 무료함을 마다할게 아니다. 그런 무료함과 고독 속에서 사색의 결과가 생길지 모르니까.
연주실력에 문제가 있다싶어 한동안 트럼펫에만 몰두했다. 이젠 이쯤에서 다시 생각해보자. 시간의 분배, 열정의 분배를 통해 균형잡힌 삶을 재배치하기. 아무리 좋아도 어느 한 가지에만 몰두할게 아니라는 것. 이것저것 고루 맛보고 가벼운 즐김을 원하는 딜레탕트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사방에 즐거움과 재미로 가득한 세상에서 어느 한 가지만을 맛본다는건 너무 아쉬운 노릇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