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자(2018. 1. 5) 한겨레신문에 <2018년, 이 책 찜했어>라는기사 제목이 눈길을 끌었다. 국내 40개 출판사별로 올 해 출간할 책 중 대표적인 책 한 권씩을 추천받아 소개하는 내용인데, 이른바 ‘적폐의 성역’ 한국교회의 문제를 파헤친 김진호 외 공저<권력과 교회>(창비)를 비롯 소설가 윤흥길의 대하장편 <문신>(문학동네), 이정우 <세계철학사 2권>(길) 등 몇 권의 책에 관심이 갔다. 특히 이정우의 <세계철학사>는 이미 1권을 읽은바 있어 ‘아시아세계의 철학’이라는 부제를 단 2권 출간 소식은 반가웠다.

나에게 철학자 이정우(경희 사이버대 교수)라는 이름은 이미 낯익다. 젊은 나이에 서강대 교수직을 사임한 그는 수유리에 ‘철학아카데미’라는 이름으로 국내 최초 철학 사설교육을 시작했고, 이후 디지털 강좌 시스템으로 유명한 ‘아트 앤 스터디’에 이르기까지 명강의로 이름을 떨쳤다. 나는 초기 철학아카데미 때부터 그의 강좌를 여러 과목 청취한 경험이 있다.

그 시절, 지방에 거주하는 나는 현장 수강을 할 수 없어 부득이 카셋테이프를 이용해야했다. 하지만 워낙 명강의라 육성 청취만으로도 이해하는데 아무 지장이 없었다. 물론 그의 저서도 여러 권 구입하고 읽기도 했다. 가령 박사학위논문을 책으로 펴낸 푸코 연구서 <담론의 공간>을 비롯, 철학개념어 사전인 <개념-뿌리>에 이르기까지 상당 수의 저서를 구입해서 읽었다.

'지중해세계의 철학세계철학사'라는 부제를 단 1권은 지난 2004년 출간되었는데, 서양의 고대에서 중세까지 다룬 고중세철학사에 해당하고, 올해 출간 예정인 2권은 아시아세계의 철학, 3권은 근현대 서양철학사다. 참고로 이정우의 <세계철학사> 시리즈는 그동안 이뤄졌던 강의록을 뼈대로 내용을 보완한 것으로 짐작된다.

저자에 따르면 “지금까지 저술된 철학사들은 대개 세계철학사가 아니라 일정한 지역적 테두리를 전제한 철학사들이었다. 철학사의 대부분이 ‘서양 철학사’이거나 ‘중국 철학사’, ‘한국 철학사’, ‘일본 철학사’, ‘인도 철학사’ 등이었던 것이다. 특정한 지역이나 언어권을 다룬 철학사가 대부분이며, 세계철학사는 드물었다.(…)‘세계철학사’라는 제목을 달고서 나온 저작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들은 비서구 지역의 철학 전통을 서구 철학사의 한갓 전사 정도로 보았을 뿐이었다. 『세계철학사』 3부작은 다음과 같은 구도를 취하려고 한다. 우선 철학이라는 행위가 주로 유라시아 대륙에서 진행되었고 근대 이전에는 동과 서의 철학 전통이 따로 전개되었다는 점에서, 1권을 ‘지중해세계의 철학’에 그리고 2권을 ‘아시아세계의 철학’에 할애했다. 그 후 마지막 3권에서는 지리적 기준이 아니라 시대적 기준에 입각해‘근현대 세계의 철학’을 살펴보려 한다.” 라고 말하는데, 저자는 서구 편향적인 철학사를 지양하면서 유라시아 대륙 전체를 놓고서 보다 보편적인 시각으로 철학사를 보려 했다는 점이 이 책의 특징이자 장점으로 꼽힌다.

내 경우 이정우의 철학사 강좌는 복잡한 서양철학을 우리의 주체적인 시각으로 일목요연하고, 투명하게 그리고 체계적으로 정리한 점이 돋보였다. 또한 강의 시간내내 물흐르듯 막힘이 없이 강의가 이뤄졌고, 전혀 강의록을 보지 않은채 자유롭게 강의하는것도 기억에 남는다.

나는 과거 버드란트 러셀을 필두로 렘브레히트, 슈퇴릭허, 유물론 관점으로 기술된 세계철학사 등 몇 종의 철학사를 접한바 있는데, 국내 학자가 쓴 철학사는 이번 이정우의 <세계철학사>가 유일하다. 그의 철학사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가 어떤지 몰라도 나와 같은 철학 딜레탕트에게는 최상의 길잡이다.

과거 수강 청취한 철학사 강의를 비롯 <세계철학사> 1권을 읽은 소감을 말한다면, 무엇보다 그의 강의는 흔히 말하는 명강의라는 점이다. 가령 아무리 복잡한 내용이라도 그는 쉽고 투명하게 설명하기 때문에 나와 같은 철학 비전공자, 특히 일반 수강생들이 이해하는데 용이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그는 우리의 주체적인 관점으로 강의를 하기 때문에 설사 유명한 철학자라하더라도 우리의 시각에서 과감하게 평가절하 했고, 또 어떤 경우는 한 철학자에게 과대하게 시간을 할애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너무 주관적인 해석이 아닐까하는 의아심이 들기도 했지만, 어쨌거나 이해하는데는 아무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한편으로 그는 서양철학사 강의중에도 중국의 사상서들을 적재적소에 소개함으로써 수강생들이 비교철학적 관점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물론 동양철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다소 피상적이라는 한계는 있었지만 강의를 듣는 입장에서는 꼭 필요한 작업이다. 과거 도올 김용옥이 동양철학자면서도 자유자재로 서양철학을 언급하며 강의를 펼친것도 같은 방식일 터인데, 그런점에서도 더욱 서양철학자로서 아시아세계의 철학을 다룬 <세계철학사> 2권의 출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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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회 <칸투스문학살롱>에서 진행하는 가즈오 이시구로 단편집 <녹턴>(민음사, 김남주 역, 2017)토론 자료.

■『크루너』

등장인물

- 나(얀네크) : 폴란드 출신 떠돌이 기타리스트
- 토니 가드너 한물간 60대 크루너 가수
- 린디 가드너 : 40대 배우, 토니의 아내.

이탈리아 베네치아, 산마르코광장. 우선 이 소설은 과거의 영광, 전통에 사로잡힌 베네치아가 배경이라는데 의미가 있다. 그 영광이 현재가 아닌 과거라는 것. 인간도 마찬가지다. 우선 소설의 주인공인 야네크의 기타라는 악기가 지나치게 현대적이어서 환영받지 못한다. 그리고 산마르코광장은 최신 히트팝송을 원하지 않음. 주로 흘러간 히트곡 환영받는다. 마찬가지로 과거에 사로잡혀 잇는 것은 야네크의 어머니다. 그녀는 생전에 토니 가드너 한 가수의 노래에만 집착했다. 과거의 스타 토니는 아내와 27년간의 결혼생활, 린디는 음악에 관심 없고 부부의 소통부재다.

야네크, 토니 모두 이런 물음을 안고 있다. 오늘, 나의 존재는 무엇인가? 누군가 좋은 삶은 현재가 어떠냐로 결정된다. 따라서 그의 과거과 어떻고, 미래의 꿈이 어떻고가 중요하지 않고, 오로지 현재가 어떤가로 결정되니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하는가만이 최선이다. 그래서 부단히 오늘을 개선하기 위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새롭게 변신하는 삶이 요구된다.

이제는 한물간 과거의 스타 크루너 가수 토니는 묻는다. 과연 위대한 연주자, 가수는 누구인가? 라고, 그가 얻은 답은 이렇다. 새로운 변화없이 과거에 집착하는 것(현제에 안주)은 무의미하고, 오로지 새로운 변화모색, 그것도 사랑하는 아내와 이혼을 결행할정도 큰 변화아니면 불가능하다고.

“전통과 과거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이곳 베네치아에서는 모든 것이 거꾸로이다.” -10쪽(주제 암시)
“제가 두 분의 대화를 방해했네요. 음악인들 간의 대화를요....프라다 매장에 가 보고 싶거든요.” -18쪽
“사실 이제 나는 주류 가수가 아니오. 당신은 부정하겠지만.....나아가 사랑하는 것들까지 바꿔야 할 경우도 있소.” -41쪽

■『비가 오나 해가 뜨나』

- 나(레이먼드) : 47세, 어학원 선생
- 에밀리 : 나의 대학동창
- 찰리 : 대학시절 나의 가장 친구. 에밀리의 남편

찰리는 극도로 이기적이고 향락적인 인물. 부부 모두 성공신화에만 매달려있음. 남편이 치과여의사와의 불륜관계임을 에밀리가 알아챔.

미래에 대한 전망이 없는 부부. 누군가와 비교하며 주어진 현재에 만족하지 않는다. 눈앞의 성공만을 보고 내달리는 부부(현대사회)

“우리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야 해. 하지만 만족할 줄 몰랐던 것 같아. 이유는 모르겠어. 문득 하던 일을 멈추고 생각해 보면, 내가 찰리가 아닌 다른 사람을 원하지 않는다는 걸 알겠거든.” -98쪽

“ 네가 진정으로 원하는 누군가와 함께라면, 그 방의 다른 사람들의 존재는 의미가 없어야 마땅해. 하지만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렇지 않아. 어떤 남자라도 지금 안고 있는 남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걸 알고 있어. 그런데도.....음, 방안에 있는 다른 남자들이 여전히 눈에 들어오는 거야. 그들이 나를 혼자 내버려 두질 않아” -99쪽

■『말번 힐스』

- 나 : 기타리스트
- 틸로부부 : (소냐)
- 프레이저 할멈 : 전직교사, 호텔경영
- 누나 부부

화자인 나는 세상의 성공을 부와 명예가 아닌 위대한 연주자가 되는게 꿈이다. 그가 생각하기에 위대한 연주자가 되는 길은 짧은 시간이 아닌 긴 시간동안에 이뤄지기 때문에 비록 지금은 보잘것없는 상황이지만 미래를 생각하며 꿈을 버릴 수 없다.

그는 런던에서 오디션이 실패한 후로 재충전할겸 여름한철 누나의 식당일을 거들어주기 위해 온다. 어느날 관광차 온 스위스인 부부가 그의 연주를 우연히 듣고 훌륭한 연주라고 칭찬을 한다. 그는 자신의 재능을 발견해준 부부에게 따스함을 느끼며 그들을 찾아가기에 이른다. 그런데 엊그제 그토록 칭찬을 아끼지 않던 부부의 평가가 서로 상반됨을 뒤늦게 알게된다.

남편 틸로는 아무리 비관적인 상황이라도 사태를 행운으로 받아들이고, 아내 소냐는 냉정하니 현실적이다. 그렇다면 자신의 재능이 진정한 재능때문인지, 아니면 틸로의 낙관적인 성격에서 비롯된 것인지.... 화자에게는 어린시절 프레이저 할멈(운명의 메타포)이후 다시 가혹한 운명이 찾아온 셈이다. 어떤 선택을 할것인가. 운명의 갈림길에서 그는 다시 자신의 노래에 집중하기로 한다.

- 운명을 대하는 인간의 두 가지 태도
- 나의 성공 기준과 세상의 기준의 차이점

“ 문제는 그들중 아무도 이 특별한 시점에서 나에게 어떤 것이 진정으로 성공적인 시간이고 어떤 것이 그렇지 않은지를 파악하지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앞서 말한 대로 .....” -103쪽

- 프레이저 할멈은 운명의 메타포

나는 그것으로 그녀와의 일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잠시 후 그녀는 다시 안으로 들어와서는 카운터 위에 빈 찻잔과 접시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네가 테이블을 치우러 오지 않아서 내가 이것들을 직접 들고 왔다.“ -111쪽

-틸로와 소냐의 운명을 대하는 세계관의 차이

틸로가 여기에 오면, 당신에게 말할거예요. 결코 용기를 잃지 말라고요. ......하지만 난 확신은 할 수 없어요.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인생에서 많은 실망을 만나게 될 테니까요. 정상에 있는 사람이라면 그런 꿈을 가질 수 있겠죠.“ -142쪽

■『녹턴』

- 나(스티브) : 39세, 이혼당한 섹스폰 주자
- 헬렌 : ‘나’의 아내
- 린디 가드너 : 크루너 가수 토니와 이혼한 여배우

치열한 경쟁에서 성공한 삶의 정체, 산다는 것의 슬픔에 대하여
성공한 삶(제이크 마벨)과 실패한 삶(스티브)의 차이란 과연 무엇인가?

- 우리사회에서 성공한 자와 실패한 자

“그중 몇몇은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했을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약간의 인정은 받을 만한 자격이 있지요. 당신 같은 사람들의 문제는, 신에게서 특별한 재능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것을 가질 자격이 있다고 믿는 거예요. 다른 이들보다 뛰어나기 때문에 언제나 선두에 설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당신만큼 운이 좋지 않은 많은 사람들이 출세를 하기 위해 몹시 힘들게 노력한다는 걸 당신은 모르고 있어요.....” - 190쪽

-그들끼리의 눈물겨운 위로?

“이봐요, 스티브, 내 말 잘 들어요. 난 당신 아내가 돌아오기를 바라요. 정말로 그러면 좋겠어요. 하지만 돌아오지 않는다 해도, 그렇다 해도 당신에게는 전망이 생길 거예요. 당신 아내는 멋진 사람이겠지요. 하지만 삶이란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으로 끝내기에는 너무 크답니다. 당신은 이제 그 단계에 이르렀어요. 스티브. 당신 같은 사람은 보통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아요. 날 봐요. 이 붕대를 풀면 정말 20년 젊어 보일까요? 잘 모르겠어요. 나는 아주 오랜만에 싱글이 되었어요. 하지만 어쨌든 이제 세상으로 나가서 운을 시험해 볼 거예요.“ - 209쪽

“이제 나는 이 붕대를 풀 날을 기다리는 것밖에 할 일이 없다. 그다음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아마도 린디 말이 맞을 것이다. 아마도 그녀의 말처럼 내게는 어떤 전망이 필요하고, 삶은 한 사람만 사랑하기에는 너무 큰지도 모른다. 아마도 이 일은 내게 정말로 중요한 전기가 되고 성공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아마도 린디의 말이 옳을 것이다.” - 212쪽

■『첼리스트』

-나 : 색소폰 연주자
-티보르 : 첼리스트. 런던 왕립음악원 출신, 비인에서 저명한 첼리스트에게 사사
-엘로이즈 매코믹: 관광객, 소녀시절 첼로지망생. 티보르에게 개인지도 자청함

천재, 거장에 대한 과대망상의 비극, 타고난 재능과 후천적 노력의 차이,
인생에 실패한 사람들의 이야기

“난 당신에게 내가 거장이라고 했어요. 음,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 설명할게요.(....) 다만 아직 베일에 싸여 있는 거장인 거죠. 당신 역시 아직 완전히 베일을 벗지 못했어요. 지난 몇 주동안 내가 해 온 일이 바로 그거예요.” - 238~239쪽

그러니까 당신은 자신이(...)당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거장이라고 그렇게 확신하고 있다니........“ - 2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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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서회 <칸투스문학살롱> 진행 자료

 

제인 오스틴 <에마>(민음사, 윤지관, 김영희 역, 2012)

■ 제인 오스틴 연보

- 1775년 12월 16일 영국의 햄프셔 주 스티븐턴, 교구 목사의 딸로 출생
- 15세 때부터 단편 습작, 21세~42세까지 총 6편 남김.
- 1799년 24세때 남자 쪽 집안의 반대로 결혼 무산
- 1805년 30세때 아버지 사망. 경제적으로 궁핍. 어머니와 함께 친척, 친구 집 전전. 1809년 다시 초턴으로 이사하여 생을 마감할 때까지 일생을 독신으로삼.
- 『이성과 감성』(1811), 『오만과 편견』(1813), 『맨스필드 파크』(1814), 『에마』(1815)
- 42세 사망. 사후 『노생거 사원』과 『설득』 출판

■ 오스틴의 작품의 특징

- 윌터 스콧 : 오스틴의 세계는 작고 평범하고 잘 길들여져 있다는 뜻에서 “옥수수 밭과 시골집과 초원”이라고함. 샬롯 브론테 “단아한 경계와 섬세한 꽃들이 있는, 세심하게 울타리를 두르고 잘 가꾼 정원”. 오스틴은 자신의 창작에 대해 “섬세한 붓으로 작업하는 2인치 넓이의 작은 상아 조각”이라고 함

- 묘사와 정서의 진실을 통해서 일상의 평범한 일과 인물을 흥미롭게 만드는 빼어난 솜씨.
- 일상생활 속에서의 남녀 사이의 관계, 감정 그리고 인물을 훌륭하게 묘사하는 재능.
- 기존 질서에 대한 도전적인 개인을 기존 사회의 가치관에 동화시키는 보수적 플롯 사용.
- 젠트리 계급에 속한 오스틴의 소설은 근본적으로 젠트리의 자질과 역할의 전통적 개념들을 행동으로 옮기는 이야기가 주를 이룸.

■ 오스틴의 여성의식

- 여주인공들은 여성 운명의 완성을 결혼과 가정에서 찾는 가부장적 가치관을 내면화.(반론: 소설의 전반부에 치밀하게 그려진 경제적 조건하에서 어쩔수 없이 취할 수밖에 없는 선택)

- 여성에게 불리한 법적, 경제적 토대를 확실히 설정하고 있기 때문에 여주인공들이 결혼을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결혼플롯은 잠재력있는 여성에게조차 결혼 이외의 대안이 주어지지 않는 당대 사회현실에 대한 비판으로 읽힌다.

- 여성이 이성적인 존재이며 올바른 교육에 의해 개선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다. 소설의 플롯이 아무리 기존 가부장사회에 대한 동화를 북돋운다 해도 결국 이야기의 행보는 여주인공의 도덕적 성장을 재확인하는 것이고, 여성의식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여성은 성장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

■ <에마>의 등장인물

- 에마 우드하우스
- 나이틀리
- 로버트 마틴
- 해리엇 : 에마의 친구
- 프랭크 처칠
- 제인 페어팩스
- 엘튼 : 교구 목사
- 오거스타 호킨스 : 엘튼의 아내

■ 줄거리

유복한 가문 출신의 예쁘고 영리한 아가씨 에마 우드하우스. 따분한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가 최대 관심사인 에마에게 가장 흥미로운 일은 다른 사람들의 결혼을 주선하는 것. 에마는 자신을 따르는 어린 친구 해리엇을 조건 좋은 남자들과 억지로 맺어 주려 한다. 그러나 해리엇과 연결해 주려 했던 남자가 자신에게 청혼하거나 약혼녀가 따로 있거나 하는 등 에마의 시도는 자꾸만 엉뚱한 결과를 빚는다.

타인의 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한 채 자기 생각대로 짝을 맺어 주려 한 에마의 시도는 주변 사람들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커다란 상처를 남긴다. 갖은 우여곡절을 통해 자기 안의 허영심과 위선을 깨달은 에마는 헛된 상상력을 발휘해 남을 중매하는 일에서 손을 떼기로 한다. 그사이 철저한 독신주의자였던 그녀에게도 꿈같은 사랑이 찾아온다.

오스틴의 작가적 재능은 감정이라는 기이하고 혼란스러운 소재를 소설의 플롯으로 풀어 나간다. 작가는 에마와 나이틀리, 해리엇, 로버트 마틴, 프랭크 처칠, 제인 페어팩스 등 여섯 남녀의 애정 관계가 미묘하게 얽히고 또 풀려 짝을 찾아가는 과정을 소설 전편에 걸쳐 치밀하게 보여 주는데, 누가 누구와 맺어지는지 그 짝을 추측해 가는 것은 이 책이 선사하는 커다란 흥밋거리 중 하나다. 주인공들과 독자들을 온갖 우여곡절과 추측과 짐작과 오해의 안개 속을 헤매게 놓아두고 물밑에서 척척 움직여 상황의 전말이 저절로 드러나게 하며 결국 세 커플을 완벽하게 짝 지우는 매끈한 솜씨를 보인다.

■ <에마> 작품 평가

1. 해학과 풍자 가득한 문체 속에서 주인공 엠마의 착각과 자기기만, 혹은 허위의식이 경쾌하게 폭로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젠트리 가문의 계급적 편견)

- 교구목사 엘튼이 헤리엇이 아닌 에마를 결혼 상태로 생각했다는데 대한 에마의 비난

“가문에서나 정신에서 그녀와 대등하다고 생각했다니! 그녀의 친구를 얕잡아 보고, 자기보다 신분이 낮은 경우에는 소소한 차이에도 그렇게 훤하면서 자기보다 높은 신분의 경우에는 분수도 모르고....

“재산과 지위에서만큼은 그녀가 훨신 월등함을 당연히 알아야 하지 않는가, 우드하우스 집안은 유서 깊은 가문의 방계로 여러 세대에 걸쳐 하트필드에 거주해왔다는 사실, 이에 비해 엘튼 집안은 그 존재가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할만큼은 알아야 했다. ......” - 200쪽

- 에마가 베이츠 양을 폄하

지루한 말을 하는 사람은 자신의 말을 세 가지로만 제한하자는 좌중의 의견에 에마는 베이츠를 두고, 세 가지로 제한되는게 어려울것이라고 조롱.

“어머! 아주머니, 그렇지만 좀 어렵지 않을까해요. 죄송합니다만, 한 번에 세 가지만 할 수 있게 횟수가 제한될 텐데요."

“베이츠 양은 그녀의 짐짓 예절 바른 태도에 넘어가 말뜻을 즉각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불현듯 깨달았을 때도 화를 내지 않았다. 얼굴이 살짝 붉어지는 것을 보면 마음이 아팠을 수도 있지만.....” - 538쪽

- 나이틀리는 에마에게 그런 식의 (계급적인)편견은 나쁘다고 조언한다.

“그분이(베이츠 양) 부자였다면 나도 악의 없는 엉뚱한 짓쯤이야 내 버려두고, 무람하게 군다고 당신한테 뭐라고 하지도 않았을거야. 그분이 당신과 동등한 신분이었다면 말이오. 그렇지만.....” - 544쪽

2. 풍부한 사회적 묘사로 당대의 풍습을 가장 생생하게 보여 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예리하고 깊은 심리적 통찰과 묘사, 재치가 번뜩이는 대화, 탐정 소설 못지않게 긴장감과 호기심을 자아내는 구조, 인간 관계와 일상사에 대한 세밀한 관심 등으로 곳곳에서 잔잔한 웃음뿐 아니라 폭소를 자아내게 하면서 자기 성찰을 유도한다.

- 엘튼의 아내 오거스타 호킨스를 비난하는 에마의 편견, 초면인 호킨스가 에마한테 감히 나이틀리를 평가하는 광경에 화가남. 너무 리얼하고 해학적인 묘사

“ 상종못할 여자! 곧장 이런 소리가 터져나왔다. ..” - 402쪽

3. 인간의 심리와 사고 과정을 가장 정교하게 다룬 작품으로,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여주인공 에마가 인격적 결함들을 극복하고 진정한 자아와 사랑을 동시에 거머쥐는 과정을 유머러스하면서도 더없이 사랑스럽게 그려 낸다.

“제가 엘튼 씨를 완전히 잘못 봤다는 건 저도 인정해요. 그 사람한테는 협량한 구석이 있는데...과오의 연속이었지요.“ - 479쪽

“베이츠 양한테 다시는, 그래 절대로 그러지 말아야지...진정한 참회에서 우러난 다정한 마음으로 바로 다음날 아침 베이츠 양을 찾아볼 것이며....” -548쪽

“이제까지 헤리엇한테 얼마나 부적절하게 처신했던가! ...” - 592쪽

4. 마치 정교하게 그려진 풍경화처럼 장면 하나하나가 머릿속에 생생하게 떠오르도록 한다. 목사 엘튼이 해리엇같이 신분 낮은 여자와 자기가 엮인 것에 분개하는 것, 에마가 농부 마틴과 해리엇의 결혼을 두고 농부와의 결혼은 격 떨어지는 일이라며 노발대발하면서도 후에 해리엇이 나이틀리 씨를 마음에 두고 있다고 고백하자 나이틀리 씨 같은 격조 있는 사람이 해리엇과 결혼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 등, 모순적인 인간 내면의 모습을 자신의 방식으로 가감 없이 사실적으로 그려 낸다.

5. <에마>의 현재적 의미

19세기 영국 상류층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사랑 이야기이지만, 속물이어도 비루하지 않고 감정에 휘둘려도 막가지는 않으며 오만과 편견을 가졌을지언정 귀여운 수준에 머무는 에마의 모습에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습이 꼭 겹쳐지며 보편성을 지닌다.

당시에 비해 여성의 지위가 높아진 현대를 살아가면서도 여전히 연애와 결혼에서 자유롭지 못한 현대 여성들에게, 삶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독립적인 자아의식을 지닌 한 여성의 사랑과 결혼을 그린 이 이야기는 우리 자신의 이야기처럼 가슴에 와 닿는다.

■ 기타 인용문장

- 당대 사회 여성이 처한 현실을 보이는 장면

"기혼 여성치고 자기 남편 집에서 내가 하트필드에서 하는 그 절반이라도 여주인 노릇을 하는사람을 별로 없을걸.." - 129쪽

- 에마가 결혼, 연애라는 한정된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으로 당대의 경제적 상황을 오스틴은 돈이라는 것을 통해 보여줌, 즉 신분, 돈= 연애, 결혼의 조건

"그 매력적인 오거스타 호킨스는 완벽한 미모와 미덕이라는 모든 통상적인 장점에다 독립적인 재산까지 소유하고 있었다.어림잡아 만 파운드라고 할 만한 수천 파운드 재산으로...." - 2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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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인공의 섬세한 의식세계를 우리가 지각할 수 있는 언어 형식으로 끌어낸 제임스 조이스. 어떤 특정한 사물을 보는 순간, 그 사물과 연관되어 잊혀져 있던 과거의 여러 사건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조이스의 의식의 흐름 기법은 마치 프루스트의 소설세계를 연상케 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의식의 흐름 기법에 따른 조이스의 소설을 통해, 한 등장인물의 심리적, 내면적 갈등,은밀한 개인적 사고와 가치관, 생각 따위들을 낱낱이 알 수 있습니다. <더블린 사람들>에 나타난 온갖 계층의 더블린 시민들. 더블린 시민들이 영위하는 무감각한 일상과 영혼의 마비, 도덕성의 상실을 그려낸 이 소설에서 조이스가 목표로 했던 것은 오랫동안 대영제국의 식민지로 시달리는데도 불구하고 그저 전통의 구습과 향수에만 매달려 있는 조국 아일랜드 국민들에 대한 염려와 비난때문이었습니다.

한데, 이러한 상황은 비단 그들만이 아니라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것 같습니다. 전형적인 소시민인 리오폴드 블룸의 사소한 일상과 행동을 통해, 그의 내면에 도사린 복잡하고 다면적인 한 인간의 모습을 그리면서, 전통과 권위에 끊임없는 도전을 감행한 <율리시즈>, 식민지 치하에서의 서울 서민층의 애환을 묘사한 박태원의 중편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소설에 주로 등장하는 카페 여급과 실직 인텔리. 그런데 실직자들은 공부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취직을 하지 못합니다. 작가가 보여주는 이러한 실직자들에 대한 강한 연민은 개인만이 아니라 타인, 나아가 식민지 조국이 처한 가난과 슬픔으로 확대되게 됩니다.

쉼표를 계속 사용한 장거리 문체의 박태원. 의식의 흐름기법으로 쓰여진 <율리시즈>의 마지막 장은 블룸의 아내 몰리의 의식에 의해 그녀의 어린시절부터 현재까지의 삶은 마침표없이 무려 40페이지가 계속해서 한 문장으로 이어집니다. M씨의 <어제와 오늘 사이, 구보의 패러디>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오후2시에서 이틑날 2시. 블룸과 똑같이 하루동안 일어난 M씨의 내면풍경 들여다 보기.

1.어제의 블룸과 오늘의 구보가 어떻게 비슷한 느낌이 들 수 있는가를 골똘히 느낀다.(왜? 이들의 비교를 통해 나의 소설을 다시 상기해 보고 싶어서)

2.구보가 친구를 만날 때 마다 신맛 나는 홍차, 아니면 커피를 마시는 향수를 나도 느끼기 위해, 나도 (....) 아프리카의 표범같은 몸매를 한 그의 날렵한 육체를 사진으로 더듬으며, 고소해 한다.

3.따분한, 오직 도시 안에서만 맴도는 그의 지겨운, 일상의. 다람쥐 챗바퀴 도는 소설가의 하루를 그려 보다가, 아니야, 이건 뭔가 아니야, 하다가 조이스의 개성에 찬 문체가 선망하게 한다.

4.<소설가 구보의 일일>의 문체에서 나는 끊임없이 제임스 조이스의 흔적을 엿보고 또 엿보며 흐믓한 미소를 감추지 못한다. (신기하다. 국경이 다르고 시대가 다르고 문제의식이 달랐을 터인데, 그들은 어째서 똑같이 쉼표를 과도하게 사용함으로써 비슷한 문체에 도달한 걸까)

5.보리죽도 못먹던 그 시대에 구보가 누리던 (소설적 기법의?)근대의 세련됨은 어디서, 도대체 비롯된 것일까.

6.(나 역시 구보와 마찬가지로)물질의 풍요에도 불구하고 레스토랑에 들어가 선선히 음식을 시킬만한 경제적 여력이 없다. (그런데도 내 문체는 왜 구보만도 못한걸까?) 7. 치기어리고, 속물적인 학교 친구들을 만날 때 마다 느끼는 상대적 열등감은 어떻게 해야 보상받을까?

* ( )는 저의 상상력으로 채운 내용입니다. 제 생각이 맞나요? 저는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는 아직 읽지 못했습니다. 오래전에 김종건 선생이 번역한 범우사판 전집을 구입해 놓고도 워낙 난해해서 몇 번 중도하차하고 말았지요. 그래서 여전히 <젊은 예술가의 초상> 정도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M씨의 재미있는 글을 계기로 한번 다시 도전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아무튼 제임스 조이스를 화제로 삼았다는 자체만으로도 너무 반갑습니다.요즘은 글쓰는 이들까지도 독서를 전혀 하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내내 평안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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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여 칸투스 창단과 함께 온갖 잡글, 심지어 '아내에게 한 맹세'까지 숨김없이 써댔지만 읽는 이가 그리 많지 않은듯했다. 뭐 남이 읽지 않는 글 쓰면 뭘해? 기왕 쓰는거 한 분이라도 더 관심 갖는 글을 써보기로 했다.

여행을 무척 좋아하는 이라면 꼭 여행전문가가 아니라도 여행기를 쓰고싶지 않겠는가? 오늘부터 매주 한 차례 <좌충우돌 커피 여행> 이라는 제목으로 커피탐험을 시작한다.

한 가지 양해 바랄 것은 거창하게 커피여행기라고는 했지만, 네 달전만 해도 나는 양촌리 커피만을 줄창 마셔댔으니 커피 애호가와는 전혀 거리가 멀다. 그러던게 우연히 핸드드립을 알게됐고, 지금은 멀찍이 양촌리를 떠나 이곳저곳 사이버, 혹은 도심지 커피 골목을 기웃거리는 중이다.

방금도 동네 골목에 새로 생긴 커피숍에서 더치커피 한 잔, 사장님이 땀흘리며 손수 로스팅한 드립 커피 한 잔 연이어 두 잔째 마시고 왔다. 아참~ 숍에 가기 직전 아내와 함께 한 잔 마셨으니 불과 한 시간도 안 돼 세 잔을 마신셈인가? 어제 구입한 수망을 써볼요량으로 아내가 생두를 볶아서 한 잔 빼왔던 거다.

하이고~ 아내랑 젊은 사장님 성의 생각해서 빈 속에 사양않고 마셔댔더니 부글부글 뱃 속에서 지금 난리가 났다.

건 그렇고, 젊은 사장님과 신나게 커피 어쩌고 저쩌고하다보니 어느덧 해는 꼴깍지고 사위가 컴컴해졌다. 간판 등을 켜러가는 사장님을 보자 옴마~ 독서실 현관 등을 여태 안 켰다. 어쩐다, 캄캄할텐데... 저녁식사때가 다 되었건만 달랑 빵 몇 조각에 커피만 거푸 마신 끝이라 밥 생각도 없고 해서 그냥 이 글을 쓰고 있다.

미리 속내를 좀 보이자면, 이번 연재는 단순히 커피만을 말하려는게 아니고, 커피를 안주삼아 평생 관심인 문학과 철학, 영화, 음악, 나아가 인생살이를 커피 속에 버무려볼 작정이다.

이를테면 바흐의 <커피 칸타타>라든가 임어당의 <생활의 발견>, 짐 자무시 감독의 영화 <커피와 담배> 혹은 조금전 젊은 사장님과 나눈 커피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등 두루 떠올려보고싶다.

가능할지 모르겠는데, 요즘 재밌게 읽고 있는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 <더블리너스>와 미국 현대소설가인 존 치버의 유니크한 장편 <왓샵 가문 연대기>,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최근 구입한 찰스 테일러의 <헤겔>도 화제 삼을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

아내에게 커피를 주제로 글을 쓰겠다고 하니, 내 글이 재미없는건 씨잘데없이 뜬구름잡는 소릴하기 때문이라며, 그냥 사람 사는 애기나 커피만 말하란다. 정말 그럴까? 여하튼 커피하면 누구나 관심이 있고 좋아하는것 아니던가? 나름 이야기꺼리가 있을법한데, 모쪼록 이번 연재에 여러분의 많은 관심(댓글)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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