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여 칸투스 창단과 함께 온갖 잡글, 심지어 '아내에게 한 맹세'까지 숨김없이 써댔지만 읽는 이가 그리 많지 않은듯했다. 뭐 남이 읽지 않는 글 쓰면 뭘해? 기왕 쓰는거 한 분이라도 더 관심 갖는 글을 써보기로 했다.

여행을 무척 좋아하는 이라면 꼭 여행전문가가 아니라도 여행기를 쓰고싶지 않겠는가? 오늘부터 매주 한 차례 <좌충우돌 커피 여행> 이라는 제목으로 커피탐험을 시작한다.

한 가지 양해 바랄 것은 거창하게 커피여행기라고는 했지만, 네 달전만 해도 나는 양촌리 커피만을 줄창 마셔댔으니 커피 애호가와는 전혀 거리가 멀다. 그러던게 우연히 핸드드립을 알게됐고, 지금은 멀찍이 양촌리를 떠나 이곳저곳 사이버, 혹은 도심지 커피 골목을 기웃거리는 중이다.

방금도 동네 골목에 새로 생긴 커피숍에서 더치커피 한 잔, 사장님이 땀흘리며 손수 로스팅한 드립 커피 한 잔 연이어 두 잔째 마시고 왔다. 아참~ 숍에 가기 직전 아내와 함께 한 잔 마셨으니 불과 한 시간도 안 돼 세 잔을 마신셈인가? 어제 구입한 수망을 써볼요량으로 아내가 생두를 볶아서 한 잔 빼왔던 거다.

하이고~ 아내랑 젊은 사장님 성의 생각해서 빈 속에 사양않고 마셔댔더니 부글부글 뱃 속에서 지금 난리가 났다.

건 그렇고, 젊은 사장님과 신나게 커피 어쩌고 저쩌고하다보니 어느덧 해는 꼴깍지고 사위가 컴컴해졌다. 간판 등을 켜러가는 사장님을 보자 옴마~ 독서실 현관 등을 여태 안 켰다. 어쩐다, 캄캄할텐데... 저녁식사때가 다 되었건만 달랑 빵 몇 조각에 커피만 거푸 마신 끝이라 밥 생각도 없고 해서 그냥 이 글을 쓰고 있다.

미리 속내를 좀 보이자면, 이번 연재는 단순히 커피만을 말하려는게 아니고, 커피를 안주삼아 평생 관심인 문학과 철학, 영화, 음악, 나아가 인생살이를 커피 속에 버무려볼 작정이다.

이를테면 바흐의 <커피 칸타타>라든가 임어당의 <생활의 발견>, 짐 자무시 감독의 영화 <커피와 담배> 혹은 조금전 젊은 사장님과 나눈 커피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등 두루 떠올려보고싶다.

가능할지 모르겠는데, 요즘 재밌게 읽고 있는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 <더블리너스>와 미국 현대소설가인 존 치버의 유니크한 장편 <왓샵 가문 연대기>,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최근 구입한 찰스 테일러의 <헤겔>도 화제 삼을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

아내에게 커피를 주제로 글을 쓰겠다고 하니, 내 글이 재미없는건 씨잘데없이 뜬구름잡는 소릴하기 때문이라며, 그냥 사람 사는 애기나 커피만 말하란다. 정말 그럴까? 여하튼 커피하면 누구나 관심이 있고 좋아하는것 아니던가? 나름 이야기꺼리가 있을법한데, 모쪼록 이번 연재에 여러분의 많은 관심(댓글)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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